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조카 결혼식에서 만난 시댁 친인척들은 우리에게 '도대체 언제 미국으로 이사오는 거냐고' 물었고, 우리는 '아직 영주권 신청한 게 처리되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다.' 며 같은 답변을 지겹게 무한 반복했다. 그러다 상원의원 (senator)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라는 가족들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2주 전에 결혼한 조카가
'신혼여행 가려면 여권이 필요한데. 여권 기간 연장 신청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아직 깜깜무소식이라고. 신혼여행을 취소해야 될까 걱정이라고. 도와달라고'
상원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더니
'결혼 축하하고 신혼여행 잘 다녀오라'는 답변과 함께 신속(??) 처리되어 결혼식 이틀 전에 여권을 받았다고 했다. 여권 기간 연장이 수개월 걸린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급행 서비스로 여권을 신청해도 8주가 소요되고 신분증(Identification Card) 재발급에도 1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영주권 처리 기간은 얼마나 길지...
"상원 의원하고 친한 사이야?" 하는 나의 '한국인다운' 질문에
"주(state)에 거주하면서 세금 내는 주민(state resident)이니까 당연히 도와줘야죠." 조카는 간단하게 답했다.
상원의원 웹사이트를 보니 '누군가를 통해서 혹은 친분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게 아닌, 해당 주(state)에 등록된 '주민'이라면 정부 관련 업무에 고충이 있을 때 의원에게 누구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남편은 우리의 사정 얘기를 구구절절 써서 참고가 될만한 문서를 첨부해서 의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제 아내와 저는 OO 주에서 2001년도에 결혼식을 올렸고, OO 주 성당의 신부님께서 혼인 증명을 해서 OO 주에서 혼인신고 했으며, OO 주에 거주했으며....'
그리고 이메일 보낸 지 일주일 만에 의원에게 친절한 답변이 왔다.
상원 의원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누구든지 주에 등록된 주민이라면 상원 의원에게 쉽게 접근할 (approachable)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만 굳이 이런 일까지 '상원 의원'을 통해야 할까?
전혀 다른 두 나라를 비교한다는 건 맞지 않지만 미국의 모든 시스템을 한국과 자주 비교하게 된다. 한국에 사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말하면 십중팔구 '넌 한국에 살지 않아서 다 좋아 보이는 거'라고 한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어느 나라건 뭐든 백 퍼센트 좋기만 하다면 왜 나라 이름이 따로 있겠나?
'천국'이라 했겠지.
세계 어딜 가도 자기 나라에 불만 없는 사람은 본 적 없는 것 같다.
싱가포르 정부에 불만이 많은 싱가포르 친구에게 이탈리안 친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몇 주 동안 쓰레기 수거 안 해 준 적 있었어? 없지?... 그럼 말을 마. 유럽에선 자주 있는 일이야. 그렇게도 살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