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행복할 때 ③

생일 축하한다는 엄마의 카톡

by 혜성

아침에 눈을 떠 핸드폰을 확인했다. 엄마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ㅣ막내생일추해용”


카톡 보내기를 연습 중이신 엄마에게 가끔 카톡이 온다. 아직 띄어쓰기 방법을 배우지 못하셨는지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류의 문장을 보내시는데, 읽는 사람이 유의해서 잘 해석해야 한다. 물론 오타도 많기 때문에 두세 번 읽고 숨은 뜻을 파악해야 한다.


오늘의 문자에도 띄어쓰기 부재와 오타가 여전했다.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 가지 가장 큰 오류가 있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니라는 것. 며칠 더 남아 있었다. 설마 딸내미 생일을 모르시는 거야? 차라리 평소대로 축하도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넘어가셨더라면 서운한 맘도 생기지 않았을 것 같았다.


나는 딸 생일을 축하해 주는 엄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감사해요.

그런데 나의 생일은 오늘이 아니야.”


고마우나 서운함. 나는 옹졸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뒷 문장을 쓰고 말았다.

몇 분 뒤 엄마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내딸ㅇ

이어서너무좋아전야제케익사요”


그러니까 이런 말이다.


“그래. 내 딸이어서 너무 좋아. 전야제에 케이크 사렴.”


전야제? 케이크?


나는 순간 카톡 화면에서 빠져나와 은행 앱으로 들어갔다. 잔고가 천 원 단위였는데 만 원 단위로 늘어나 있었다. 방금 엄마에게서 10만 원이 입금되었고, 그 몇 분 사이에 밀린 보험료가 빠져나가서 7만 원여가 나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인터넷뱅킹도 하지 못하니 새벽부터 통장과 도장을 챙겨 정류장에서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렸다가 또다시 30분을 버스 타고 내려서 은행에 가셨을 엄마의 바쁜 월요일 아침이 그려졌다. 주말 동안 계획하셨던 일이었을 테다.


미리 생일을 챙기고 싶은 엄마를 딸은 생일도 제대로 모른다고 원망했더란다. 불효자는 웁니다, 라더니, 내 꼴이 딱 그 꼴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무슨 그렇게 돈을 많이 부쳐.”

“많기는. 네 식구 밥 한 끼 사 먹을 돈도 안 되니 케이크라도 사 먹어라.”


한 끼 먹을 수 있는데…. 엄마는 왜 자신의 큰 사랑에 겸손과 미안함까지 붙여 보내시나.


“고마워요, 엄마. 잘 먹을게.”


어제 산책길에 들장미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 장미였다. 장미의 계절에 나를 낳아주시고 예쁘게 키워주신 엄마,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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