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딱따구리의 선물

이우만 작가의 그림책

by 혜성

“청딱따구리는 알고 있을까요? ”

이우만, 《청딱따구리의 선물》 40쪽??


《청딱따구리의 선물》(보리, 2016)은 《솔부엉이 아저씨가 들려주는 뒷산의 새 이야기》(보리, 2014) 출간 뒤 나온 그림책입니다. 작가 이우만이 뒷산의 새들을 관찰하다가 우연히 접한 한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그걸 그림이 있는 이야기로 담았다고 합니다.


몹시 가물었던 그해 봄, 청딱따구리가 아까시나무에 구멍을 뚫어 집을 만들다가 목이 마릅니다. 가뭄으로 마른 물웅덩이들 사이에서 바위틈 속에 조금 고인 물을 용케 발견합니다. “청딱따구리는 분홍색 혀로 할짝할짝 물을 먹었”지요. 목마름을 풀고 떠날 줄 알았는데 청딱따구리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물까치의 항의에도 아랑곳 않고 열심히 마른 낙엽을 치웁니다. 뭘까? 탐조가는 무척 궁금했겠지요. 낙엽들 아래로 물기 머금은 흙이 드러났고, 청딱따구리는 부리로 흙을 팠습니다. 한참을 파낸 뒤 어떻게 되었냐고요? 아주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웅덩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작가는 이 물웅덩이를 보며 자신이 가진 선입견이 깨지는 것을 느낍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존재가 존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확인합니다. 목적과 결과가 제각각인데 결국 이어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 작가의 마음이 독자에게 전해졌습니다.


요즘 신유물론 관련 공부를 하다가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심귀연, 날, 2024)입니다. 라투르, 브라이도티, 베넷, 해러웨이, 바라드의 핵심 사상을 정리하면서 신유물론이 무엇인지 쉽게 풀이해 주고 있는데요, 34쪽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신유물론은, 존재는 단 하나의 실체가 아니라 다자적으로 연결된 집합체로 봅니다. … 비인간 존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자간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청딱따구리의 선물》에 담긴 이야기가 이 문장과 연결됩니다. 인간과 새, 한 새와 다른 새, 수없이 얽힌 관계, 존재와 힘 그리고 책임. 하나의 장면은 무수한 행위들을 담고 있습니다. 속단할 수 없고 단정해서도 안 되지요. 새를 관찰하고 그리는 작가의 관계 맺음이 이런 독자의 손에 들어와 이렇게 읽힐지 작가는 예견했을까요? 이 독자가 그걸 또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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