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식은 삶을 지배한다
바람이 분다.
거실 오른쪽 통창을 열었다.
새벽 6시 25분 알람에 깨어 거실로 나왔다.
열린 주방 창문으로 거센 빗소리가 들렸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을 깨웠다.
무거운 눈꺼풀과 상체를 들어 올려 침대에서 내려온 아들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다.
옷을 입고 현관에 섰다.
센서등이 켜졌다.
신발을 구겨 신었다. 크록스를 신고 가면 안 된다고 한다.
현관문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
우산 가져가야지.
아들이 우산을 꺼내 든다.
엄마에게 손을 한번 흔들고 유령처럼 사라졌다.
나도 씻었다.
몸이 무거울수록 씻어야 가벼워진다.
머리를 말리고, 후두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휴지통에 버렸다.
커피를 내렸다.
쌉싸름한 향이 코털에 먼저 앉는다.
어제 미팅 내용을 정리하고, 다음 주 미팅 장소를 검색하기로 한다.
매일은 피보나치수열처럼 쌓인다.
어제는 그제와 그끄저께의 합.
오늘은 어제와 그제의 합.
내일은 오늘과 어제의 합.
모든 날은 축적되어 연결된다.
오늘이 끝난다고 오늘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제까지 쌓인 시간까지 합쳐져 내일로 이월된다.
이 무서운 공식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일어나고, 씻고, 오늘의 할 일을 하고,
적당히 먹고, 적게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내 어제의 선택에 오늘 책임을 지는 것.
가뿐히 내일로 이월될 수 있도록
오늘을 알차게 보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