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근 홍삼 젤리의 숨겨진 효능

을 애타게 찾습니다

하루에 한 잔씩 엄마 커피를 타 주면 홍삼 젤리를 하루에 하나씩 주겠다로 흥정이 끝났다. 봉이는 유튜브에서 본 것인지 홍삼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안과 진료를 받은 날 약국에서 홍삼스틱을 눈여겨보더니 다음 진료 날에는 기어코 그 1300원짜리 홍삼스틱을 사게 만든다. 봉이를 가리키며 “어린이도 먹을 수 있어요?” 물었는데, 약사님은 야속하게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아~, 홍삼이 이런 맛이구나.”

조심스레 입에 넣기 시작하더니 인상을 찌푸려 쓰다는 표현을 하면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 먹는다. 무언가 과시할 만한 경험을 한 아이의 표정에 나타나는 뿌듯함이 얼굴에 살짝 비쳤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홍삼에 대한 호기심과 홍삼을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

“엄마, 나 돈 벌었다.”

돈을 벌었다고??

“유도에서 재현이가 내 카드지갑을 보더니 신기하다고 하길래 내가 접어 준다고 했어. 1000원에. 걔 동생도 하고 싶다고 해서 형제 할인으로 1500원에 준다고 했지. 옆에 있던 준오 형까지 관심을 보이는 거야. 1000원 줄 테니까 자기 것도 내일 만들어 달래. 나 장사 잘하지?”

그러면서 돈 벌면 홍삼을 사 먹어야겠다고 신나 있다. 아무래도 큰일이 나지 싶어 장사는 안된다고 말하고, 조용히 홈쇼핑에서 홍삼 젤리를 찾아 주문을 완료했다. 한 달 분량 30개들이였다. 봉이한테는 주문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엄마, 홍삼 젤리가 있대.”

아, 봉이는 정말 집요하다. 다음 날 또다시 홍삼에 대한 정보 하나를 추가한 뒤 이왕이면 젤리 형태의 홍삼을 먹고 싶다고 어필한다. “면역력 증진. 기억력 개선. 항산화. 피로 개선…, 와 정말 홍삼 젤리 꼭 먹어야겠다.” 요 녀석. 말 한마디에 자판기처럼 원하는 걸 해 주는 엄마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보여 주지?

“홍삼 젤리 사 주면 넌 뭐 해 줄 거야? 하루에 하나씩 30일 동안 네가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걸 말해 봐. 홍삼 젤리가 30개들이더라.”

“음…, 엄마는 커피 좋아하니까 커피 타 줄까?”

“흠, 좋아. 그리고 하나 더. 학원 가기 싫다는 말 하지 않기.”

“와, 엄마는 참. 조건이 많네. 알겠어. 근데 학원 가기 싫다. 오늘은 홍삼 젤리 없으니까 싫다고 말해도 되지?”

그렇게 홍삼 젤리와 커피 한 잔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계약 체결 기념 커피 한 잔을 인심 좋게 타서 엄마에게 드린다. 아, 아들이 타 준 커피는 이런 맛이구나. 맛나네.     

*****

모두에게 힘든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에 봉이와 내가 동시에 눈을 뜨고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침. 무의식적으로 들린 고개를 엄마와 아들은 동시에 다시 침대로 뉘인다. 하지만 둘 다 마음은 불안하다.

“엄마, 커피 타 줄까?”

그래, 커피 핑계로 일어나자.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

봉이는 커피를 예쁜 잔에 타서 내온다. 자기 몫으로는 모닝빵 두 개와 우유 한 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아침에 적응 중이다. 살짝 식혀 한 모금 입어 넣는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아니 아침에 아들이 타서 주는 커피는 홍삼과도 안 바꾸겠다. 눈이 번쩍 떠진다. 면역력 증진, 기억력 개선, 항산화, 피로 개선…, 이거 이거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는 거 아니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봉이는 기분 좋게 학교에 갔다. 그리고… “아, 학원 가기 싫다.” 하며 방금 집을 나선다. 오늘은 홍삼 젤리가 도착하지 않았으니 학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 조건은 오늘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일 홍삼 젤리가 도착하면 정말 그 말을 하지 않을까? 홍삼 젤리로 될 일일까? 면역력 증진, 기억력 개선, 항산화, 피로 개선… 거기에 ‘학원 애정 강화’ 기능이 추가되면 좋겠다. 홍삼 젤리, 너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