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을 맞이하면서 다니던 블록체인 회사를 관뒀다.
관둔 이유에는 여러가지의 복합체가 섞여있지만, 그동안 수개월씩 고민하다가 2월 중순쯤 나에게 던진 질문 한 개 때문에 결정적으로 관둔다고 다짐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만약 여기서 버티고 끝까지 있는다면, 그때 돼서 나의 모습은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그때 나의 모습은 그저 일을 능동적으로, 효율적으로 하는 최적화된 직원일 뿐 - 내가 주도적으로 사는 삶은 절대 아닌 것 같아 그 당일날 바로 관두겠다고 말을 했다.
몇날며칠 애쓰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여러 명에게 컨펌을 받고 그 아이디어가 회사 내에서 인정이 되어서 실행이 됐다고 하자. 뿌듯할거다. 하지만 나에게 결국 돌아오는 타이틀은 "일을 잘하는 직원"이다. "일을 잘하는 직원," "성과를 낸 직원," "회사의 기업가치를 올려준 직원." 이력서에 올라가는 것도 이런 내용. 운이 좋다면 그 기업의 C 레벨까지 갈 수는 있겠지만 그게 과연 나와 맞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그 기업의 첫 탄생부터의 시간들을 함께하지 않았는데 C 레벨이 되어서 내 아이인 마냥 회사의 제품을 사랑하고 키울 수 있었을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 교수님에게 내 이력서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쓱 훑어보더니 나보고 "you're a very independent person"라며 이러면 회사들에서 뽑아줄까 라는 말을 하셨다. '나는 성향 자체가 회사 조직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과 맞지 않는 건가'의 고민을 하면서 그때 당시에 내 스타트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고 나서 한동안 쉬었는데 그때 미친듯이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 어디라도 무조건 들어가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회사를 못 들어가면 나는 실패작, 내 대학 degree를 못 활용하는 애, 유학 갔다 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애라는 타이틀이 붙을 것 같아 불안했었다.
하지만 사회가 지정한 성공과 실패의 모습에 대해서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항상 한 번 더 들여봐야 되고 이게 진정으로 나와 맞는 인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대학교 4학년 2학기다. 다들 취업을 하려고 정신없이 이력서를 만들고 링크드인에 콜드이메일을 보내고 인턴십을 100개씩 지원한다. 만약 추구하는 것이 남들의 인정이라면 좋다. 만약 추구하는 것이 돈이라면, 틀렸다. 그런 식의 삶으로는 절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못 얻을 것이다.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 이미 한계가 정해져 있는 틀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꼴이다.
정말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지 모르겠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면, 영화투자를 하고 싶다면,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당장 지금부터 해야 한다. 안 그래도 내 20대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데, 그 꿈을 이루기까지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한 스텝씩 나아가야 한다. 15살때 중학교 영어 선생님에게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보고 자기도 영화계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좀 더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셨다. 주변에서 그건 너무 비이상적이지 않냐고, 현실적으로 생각 좀 하라고 그런다면 그 자들은 과연 두려움 없이 도전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남들의 가치관들이 나와 맞지 않는다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더 이상 취업을 하기 않기로 했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다. 더 이상 남들에게 이끌리는 삶 말고, 하루의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