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르지만 정말 비슷한 20대 다국적 청춘들

잠들기 전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 보는 것까지

by GRETTA


# 다양해도 너무 다양한 배경

여기 온 친구들의 배경은 굉장히 다양하다.

영국에서 공부하는 말레이시아 출신 친구, 호주에서 공부하는 싱가폴/홍콩 출신 친구,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인도 친구, 이탈리아에서 온 EU 전문가 영화광 친구, 러시아 출신 친구, 브라질 출신 친구들. 정말 다양한 출신과 경험의 pool을 가진 이 친구들을 보며 참 부러웠다. 태어난 국적도 다 다른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른 나라에서 다니며 다른 문화를 접하고 공부한 그들이기에. 그리고 조금은 두려웠다. 외모부터 쓰는 언어까지 다 달랐으니까. 그리고 익숙한 한국이 아닌 낯선 미국에서 이뤄진 그들과의 만남이기에.


반면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26년 동안 한국에서만 공부했고, 한 번도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최근까지의 가장 긴 외국 생활 경험은 2015년 여름 한 달 간의 유럽 여행이 전부다. (이제 이 하버드 인턴이 끝나면 두 달의 미국 생활이 되겠다.) 그러니까 외국인과의 만남은 오로지 한국에서만 이뤄졌었다. 다행히도, 많은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세계화 시대이기에, 한국에서도 교환학생, 외국인 재학생, 아이섹을 통해 만나는 외국인 인턴 및 아이섹커들 등등, 외국에서 생활해 보지 않았음에도 꽤나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미약하게나마 다국적 문화 체험 경험을 가지고 만난 그들은, 나에게 다르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 심각하게 다양한 영어 악센트와 발음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다. 영어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지나가면서 재채기를 할 때 "God bless you!"를 외친다는 문화가 어찌나 재밌었던지. 사실 나와보니 그런 사람은 정말 잘 안 보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국에서만 영어를 배우다 보니, 미국의 발음과 악센트에 가장 익숙해졌다. 내 발음도 미국 발음에 가깝고, 알아듣는 것도 미국 발음일 때 가장 수월하다. 그런데 여기 와보니,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자기만의 악센트를 사용해 말하다 보니 대화하기 위해 귀를 아주 쫑-긋 세워야만 한다. 마치 토플/토익 듣기 평가하듯이. 어렵기도 하고 다들 악센트가 달라서 여러번 물어보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런데도 이런 경험마저 정말 재밌다. 이제는, 1주 반이 지났다고, 또 그들의 발음에 나름 익숙해져서 확실히 처음보다 대화가 수월해졌다.



# 생일이 그렇게 그렇게 중요한거야?

브라질에서 온 너무너무 예쁜 아이의 생일이었다. 12시가 되자마자 단체채팅방에 "내 생일이야! 다들 사랑해줭"이라고 외치더니, 생일 날 저녁 파티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숙소가 나뉘어져 있는 우리를 모두 자신의 숙소로 모아서 'pre-drinking'을 하고 22-23시 사이에 나가서 bar나 club을 가자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마시겠다는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예쁜 옷들을 꺼내 드레스업하고 풀메이컵을 하며 엄청나게 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물론 우리도 생일에 관대하고 모두 축하하긴 하는데, 이렇게 자신이 모두 organize하는 적극적인 생일자의 모습에 조금은 놀랐다. 그리고 그녀의 의견에 백이면 백 다 따르며 pre-drinking을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들의 모습도 신기했다! 우리나라에는 그런 문화가 따로 없다고 했더니 그럼 그냥 바로 pub에 가서 술을 마시냐고 물었다. 친구들과의 생일파티를 필수로 여기지는 않는 우리나라 20대라 그런지.... 비슷하다고 했다. ㅎㅎ

(그치만 역시 생일이든 신나는 날이든 이 빠지지 않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부다.)


생일 축하해! 서프라이즈로 그녀를 기다리는 중 두근두근
가운데 풍선 들고 있는 b-day girl
가라오케 바에서!!! 언제 사진 찍어놨니 ㅋㅋㅋ 나는 뭔 얘길 듣다 그리 놀랬을까?



그러나 수많은 다른 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말 비슷하다.



