아멜리아의 비밀 60

기억

by 혜림

모두 떡볶이를 배부르게 먹고 집으로 갔다

아이들은 집에 가는 길에 또 끝말잇기 게임을 했다. 이번에도 현우와 봄이가 대결했다.

봄이가 먼저 시작했다.

“사과.”

“과망가니즈산 나트륨.”

방심했는지 끝말잇기 게임을 시작한 지 두 번 만에 봄이가 졌다.

민규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빰 빠 라라라 빠 라라 빠빠빠! 두 번 만에 이현우가 이겼습니다! 이현우 승!”

잔뜩 약이 오른 봄이는 지연이를 붙잡고 말했다.

“아니야! 이제 여자 대 남자로 하자!”

“그래! 너희의 대결 신청을 받아주지!!”

현우가 큰소리쳤다.

다시 끝말잇기 게임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한방 단어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팀부터 시작했다.

“거북이.”

“이산화탄소.”

“소원.”

“원숭이.”

“이사.”

“사기그릇.”


이런, 봄이네가 또 졌다.

현우와 민규가 자랑하는 듯이 브이를 하고 포즈를 잡았다. 봄이는 분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연습하고 올게…. 딱 기다려!!”

봄이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다른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결국 봄이까지 웃음이 터졌다.

김혜림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짜 아이들의 모습이지.’

생각했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동안 겪었던 힘들었던 일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수고했고, 집에 가서 푹 쉬어.”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봄이와 지연이의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다.

두 사람은 같이 걸었다.

“오늘 다 피곤하겠다. 너도 집에 가서 바로 쉬어, 알았지?”

지연이의 말에 봄이는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뒤로 매고 있던 가방을 앞쪽으로 멨다. 앞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이어폰 줄을 뺐다.

봄이는 이어폰 한쪽은 자기 귀에 다른 한쪽은 지연이의 귀에 끼웠다.

저녁에 어울리는 따스하고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봄이와 지연이는 아무 말 없이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이제는 함께 걷고 이어폰을 나눠 끼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지연이 집에 먼저 도착했다.

지연이는 봄이와 인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구수한 밥 냄새가 지연이를 반겨주었다.

아까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지연이는 신발을 벗자마자 바로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에게 달려가서 엄마를 꼭 껴안았다.

“아이고, 새벽에 나가서 이제 왔어? 얼른 손 씻고 밥 먹어.”

아까 떡볶이를 배가 부르도록 먹었지만, 엄마가 해준 밥을 보니 또 식욕이 돋는 것 같았다.


지연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흥분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 오늘 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보석 있잖아. 그게 우리 교장 선생님이랑 이어져·····.”

엄마가 지연이의 말을 끊었다.

“교장 선생님? 샬라베트 교장 선생님 말하는 거야?”

뭔가 이상했다.

“아니! 엄마.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 엘리오트 교장 선생님! 샬라베트 교장 선생님이 누구야? ㅋㅋ 엄마 장난하는 거지?”

“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엘리오트라는 사람이 누구야?”

그 순간 지연이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가지고 있는 자, 기억하고 가지고 있지 않은 자, 기억하지 못하리라.”

보석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을 기억했지만, 보석이 없던 엄마는 교장 선생님을 기억하지 못했다.

엄마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교장 선생님을 기억하지 못하지 않을까?

교장 선생님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아, 샬라베트 교장 선생님! 맞아, 맞아. 내가 잠깐 착각했나 봐.”

지연이는 더 이상 교장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엄마는 지연이가 이상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어휴, 너는 너희 교장 선생님도 몰라? 그래서, 아까 하려던 말은 뭔데?”

지연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연이는 그릇에 남은 밥풀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방에 들어가서 바로 침대에 누워 친구들에게 전령을 보냈다.

‘혹시 너희들 다른 사람들과 교장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해봤어? 나 방금 엄마랑 이야기했는데 엄마가 교장 선생님을 기억하지 못했어.’

지연이는 전령들이 되돌아오기도 전에 피곤했는지 눈이 감겼다.

마음이 편안했다.

침대 안은 포근하고 따스했다.


‘이제… 정말 끝났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한참 잔 것 같았다.

잠에서 깬 지연이의 머리맡에 전령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야, 우리 엄마도 교장 선생님 기억 못 해.’

‘나는 학교 선생님들을 만났는데 학교 선생님들도 교장 선생님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라고.’

‘나는 알고 있었어. 사실은 국어 선생님이 다들 놀랄까 봐 나한테만 살짝 이야기해주셨어.’


교장 선생님은 사라졌다.

교장 선생님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석을 부술 때 함께 했던 네 명의 아이를 제외하고 교장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같이 교장 선생님을 물리친 김혜림 선생님조차도.


교장 선생님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교장 선생님이 그렇게 완벽하게 지워져 버렸을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므로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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