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지도, 다르지도 않은거라고
동성애에 대해 어떤 입장도 고집하지 않고 있던 나는 기대치 않던 때에 게이 친구를,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떤 제목을 써야 할까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그러다 가장 사실인 문장을 선택했다. (예전에 너가 이렇게 써도 된다 그랬어 Chin ㅋㅋㅋㅋ)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1월 14일 처음 공항에서 만나 우리가 같은 숙소, 한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전전긍긍해 하자 "나 게이니까 안심해"라고 하던 순간부터?
아니면 5년 간 런던에서의 자취생활로 갈고닦은 요리 실력을 알게 된 순간부터?
아니면 어느새 진짜 미소를 보인 순간부터?
언제부터인지 진지하게 속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이 친구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반강제적으로 24시간 x (현재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을 그냥 우리의 시간 속에만 담가 놓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연애, 인생, 미래, 꿈, 세상에 대한 관점까지.
미국에서 동성애 합헌 결정이 이뤄졌을 때, 나는 페이스북 사진을 무지개 사진으로 바꾸지 않았다.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그들을 응원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아니라 판단했기에 어떤 확실한 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렸다. 그런데 Chin을 만나고, 그의 연애 고민과 사랑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정말 너무나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애인과 잘 지낼지, 어떻게 사랑을 속삭일지, 어떻게 서운함을 표현할지, 싸우고 나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참 평범한(ordinary), 그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사람에, 교육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고 Chin은 "Mindvalley"라는 회사를 추천해주었다. 그동안 내가 꿈꿔오던 그런 교육에 가까운, 너무도 좋은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회사였다. 아이섹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에 아이섹에서 근무했던 이들을 참 좋아한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비디오를 만들고 그걸 유튜브에 올려서 resume로 활용하는 회사. 이미 지원서를 제출했던 사람들의 비디오를 보니,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다 보니, 정말 가고 싶어졌다. 이 회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써보고자 한다.
TED의 Why-How-What으로 이어지는 Golden Circle 영상(지난번 글에서도 등장했었다)을 보고, 우리 인생의 Why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고 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후자는 너무 크기 때문에 전자를 자신의 Why라 생각한다고, 그래서 여행을 좋아한다고. 정말 놀랍게도, 나와 일치했다. 단지 나는 후자가 더 먼저이고 더 나은 세상의 범위가 한국으로 좁혀지는 편일 뿐.
그는 비를 처음 맞는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비'라는 새로운 것을 접한 아이의 표정은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들뜬 감정은 모니터를 통해 보는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릴 때 겪었던 모든 것들은 새롭기 때문에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낀다. 그래서 '언제 어른이 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많은 것이 무던해진 지금, 새로웠던 그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 나이를 먹을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의 자락을 붙잡아 보기 위해, 그렇게 나는 자꾸 새로운 경험을 하려 한다.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우리는 Boston-to-do list를 만들어 정말 열심히 싸돌아다녔다 ㅎㅎ
그리고, Asia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 흥미로웠다.
그의 주변에 "아시안이 얼마나 대단한데"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그렇게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특히 그는 indirect 하게 무시/깔보는 경험도 많이 있었다고. 나와본지 불과 1달 반 밖에 안 되었지만, 길이나 공공장소에서 마주치는 백인들 중에 인종차별을 하는 같지도 않은 무식한 인간들이 종종 있다.
Chin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은연중에 사회에는 그런 frame ㅡWhite people are better than any othersㅡ 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서양에서 시작한 자본주의/산업화가 더 발달된 것이고, 그것이 전 세계가 따라가야 하는 기준이 되어 있으며, 문화도 그렇고, 너무도 많은 것들이 이미 고착화되어 있다고. 그래서 우리도, 그들도 무의식 중에 그런 사고방식을 따라가게 되는 거라고. 사실 생각해 보면, 동양에 남아있는 문화나 시스템 중에 더 좋은 것이 얼마나 많냐고. 그래서 그는 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아시아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노력해야 금이 갈까 말까 하는 이 단단한 벽을 부수려,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가 반성했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사고를 일깨워 준 그에게 고마웠다.
이 편지를 읽고 느낀 그 순간의 감정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그에게 스스로 쓴 편지를 읽으면서 감히 내가 이 편지에 공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내용은 깊고 또 깊었다. 읽는 내내 나는 어느새 어린 시절의 그를 안고 눈물을 닦으며 "괜찮아, 괜찮아."라고 토닥토닥 위로하고 있었다. 11살의 그에게 "The worst has yet to come"이라고 말하는, 13살의 그에게 "You are different."라고 말하는, 14살의 그에게 "Be patient."라고 말하는, 그 감정을 감히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감정이 틀리거나 심지어 다르지도 않다는 것을 완전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딸이나 아들이 같은 상황이라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 그런 정도로.
이 편지의 마지막 문단의 문장과 우리가 했던 대화를 인용하자면,
It gets better,
and Change is coming slowly but surely.
I know you can translate and read it! haha
also I know it would be hard to understand completely because google translation is not that good. Anyway this writing is entirely about you, Chin. Lots of talk about love, date, boyfriend, future, dream, job, worry and values(esp. Asians best, remember?) of our own. I already feel that I will miss you a lot back to Korea.
Let's meet at Mindvalley! or please come to Korea. will be ready for my own business as you told me hehe
Devote these dearest moment to you
With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