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집'은 어디일까

by 리나

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EBS 건축탐구 집'

대도시의 'cookie cutter (별 특징 없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가 아닌 특별한 집특별하게 소개한다.


오지 산골의 창이 넓은 집, 폐가를 현대적으로 개조한 집, 제빵의 꿈을 가진 젊은 부부의 밀밭이 있는 삼나무 집, 서울 이화동 골목 끝에 부부 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지은 집, 창덕궁이 보이는 옛날 집.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집들 중 같은 모양의 집은 없지만 집과 집주인이 많이 닮았다는 것,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다는 것이 공통된 소재다.

그들은 누군가 만든 공간에 들어가서 그 공간에 맞춰가며 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땅을 선정하고 삶의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젊은 부부들의 '집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의 '전세금'을 마련하기 턱없이 부족해서 개조했다는 서울 언덕길의 좁고 높은 집.

아내가 좋아하는 유럽식 타일을 깔아 놓은 전라도의 마당 넓은 집.

도시의 반지하에 사는 데 지쳐서 춘천에 15평 작은 집을 지은 부부.


요즘 젊은 친구들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과 같은 삶을 쫒는 것이 아닌 본인들 만의 삶을 만들어 가며 그 과정도 즐기는 것.

모든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산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아마도 기성세대가 살아왔던 'cookie cutter'와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이런 프로그램이 특별할 수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시골집'을 갖는 것이 내 로망이 되었다.

물론 TV에서 보는 것과 실상은 많이 다를 거다. 그 집은 너무 추울 수도, 손이 많이 갈 수도, 내가 싫어하는 쥐가 많을 수도, 시내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 수도, 배달이 빨리 오지 못할 수도.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마도 우리는 그 집에 자주 갈 수 없을 거다.

집은 사람이 그 안에서 살아 줘야 '집'이 될 텐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에어비앤비나 월세로 '시골살이'를 하고 싶진 않다.

그저 언제든 그 집에 가서 문을 열고 들어 가 짐을 팽개쳐 놓고 '큰 대자'로 뻗어서 '휴,,' 하며 잠깐 졸다 깨서 내 주방에서 밥을 해서 내 접시에 맛있게 먹고, 전에 읽다가 놔두고 간 소설책을 다시 꺼내서 읽을 수 있는

나는 아마도 그런 'cave'를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퇴직을 앞두고 남편은 많이 힘들어한다. 지난 35년 동안 일만 하고 살았으니 오죽할까 싶다.

명퇴나 정리해고가 아닌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은퇴'임에도 '설렘'이 '불안'과 뒤섞여 마음이 많이 복잡한가 보다.

나 또한 지난 25년을 'trailing spouse (주재원인 배우자를 따라 나라나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사는)로 살았으니 퇴직을 하면 ''으로 간다는 것에 많이 설레고 곧 '삼식'이가 될 남편과 24시간 같이 붙어 있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과연 우리의 '집'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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