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캐들을 만들게 된 이유
내게 없는 무언가 때문에 괴로워하기보다 내게 주신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깊게 감사하며 매일 감격으로 살아가고 싶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삶의 신조 중 한 가지다. 너무 일찍 애늙은이가 되어버린건 아닐까 싶으면서도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취미들을 수집하고 평소에는 일 열심히 하고 주말에는 푹 쉬고 하는 삶이 참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베이징 유학시절 같이 자취하던 친구를 만났다. 언제봐도 그냥 어제 막 보다가 오늘 또 만난 것만 같은 친구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요새 내 안부를 물으며 요즘 어떤 어떤걸 하며 지내냐고 물었다. 나는 요즘 내가 빠져있는 러닝, 블로그쓰기 등의 취미생활을 나누었다. 친구는 내 얘기를 들으며 내가 사소한 행복을 잘 누리며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회복탄력성이 좋아보인다고 말해주었다.
"너 휴직할 때도 영어학원 다니면서 잘 보냈잖아. 뭔가 회복탄력성?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친구가 갑자기 내 장점을 찾아주니 당황스럽지만 고마웠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친구의 말에 스스로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도 힘든 순간들은 여전히 계속해서 일어난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취미생활을 만들어낸다던지, 새로운 북클럽에 참여한다던지, 그 계기로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작년에 회사에서 무척이나 힘들고 외로울 때 처음으로 컴패션 주최 러닝 행사에 참여했다. 그 계기로 러닝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봄에는 힘든 마음을 글로 풀다가 글쓰기가 취미가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 이현진 작가님의 북클럽에 참여하기도 했다.
내가 회복탄련성이 좋은걸까? 일부는 맞다고 할 수 있지만 일부는 아니다. 사실 나는 살고자 새로운 일들에 도전했다. 너무 괴로워서 글을 썼고 너무 우울함에 빠지고 싶지 않아서 달리기에 도전했다. 내가 다양한 취미생활들을 만들고 여러 부캐들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불행들, 고난, 어려움들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관계 속에서의 어려움, 이별, 상처, 직장에서의 고민들, 재정적인 어려움들 등등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쪽팔린 일들이 많았다. 허나, 나는 친구들에게 기꺼이 허심탄회하게 내 고민을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한다고 해서 풀릴만한 일들도 아니었기에 나 혼자 그 어려움을 인내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서 어려움을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계기가 나를 새로운 통로로 길로 인도해주었다. 나는 기독교인인데 신앙적으로도 더욱 깊이 하나님과 대화하고 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고 잘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랑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스포츠, 운동이 내 힐링 도구로 되어버렸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내면이 단단하고 자신의 삶을 잘 돌보고 세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기에. 삼십대에 근접해가면서 정말 많이 드는 생각은 남들과 똑같이 화려하고 그럴듯한 인생을 사는 것은 쓸데없다라는 점이다. 나만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내 인생의 가치관들을 정립해가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내 삶의 모토는 나의 삶을 건강히 세우고, 이웃들에게 내 시간, 재정을 기꺼이 나누고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동참하는 것이다. 좀 더 고귀한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내가 가난을 경험한 만큼, 소심함으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똑같이 누군가를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고 싶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달라진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은 계속 만나고 싶다,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만난 내 친구가 그런 사람이다. 만날 때 나를 세워주는 사람, 장점을 찾아주는 사람이다. 오늘 하루 친구덕분에 내 삶을 다시 돌아보고 더욱 내 길을 가기로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