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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성 Aug 02. 2023

쓰는 수면제

때론 미완성이 완성을 만든다: 쓰기의 변명 1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으로

감상 기술보다 정황 묘사를

결론 내지 말고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에 집중을


내 나름으로 정리한 글쓰기 주의 사항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리이기도 하다. 혼자 웅얼거리는, 나만 아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도 알아듣게 만드는 글을 쓰기 위해 내게 필요한 내용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요즘 이 시간 정도에 파일을 열고 몇 번 글을 썼다.


그런데 끝을 맺는 데 실패했다. 왜냐.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에 집중을” 하다 보니 정황 설명이 길어졌고, 쓰면서 조금씩 지쳐갔고, 어느 순간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졸고 있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하며 고개를 들었더니 허연 화면에 커서가 깜박이고 있었다. 내 손가락 어떤 것이 엔터키 위에서 엉덩이를 깔고 앉았던가 보다. 페이지가 몇십 장으로 늘어나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접어야겠다. 많이 피곤했나 보네. 내일 맑은 정신으로 쓰자.’

나는 그렇게 쿨하게 노트북을 끄고 침대로 향했다. 꿀잠을 잤다.


다음 날.

나의 정황 묘사는 길어질 처지에 놓였고, 쏟아지는 졸음이 의식됐고(예상을 하다니! 놀라운 성장이야), 그다음 장면은 예상하시는 대로다.

(비밀인데, 방금 ‘졸음’이라는 단어를 치면서 나는 크게 한번 하품을 했다.)

분명 노트북 전원을 끄면서 ‘내일 맑은 정신으로’ 쓰리라, 지금의 흐린 정신 탓을 했건만 내일이 찾아오니 맑은 정신 따위는 내게 없었다. 그냥 어제와 똑같은 흐림이었다.


그리하여,

오늘 내가 결심한 바는 이거다.


짧게 쓰자.


사람이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지겹잖은가. 길든 짧든 일단 마무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마무리를 해서 게시를 하는 것까지가 글쓰기의 완결이다. 긴 글은 맑은 정신에 쓰는 것이다.


흐흐흐. 그래서 오늘은 여기가 결론이다. 어떻게든 끝을 맺으면 된다.

(흑;; 다음에는 더 알찬 내용으로 과정에도 충실하고 결론도 멋진 글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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