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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메리 Jul 02. 2021

공무원 면접

오늘 면접을 보았다

? 싶겠지만 내가 떨어진 공채 9 공무원 면접 말고~ 다른거~ 목포시 문화예술과 7 임기제공무원 면접이다. 회사 그만두고 다시는 문화계 쪽으로 발을 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결국 하루 내내 일해봤자  시간에 9 원도  버는 알바의 한계를 느낀 나는내가 면접  임기제 공무원 연봉은 평균 알바 연봉과 대비, 5.5배가 높고 나의 자존심은 한지처럼 얇고 가볍다 좋게 목포로 내려온 당일 확인하여 우선 지원했다. 5 말에 지원해서 1차는 6 중순에 붙고 최종 면접을 오늘 봤다. 무슨 청문회마냥 대략 80 공간에서 심사위원 8명과 진행자 1, 스탭 3명이 자리한  플랑카드가 벽에 붙여 있고 마이크를 후보자에게 쥐어주며 장작 40 동안  사람에게 질문 폭격을 하는 방식이었다. 대단한 세팅에 비하여 고작 후보자는 3명이었다.  가운데  명을 뽑는 건데  떨어지든 어쩌든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고 짧았지만 내가 대통령 후보인가 착각할  있던 희귀한 체험이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은 지금만 쓸 수 있는 글이다. 본디 “내가 지원한 회사”에 대하여 구차한 깎아내림이나 거품 같은 부풀림 없이 평소 생각한 대로 나의 뇌를 활용할 수 있는 때란, 오직 붙을지 못 붙을지 모르는 그 짧은 기간에서만 가능하다. 지극히 근거 없는—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여태 못 찾은—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은 외모, 성격, 말투, 능력 그리고 본연의 생각마저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는 아메바에 버금가는 생존 욕구가 있다고 나 자신을 바라보며 매번 느끼기에. 즉, 이 글이야 말로 그냥 나의 상태에서 솔직하게 쓴 글인 거다.



앞선 글 <면접장의 철학>에서 이미 면접 자체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말했으니, 이제 면접의 본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늘 내가 보았던 면접의 본론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국가에 헌신하는 조직? 애국심 뿜뿜인 사람들? 중국, 일본, 한국 아시아 국가는 공무원을 예로부터 가장 높은 직업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있다. 그것이 다채로운 문화 쌓인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비참한 거다. 왜냐하면 국가는 불멸의 조직체가 아니기 때문이다—국가가 영원할 것이라고 마냥 믿는 대표 조직이 공무원일 수도 있겠다—역사를 되돌아보면 금방 답을 얻을 수 있는 간단한 추리다.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현실에서, 오직 월급 통장에 찍힌 숫자만을 보고 9급 행정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줄기차게 힘껏 뛰고 있는 몸속 활발한 생명력에 대한 모욕 같기도 하다.


오늘 이야기로 돌아가서,

대략 내가 받아들인 질문의 본질은 이러했다.


1. 당신을 어딜 가서 공무원이라고 소개할 때 쪽팔릴 만큼 거지꼴을 하거나 동네 양아치 같은 매너를 보일지,

2. 당신이 혈세로 걷은 이 높은 공무원 연봉을 받을 만큼 졸라 고생한 경험과 능력이 있는 사람일지.

3. 당신이 공무원이 된 후에 이 건물 안에 안 그래도 차고 넘치는 판에 박힌 월급루팡 가운데 한 사람일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나의 모든 진실한 대답들,

1.

“아니요, 제게 옷이란 어찌할 수 없이 공공 시야를 배려해 살가죽을 덮는 용도에 불과합니다. 머리도 매일 감을 이유를 모르겠어서 잘 안 감습니다. 그리고 4050새대로부터 종종 싹수없단 소릴 들어오고 있는 중입니다.”

2.

“아니요, 능력이라고는 형제의 티끌을 찾아내 폭로하는 것인데, 그래서 검찰직 준비했는데, 그마저도 최근에 떨어졌습니다. 그냥 남까기 좋아하는 건가 봐요.”

3.

“아니요, 구태여 높은 월급에 맞춰 양심상 매일을 새벽까지 빨간 눈으로 지새우며 컴퓨터 화면 붙들고 있을 생각이 제가 지금 신고 있는 구두 안 발톱에 찬 땀의 나트륨 대비 칼슘 함량만큼입니다.”


난 결코 이리 말하지 못 했다. 여태도 그렇고 앞으로도 면접장에선 솔직해질 수 없을거다. 그렇다고 온갖 미사여구를 활용해 멋들어지게 거짓말을 잘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결과에 자신이 없다. 음~ 떨어진다 해도 매우 아쉽겠지만 괜찮아~. 궁극적 목적이 지구를 구하는 것도 아니니까.


어차피 나도 한낱 그 건물 안에 차고 넘치는 사람들처럼 궁극적 목적은 돈이고, 합격이 돼서 일할 목적도 돈이며, 불합격이 돼서 다른 일을 한다해도 목적은 현재로서는 돈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곳에 글을 쓰는 지금, 조카가 잠들고 집안에 깨어있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뇌의 생각기능을 ON시키는 황금의 시간, 이때가 돈 생각을 안 하며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숨 쉬는 음파음파 기회같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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