# 혹시 다른 나라에 태어난 나의 분신?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너무너무 좋았던, 브라질에서 온 법학도 그녀. 여기서 유일하게 나와 동갑인 90년생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여기 나이로 20-23세 정도이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한 명, 비슷한 또래도 한 명뿐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동갑인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서로에게 엄청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같은 걸 알게 되자, 전공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영어를 배웠냐 등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러시아 문학과 언어를 전공하고 있으며 인문학을 중심으로 공부한다고 소개했고, 그녀는 법학을 공부한다 했다. 나도 학교에서 이수하고 있는 연계전공 과정에서 법 과목이 필수 이수 과목이기에 헌법, 민법, 형법을 배웠다. 배울 때는 정말 너무 재밌는데, 시험에선 외운 것을 평가하고 난 그걸 잘 못해서 성적을 잘 못받았다고, 그래서 속상하다 했더니 자신의 학교에서는 대부분 토론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법학은 외우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가장 잘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거야.' 라고 하는 그녀가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앞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 법 얘기를 많이 해달라 했다. 흔쾌히 허락한 그녀는 아무래도 soulmate가 될 것 같다. 만날 때마다 서로를 my lovely girl이라 부르는 각별한 그녀이기에.

with my lovely girl


# 술게임과 스마트폰의 노예

카드의 숫자에 따라 다른 지령을 내리며 질문을 하기도 하고 여자만 마시기도 남자만 마시기도 하며 계속 술을 마시는 게임이다. 기억에 남는 지령은 I have never been~ 을 활용해서 나는 안 했는데 누군가는 했을만한 것을 고의로 말하여 술을 먹이는 것이다. 다음 번 생일자 파티할 때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술게임을 전파해야겠다.

아니 근데 이렇게 업소용 맥주를 사오면 어쩌자는거야....ㅋㅋㅋㅋ 술꾼인 한 살 오빠

그리고 모두들 스마트폰의 노예다. 잘 때 모두들 "Good Night~"하고는 희미하게 빛나는 스마트폰 불빛. 그리고 스냅챗 때문에 온갖 순간순간을 다 녹화한다. 익숙해지고 있는 중 ㅎㅎㅎ



# 비슷한 식성, 비슷한 취미, 비슷한 취향, 비슷한 고민

전편에 등장했던 룸메이트 게이 친구. 처음으로 만난 나와 다른 성향의 친구는 진짜 나랑 너무 잘 맞았다. 식성도 비슷해서 마트 가서 장 볼 때 의견 부딪히는 것 하나 없이 잘 사고, 사진 찍는거 좋아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데 가는 것 좋아하고, 맛있는 거 먹는거 좋아하고. 게다가 네비게이터 킹이라서 보스턴의 핫플레이스는 다 꿰고 있다. 이 친구 덕분에 접하게 된 맛있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맨날 같이 다니면서 "아시아인이 더 낫지." 이러면서 ㅋㅋㅋㅋ 보스턴의 비효율적인 지하철 노선을 까고, 비닐봉지 사용에 돈도 부과하지 않고 뭐든지 막 써재껴 버리는 이 곳의 낭비 문화를 비판한다. ㅋㅋ 아시아 음식이 건강에 좋다며 웬만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런던에서 5년차 자취 경력이 있는지라 요리도 잘 한다. 나한테 맨날 남자친구한테 attractive하게 보이려면 요리 배워가라고 하는 재밌는 친구다.


어느 날은 다같이 모여 일을 하다가 gap year에 대한 고민을 갑자기 털어놓았다. 얼마나 쉬었냐 물어보니 지난 8월에 졸업해서 12월까지 4개월이란다. 그 동안에 인턴십도 어떤 활동도 공부도 안 했다며 비게 된 기간을 너무 걱정하는 것이다. 이럴수가. 휴학이 휴학이 아니라는, 모든 비는 기간을 채워나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서의 고민을 그도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 위에 사진의, 술을 따르며 신나하고 있는 오빠도 비슷하다. EU에서 일 하다가 잠깐 시간이 비어서 그 비는 시간에 더 경력을 채우려 여기에 왔다고 한다. 다들 gap year에 대한 부담감이 생각보다 상당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20대 대학생이 겪는 어떤 압박감과도 비슷했다.


그리고 나중에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직업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다고. 내가 생각하는 why를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이 담긴 일이면 좋겠다고 하며 미래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자신도 원래는 직업이나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의 priority가 돈이 아니었는데, 경제학 공부를 하고 주변 사람들을 보다 보니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요즘이란다. 나처럼 생각하고 싶은데 이제 그렇게 하려 해도 잘 안 된다고, 좋아 보인다고, 변하지 말라고. 나보다 3살이나 어린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보다 먼저 대학을 졸업한 녀석의 말이니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너도 너가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그 priority를 다시 찾을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했다.


신기했다. 한국에서 내가 하는 고민과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를 여기서도 고스란히 나누게 되다니. 얼어붙은 전 세계의 취업시장을 조금이나마 간접경험 할 수 있었다. 우리 청춘,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 각자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가치를 가슴 속에 꼭 담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무섭게도,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일주일 동안 숙소 및 인턴십 중계 단체의 폭풍 같은 문제들이 너무도 힘들게 하더니, 고새 적응됐다고 또 여기 생활이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다음에는 우리 팀 프로젝트에 대한 일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Wish Me Good Luck in Bost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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