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걸 못 참아서 단골이 되었어요.

서래마을 단골 카페

by 리나

오전에는 비가 내리더니 그친 듯 보여 서래마을로 브런치를 먹으러 나섰다.

내가 사진 찍으면서 내 특유의 '주의 산만'함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며 말을 너무 많이 했는지 ㅋㅋ (이런 나를 남편은 'curious cat'이라 부른다.) 배가 고팠던 남편은 휑하고 내 앞으로 먼저 빠르게 걸어간다.


지하보도 안은 바깥공기와 별 차이 없이 차가운데 젊은 청년이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목청 높여 부르고 있다. '술이 취한 것 같지는 않은데', 찬 바닥에 앉아 실연당한 사람처럼..

'저건 90년 대 초에 많이 보던 모습인데, 요즘 청년들도 이 노래를 즐겨 부르나 보네.'


5번 출구에서 산책하듯 5분.

고속터미널 지하철역에서 서래마을 가는 길




서래 마을,


꽤 괜찮은 베이커리가 여러 개 있는데도 우리가 먹고 싶었던 브런치 메뉴 '스크램블드 에그'와 '사우어 도 토스트'를 파는 곳은 아쉽게도 찾지 못했다. 베이커리 한 곳에 앉아서 빵과 아메리카노로 대충 허기만 달래고 우리가 자주 다니던 단골 식당과 카페를 찾아다녀봤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어서 친정 동네에 온 기분이다.

슬프게도 우리가 자주 갔던 이태리 식당은 한국 식당으로 바뀌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갔던 곳이었는데. 배우 '구혜선'씨가 하던 카페도 없어졌다. 팬케잌이 참 맛있었는데.

여기 살았던 게 10년도 더 지났으니 그 모습 그대로 일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단골집들이 없어져서 섭섭하다.


그런데, 이 동네 베이커리가 많아진 건 이해하겠는데, 웬 정육점은 이리 많아진 걸까.

채 100M도 안 되는 반경 안에 정육점을 다섯 개는 본 것 같다.

"이 동네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나? 정육점 너무 많지 않아?"

"ㅋㅋ 그러게."


"YAY!!!! 찾았다. 그대로 있다~"

우리가 좋아하던 카페. 갓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자주 샀던 곳이다.

바이커인 사장님의 바이크는 여전히 밖에 세워져 있다. 사장님은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우리들은 알아봤다. ㅋㅋ 사장님의 몸무게와 머리숱이 많이 줄어 달라진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카페 모습은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카푸치노의 우유거품이 짱짱해서 막 오븐에서 꺼낸 수플레 같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곳 커피는 싸지 않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7,000원이니 비싼 편이다.

장소도 비좁다. 10평이나 될까? 위치 또한 골목 안 주택가의 부동산 옆에 있어서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네 단골이 많은 곳이다.




이 카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남편이 나를 부르는 별명 중 하나인 나의 'curious cat' 기질이 한몫했다.


길을 지나가는 데 갓 볶은 커피 원두를 키로 이리저리 흔드는 포니테일의 남자분이 보였다.

"뭐 하시는 거예요?"

"아, 예가체프인데요, 남아 있는 껍질이 좀 있어서요. 고르는 중이에요."

"아, 네. 로스팅한 원두를 키질하는 건 처음 보네요."

무뚝뚝한 무표정의 남자분은 원두 몇 개를 집어 주며 " 맛보실래요?"

"그럴까요? 예가체프라 신맛이 있을 텐데, 고소하네요."

"잠시만요, 집에 가져가셔서 마셔 보세요."

하며 작은 봉투에 원두를 담아 줬다.

그 후 우리는 이 집 단골이 되었다.



그 사장님이 돈을 잘 버는지 어떤지, 원래 부잣집 아드님이었는지 어떤지 자세한 속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카페 사장님이 당당하게 비싼 커피 값을 요구하고 비싼 커피 값을 치르더라도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마시자는 나와 비슷한 부류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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