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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Feb 22. 2018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편의점

- CU 사보 기고 칼럼

유통 상식사전 #18. ‘트렌드 박물관’ - 편의점

-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 그리고 얼리어답터 

  (CU 사보 기고 칼럼)


CU 사보 2월호 표지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편의점 사회학>에서 편의점이 ‘천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없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기 때문. 그러면서 그는 “편의점은 만능 복합 생활 거점이자 원스톱 유비쿼터스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 ‘만능 복합 생활 거점’에 얼리어답터들이 몰리고 있다. 사실 편의점보다 더 화려하고, 재미있고, 상품이 많은 매력적인 곳은 도처에 널렸다. 편의점은 어떻게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취향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얼리어먹터의 메카가 된 편의점


일단 얼리어답터라는 단어의 용법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자. 한국에서는 얼리어답터가 관심을 가지는 품목을 IT 제품에 국한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해석이다. 매스컴 이론가인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가 신제품 수용 시점에 따라 나눈 5단계 중 혁신 소비자, 조기 수용자로 분류된다면 품목에 상관없이 모두 얼리어답터로 볼 수 있다. 


얼리어답터의 레이더에 잡히는 상품 카테고리는 IT, 패션은 물론이고 식음료, 코스메틱, 음악 등 천차만별이다. 명확하게 분류하기 힘든 각종 편의 서비스도 포함될 수 있다.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과 서비스가 치열하게 트렌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도 밤낮없이 실시간으로. 


최근 들어 먹거리 문화의 시작과 발전 및 확산이 편의점을 매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이 이른바 ‘얼리어먹터(얼리어답터와 먹다의 합성어)’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 다른 유통 채널에서는 볼 수 없고 오직 편의점에서만 접할 수 있는 한정판 아이템이 즐비하다. 이런 한정판은 대개 창의적인 ‘콜라보’를 통해 탄생되곤 한다. 예컨대 쌀막걸리와 아메리카노를 혼합한 ‘막걸리카노’ 같은 희유한 제품은 CU 아니면 또 어디서 먹어볼 수 있겠는가. 오, 찬란한 융합의 유산이여! 

막걸리와 아메리카노를 블렌딩한 '막걸리카노' - CU와 국순당의 콜라보


편의점, 트렌드의 중심에 서다


편의점 도시락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점심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고, 급기야 ‘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의 출현을 이끌었다. 편의점 드립 커피는 ‘편출족(편의점으로 출근하는 사람)’에게, 편의점 맥주는 ‘편퇴족(편의점으로 퇴근하는 사람)’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9겹 등심 돈까스 도시락

식품, 주류, 음료 회사 입장에서도 신제품을 테스트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가 바로 편의점이다. 그러다 보니 실험적인 제품을 편의점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경우가 잦다. 이러니 얼리어답터들의 편의점 방문 빈도는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나만의 레시피’를 선호하는 고객들에게도 편의점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SNS에 자신만의 조리 방법을 소개하고,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요리하는 과정을 큰 재미로 여기는 모디슈머들은 편의점의 PB를 즐겨 찾곤 한다. 모디슈머에게 요리는 하나의 놀이요 퍼포먼스다. 그 디지털상의 결과물이 이른바 ‘먹스타그램’이며, 이 불타는 예술혼의 원천에 편의점이 있다. 


어디 먹거리뿐이겠는가. 편의점은 그 어떤 형태의 상점보다 변신에 능하다. 언제든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준비된 것 같은 느낌마저 줄 정도. 노래방과 합쳐지고, 세탁소와 결합을 한다. 자동차를 대여해주고, 버스킹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대생들을 위해 파우더 존과 탈의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런 이색적인 매장은 곧 트렌드 헌터들의 필수 방문지로 SNS에서 관련 사진과 글이 널리 공유된다. 

세븐일레븐의 세탁 편의점

이젠 편의점에서 계산까지 세련되게 할 수 있게 되려나 보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스캔해서 계산까지 마칠 수 있는 앱이 나왔다. 요즘 많이 회자되는 ‘언택트 기술’이다. 이 크지 않은 공간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저한 물결과 마주할 줄이야. 

모바일 기반의 셀프 결제 어플리케이션 'CU 바이셀프(Buy-Self)'
편의점은 살아 있는 ‘트렌드 박물관’이다. 그 생기 넘치는 박물관 매표소 앞에는 오늘도 얼리어답터들이 한 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얼리어답터를 맞이하는 편의점 역시 공간 자체가 얼리어답터의 성격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편의점의 끊임없는 변신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박물관은 살아 있으니까!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경영경제 연구공간 ‘비즈코노미’ 대표. <매일경제> 지식우버링 필진, <데일리그리드> 경제전문 필진, <아시아엔> 트렌드 전문기자 등으로 활동 중. 유통산업의 변화상을 주제로 한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 sbizc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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