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 얼마 만에 보는 해인가?
아직도 흐리긴 하지만 세상이 밝아졌다.
지난주 금요일,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으니
일주일 넘게 비가 왔던가 보다.
한국의 엄청난 추위를 피해 싱가포르에 온 건 잘한 일이다.
적도 근처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추운 겨울이 힘들다.
해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른 것도, 계절이 변하는 것도 우리에겐 낯설다.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때는 '아, 이렇게 편한 세상이 있구나' 싶었다.
싱가포르 : 일출 7AM, 일몰 7PM. 상하( 항상 여름 ).
초등학교 사회 책에 나오던 '사계절이 뚜렷하고'를 한국의 장점으로 배웠던 나로서는 싱가포르에 살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게 왜 좋은 거지?'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
'계절 변화가 없어서 좋은 점'은
생활이 단순해진다. 피서를 갈 일도 월동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
생각이 단순해진다. 봄의 설렘도 가을의 우울함도 겪을 일이 없다.
옷장이 단순해진다. 계절이 바뀔 때마 옷을 사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거기에 해도 일 년 내내 같은 시간에 뜨고 같은 시간에 지니 일상에만 집중하기 좋다.
싱가포르 날씨가 매일 거기서 거기인데 굳이 일기예보를 왜 하는지, 예보가 틀릴 일도 없다.
'비 오거나 맑거나, 조금 덥거나 많이 덥거나.... ' 큰 변화 없이 매일 그날이 그날이니.
그런데도 싱가포르 현지인들은 항상 날씨 얘기를 한다.
'Today is So HOT! 오늘 너무 덥다.'
매일 더운데 뭘 저렇게 '덥다, 덥다.' 그것도 '너무 덥다.' 반복해서 말하는지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
우리가 '덥다 덥다 하면 더 더운 거야.'라고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자라서 그럴 수도 있다.
싱가포르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일이다.
초급반 학생들에게 '오늘 날씨'를 물었다.
'오늘 날씨가 어때요?'
'좋아요'
내가 기대했던 답은 ' 비가 와요.'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좋아요'라고 한다. 초급반 학생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OOOO 어때요?'라고 물으면, 무조건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오늘 날씨가 왜 좋아요?'
'COOL해요.'
아직 '시원하다'라는 단어를 모르는 초급반이라 영어와 섞어 '쿨해요.'라고 한다.
비가 오니 시원해서 날씨가 좋다는 거다.
A ha!
우리는 해가 쨍한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좋아한다.
'Beautiful day!'라 하며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날씨를 싱가포르 현지인들은 'Today is So HOT!' 하며 싫어한다.
살다 보니, 엄청 더운 날과 덜 더운 날은 구분이 된다.
여기에도 약간의 계절 변화가 있음을 알게 됐다.
월요일에 싱가포르 친구들과 'Lo Hei'를 하려고 만났다.
친구들은 긴팔에 재킷까지 챙겨 입고 나왔다.
'오늘 22도까지 내려갔어, 너무 추워.'
'나는 양말까지 신었어.'
'날씨가 어때요?'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