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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Mar 05. 2023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카페

뎀시힐 P.S Cafe

뎀시힐이 F&B 지역으로 개발되기 전에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벽돌 건물에서 인도네시아 가구나 동남아시아 앤틱을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2000년대 초, 이곳에 창고를 둔 와인 도매상들이 테이블 몇 개, 나무 의자 몇 개 놓고 와인을 도매가로 싸게 팔기 시작하면서 일부 와인러버들은 옛 감성 (현지인들은 Kampong이라고 한다. 말레이어로 시골마을, 옛날 동네라는 뜻)을 느끼며 와인을 마시러 뎀시힐에가곤 했었



19세기에 넛맥(육두구) 농장이었던 땅 일부를 영국 정부에 팔면서 영국 정부는 이곳에 병영을 짓고 영국 군인들의 주택지로 개발했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의료품과 탄약의 창고로, 일본 점령 시기에는 영국군인들의 전쟁 포로수용소로 사용되던 곳이기도 하다.


전에 뎀시힐에 있는 St.George Church (성공회)에서 영국군으로 싱가포르에 와서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었거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 이곳에서 살았었다는 영국 할아버지들을 종종 곤 했다.

더 늙기 전에, 죽기 전에 한 번은 들러 보고 싶었다 말씀하시는 그 분들의 눈은 언제나 눈물로 글썽였다.


너무나 변해 버린 이곳의 모습에, 노인이 된 본인들의 모습에, 그들의 지나간 시간과 추억 속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아니면 버킷 리스트를 이룬 감사함에 만감이 교차했을 거다

St. George's Church Singapore


싱가포르 뎀시힐에 있는 P.S Cafe는 워낙 유명해서 관광객들도 싱가포르에 오면 한 번은 꼭 들르는 곳이다.

처음 파라곤 쇼핑센터의 'Project Shop' 한쪽에 있던 작은 카페가 뎀시힐을 시작으로 지금은 싱가포르에 15개 쯤 있다.

Project Shop은 타이트한 레깅스나 드레스를 사러 가곤 했던 곳이다. 군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소화하지 못하는 그런 옷을 팔 던 곳이지만 20-30대에 내가 애정 하던 옷가게 중 하나였다.


어쩌면 P.S Cafe가 뎀시힐에 오픈하면서 Dempsey Hill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다. 벽돌로 지어진 병영을 옛 모습은 살리되 유리로 큰 창을 내어 열대 식물들과 특히 반얀트리를 잘 보이게 해 놓고,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인테리어와 거대한 꽃꽂이로 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곳만의 특유한 향이 다. 거기에 문 앞 유리장 안에 디스플레이된 거대한 사이즈의 케이크를 보면 메인은 생략하고 디저트부터 먹고 싶어진다.

디자이너 출신인 오너들의 센스로 작은 곳까지 섬세하게 데커레이션 한 모습은 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경쟁 업체가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도, 미식가의 천국이라는 까다로운 싱가포르 현지인들의 입맛에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주말 아침에 부슬비가 오면 P.S Cafe의 브런치를 생각한다.

유리에 앉은 습기와 축축함이 보고 싶고, 카페의 거대 화병에 꽂힌 백합에 뒤섞인 나무의 곰팡내가 그리운 거다. 외국 여행을 하고 싱가포르에 돌아왔을 때 맡게 되는 창이 공항의 습기와 곰팡내가 'I'm home.' 하며 긴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극혐 하는 그 냄새가 나에게는 집냄새이고 평안을 주는 향이 됐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P.S Cafe에 갔다.

ㅎㅎ 들어가는 입구 유리문에 누군가 'David'이라고 써놨다.

친구 'David'에게 이 사진과 함께 '너 혹시 여기 있어? haha just kidding' 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David은 'haha 내가 낙서를 하려면 유리문에 했겠니? 화장실에 '데이빗 왔다감' 했겠지.' 하며 어제 저녁에 아들이 카페에서 디저트 먹고 싶다 해서 다녀 가긴 했다 한다. ㅋㅋ


남편과 일본식 오동통한 팬케이크를 먹었다.


이거 다 먹고 초콜릿 케이크까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지..

1년 치 당충전 하고도 남을 양이다. ㅎㅎ


*저는 P.S Cafe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가서 먹고 돈 쓰고 오는 사람일 뿐입니다.  

  홍보나 마케팅 위해 쓴 글이 아니니 오해하시는 분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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