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Feb 17. 2023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쉬면서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곳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 읽는 내내 베스트셀러가 아닌 '좋은 책'이 있는 따뜻한 서점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내가 주인공인 '영주'로 감정이입 되었다.


많은 이들의 바램이 아닐까?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것을 할 수 있는 것. 

이 꿈을 이루는 시점은 언제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수입에는 신경 쓰지 않을 때가 되었을 때 일까? 아니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큰 사건을 겪으면서 일까? 

아님 평생 내 꿈은 이거였다 말만 하며 땅 속까지 가지고 가는 게 정상인 걸까?

그렇다면 꿈꾸던 일을 실행으로 옮기는 이들은 비정상일까?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은 행복할까? 


주인공 영주는 일중독이었다. 일중독을 즐겼고 결혼 또한 일만 하며 비슷한 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과 했다. 영주에게 갑자기 온 '번아웃 증후군'은 영주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다.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남편에게도 회사를 그만두라고 해도 설득되지 않자 이혼해 버린다.

이혼을 실패로 여기는 엄마와의 연도 끊어 버린다.


그리고 자기가 가장 행복했던 중학생 시절 그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던 '서점'이라는 공간을 마련한다. 


가진 돈을 긁어모아 억척스럽게 서점 개업을 준비하지만 막상 개업하는 날은 본인이 저지른 일의 무게와 부담으로 울면서 빈 책장을 책으로 채우는 영주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꿈을 이루어가는 행복뿐 아니라 그 꿈을 이루는데 따르는 불안함? 또한 잘 표현한다.

저지르긴 했는데, 이제부터 어떡하지?


꿈을 이룬 영주는 행복하기만 할까?

본인도 손님인 양,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낯선 이 서점.

좋아하는 책 읽고 싶어서 오픈한 서점.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은 올려야 한다.


영주는 좋은 책을 선별해서 책꽂이에 진열하고 그 책을 읽은 리뷰도 메모해서 끼워두고.

손님들에게 책을 권하고 그 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는 얘기도 하고, 북토크와 글쓰기 모임, SNS 홍보도 하며 취준생 '민준'을 서점 바리스타로 고용한다.

영주, 동네 사람들 그리고 민준이 함께함으로 서점은 따뜻한 동네 쉼터와 같은 공간으로 만들어져 간다.


책의 내용은 이 '휴남동 서점' 안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TV의 시트콤 촬영세트장을 만들어 그 세트장을 드나드는 등장인물들을 머리에 그려 가며 책을 읽게 된다.

TV의 시트콤과는 다르게 여기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필연 같은 우연,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다들 현재 위치에서 뭔가를 하며 자기들의 페이스로 하루 하루 산다. 


'휴남동', 휴는 '쉴' 휴. 휴남동 서점은 '쉼'이 있는 공간이다.

이곳 사람들은 쉬어 간다고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 

머리도, 마음도, 일도 잠깐 쉬며 오히려 살아갈 힘을 얻으며 조금씩 발전해간다.


우리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이란 진정 행복한 삶인가?


'이거 아니면 죽겠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없고, 죽어도 하기 싫은 것도 없다. 딱히 잘하는 일 또한 없다. 다 그냥저냥 중간 정도 한다.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 - 고등학생 민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반드시 더 행복했었던 건 아니다.' - 작가 승우


'서점을 개업할까 말까 할 때 했던 고민은 서점을 운영하면서도 계속된다. 무슨 일을 해도 우리는 고민하며 산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고민하는 게 낫다.' - 서점 대표 영주


'그동안 단추 구멍이 없는 셔츠에 단추만 달며 살았다.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했다. 옷을 바꿔 입었다. 그 옷에는 구멍이 먼저 뚫려 있어서 그거에 맞춰 단추를 만들었더니 잘 꿰졌다.' - 바리스타 민준


우리들은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는데 내가 과연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 게 행복한 삶이야.' 하며 남들에게 애매모호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 또한 누군가 만든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하는 부질없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주인공 '영주'가 말했듯, 오늘 맛있게 마신 모과차가 내일도 맛있으라는 법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느라 아까운 오늘을 흘려보내거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기보다는 오늘의 행복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특별한 호캉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