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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Nov 22. 2017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유통 상식사전 #14. 유(乳)업계

- 유(乳)업계, 흰 우유 외에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다


유(乳)업계가 흰 우유만 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 낙농진흥회의 분석에 따르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010년 28.1㎏, 2015년 26.6㎏으로 점점 줄고 있다. 2000년에는 소비량이 30㎏이 넘었었다. 편의점의 흰 우유 판매량도 감소세다. 저출산의 여파가 우유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유업계는 흰 우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며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커피,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2016년에는 4년 만에 흰 우유 소비량이 증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흰 우유를 다시 많이 마시게 되었다기보다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류와 기능성 우유가 인기를 얻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원유가 많으면 60퍼센트가량이나 들어가는 컵 커피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고, 커피 전문점에서도 우유가 들어간 라테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우유 시장의 규모는 2조 원을 돌파했다.


롯데푸드는 파스퇴르를 활용한 다양한 밀크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파스퇴르 밀크바(MILK BAR)’를 오픈했다. 국내 최초 저온살균 우유로 사랑받아 온 파스퇴르의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유기농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릭요거트, 밀크 셰이크 등 다양하고 건강한 밀크 디저트를 제공한다. 카페라테, 아메리카노, 마리앙투아네트 밀크티 등 커피와 티 메뉴도 있다. 

2009년에 등장한 커피전문점 ‘폴바셋’은 매일유업의 자회사 엠즈씨드가 운영하고 있다. 회사 이름처럼 매일유업의 ‘씨앗(seed)’이 되었다. 얼마 전엔 브랜드 론칭 8년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폴바셋에 가면 저지방 우유, 소화가 잘 되는 우유 등 기호에 맞는 우유를 골라 라테를 주문할 수 있다.

엠즈씨드는 상하목장 밀크 아이스크림샵도 운영 중이다. ‘상하목장’은 통합 HACCP(안전관리통합인증) 황금마크를 유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푸스펙족(Foospec族)’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푸스펙족이란 식품(Food)의 스펙(Spec)을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식품 안전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 푸스펙족의 주류를 차지한다.  


매일유업은 유아동 용품업체 ‘제로투세븐’과 중식당인 ‘크리스탈제이드코리아’까지 운영하며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2016년에는 도농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체험형 관광농장 ‘상하농원’까지 선보였다. 농촌과 기업의 협력 모델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형 6차 산업(1차 산업인 농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융복합된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에 위치한 상하농원은 ‘짓다•놀다•먹다’를 컨셉으로 삼고 농장과 체험시설, 식당과 숙박시설을 한 곳에 모아놓은 일종의 농어촌 테마파크다.  


남양유업은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점 ‘1964백미당’을 운영하고 있다. 1964는 남양유업이 창립한 1964년을 가리킨다. 2014년에 시장에 진입한 1964백미당은 론칭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홍콩 침사추이의 쇼핑몰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해외 진출의 시동을 건 것이다. 

2013년 이른바 ‘갑질 사태’ 로 큰 위기에 봉착하며 주가 폭락과 기업명성 및 평판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던 남양유업은 2015년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된 후 2016년에는 흑자 폭을 다시 2배 이상 늘렸다. 2017년 초에는 반 세기 가까운 ‘무사옥’ 상황에서 벗어나 강남 신사옥 시대를 활짝 열었다. 신사옥의 이름은 1964빌딩이다.


사업다각화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적자로 회사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 위의 열거한 사례 중에서도 수익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없다고 볼 수 없다. 헌데 중요한 점은 유업계의 사업 다각화가 기존 경쟁구도에 또 다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또한 비(非)우유 사업에서 얻은 좋은 이미지로 우유 사업에서 성장의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유업계가 어디까지 손을 뻗을지, 어떤 업태와 협력을 하고 경쟁을 펼칠지 계속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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