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 이벤트를 맘껏 향유하다

매일매일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

by GRETTA

하버드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들 중 하나는, 하버드에서 제공하는 이벤트에 마음껏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Harvard Gazette라는 사이트 http://news.harvard.edu/gazette/harvard-events/events-calendar/에 들어가면 매일 날짜별로 어떤 행사가 진행이 되는지 나와있다. Public에게도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Harvard 학생이나 직원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하버드 가제트를 구독하면 메일로 하버드에서 발간하는 온라인 간행물이 날아온다. 좋은 기사나 인터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구독을 추천!)

Harvard Gazette Event 화면

인턴인 우리는 Harvard Staff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돈을 내야 하는 행사가 있다 하더라도 할인된 가격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 갈 때에는 '모든 이벤트를 다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적응하는 데에 걸린 시간과 귀찮음, 피곤함 등등 때문에 많이 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초반에 어수선하고 팀 빌딩하는 등에 쏟던 시간이 대부분일 때 더 많이 갔어야 하는 건데. 인턴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다.

하버드에서 제공하는 이벤트들은 정말 굉장하다. 하버드 교수들 뿐 아니라 배우,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다양한 강연이나 세미나를 진행한다. 하버드라는 대학의 힘 때문에 더 그렇겠지 - 여기서 강연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일 테니까 :)




처음 Harvard Gazette 사이트를 접하고 그 리스트에 나와 있는 매일매일 열리는 이벤트들을 보면서 ”와 정말 듣고 싶다”며 달력에 등록해놓고 못 간 것들이 있는데, 그중에 너무 아쉬운 것들이 있다.


먼저 Askwith Forum - The American Dream in Crisis: Can Education Restore Social Mobility?

특히나 일하는 분야의 주제와도 관련 있는 주제라 꼭 가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레포트 초안을 내야 하는 날이었어서 그 전 날 늦게까지 일하느라 못 갔다. 이 세션에서는 American Dream(아메리칸드림)의 대표 격인 평등의 기회가 위협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상위 3 소득 분위와 하위 3 소득 분위의 아이들 사이에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리고 이 격차는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분야에서 모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Ask-with-Forum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강연, 토론, 질의응답을 통해 교육자들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움직임을 재고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지금 이렇게 행사의 개요를 적으면서도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너무 궁금하고 참여하지 못 한 것이 참 아쉽다.


두 번째는 영화 <Brooklyn>의 원작 저자인 Colm Tóibín 의 Writers Speak session.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책이 너무 좋고, 뉴욕 여행 중 Brooklyn에 아주 푹 빠져버린 나로서는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나지 못 해 가장 아쉬운 사람. 달력에 적어놓지는 않았으나 정보조차 알지 못했기에 너무 아쉬웠던 Conan O’Brien의 강연.

나도 Conan 보고 싶었는데... (흑흑)

한국으로 가기 직전에 하버드에서 짧게 강연하고 갔다는데, 왜 Gazette 사이트에도 뜨지 않았고 포스터 같은 것도 붙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하버드에 있는데도 왜 가지를 못했니… 나중에 이메일로 온 내용을 보고 안 사실이어서 정말 너무 아쉬웠다. 영문학과 전공인 만큼 영문학과 인문학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듬뿍 내비치고 갔다는 기사(http://news.harvard.edu/gazette/story/2016/02/conan-explore-learn-take-risks/)를 보니 "역시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쉬운 기회를 몇 번 보내고 나니 더 이상 이 좋은 기회들을 놓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찾아보고 신청한 이벤트들!

총 7번의 행사:

(1) 기후 변화와 관련된 Movie Screening: <This Changes Everything>

(2) 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Funny Face> 감상

(3) 매일 아침 Appleton Chapel in the Memorial Church에서 열리는 Morning Prayers

(4) George O’well의 소설 <1984>를 각색한 연극

(5) 문화가 인간의 진화를 어떻게 가져왔는지 관련된 책 <The Secret of Our Success>의 저자 강연

(6) Official Harvard Historical Tour

(7) Harvard Kennedy School에서 매 주 진행하는 경제 관련 세션 중 하나였던 Christopher Smart 교수의 'Money, Power, and Politics of International Finance'와 관련된 강의에 참여했다.

이 중 세 가지만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Movie Svreening.기후 변화의 위기와 세계 시민으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This Changes Everything>을 상영하고 이에 대해 간단한 discussion을 나누는 자리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puSt_ST4_U 여기에 가면 트레일러를 볼 수 있는데 꽤나 강렬하다. 사실 대중영화에 익숙한 나는 이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영화에 친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레이션도 굉장히 잘 들렸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으며, 구성과 색감마저도 굉장히 좋았다.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고, 터전을 빼앗기는 것에 분노하고, 정부나 기업의 개발 결정을 철회하기 전까지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그 장면을 보며 과연 나는 저렇게 desperate 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곱씹어 보았다. 시위대 중 한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이 위기에 간절하지 않은 여자들은 파우치에 립스틱을 들고 다니죠? 저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약을 들고 다녀요. 시위를 지속적으로 하면 얼굴에까지 상처가 나니까요." 이 말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우치를 꺼낼 때마다 나를 움찔하게 한다. 그래서 Activist가 될 만큼의 간절함이 없는 나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이렇게 영화의 초중반에서는 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던진다.

결국 "It is time to be a global citizen. (우리 모두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이라는 진부한 결론이었지만, 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에 있어서 조금은 새로웠다. 지구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긴장감이나 위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기후 변화는 우려가 아닌 사실이야.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위기가 우리가 다 함께 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거지. 어때, 이 기회를 한 번 누려보지 않을래?"라는 방식의 화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Let's enjoy the limit (한계를 즐겨보자)"는 표현을 쓰기까지 한다. 영화에 나오는 시위 장면들 중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초록 깃발을 들고 활짝 웃으며 시위하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 또한 보인다. 이렇게 긍정적인 자극이었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결 산뜻한 마음으로 세션과 토론에 임할 수 있었다.



영화 포스터 출처: (좌-www.theenglishgroup.co.uk/우-quotesgram.com)

다음으로,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 <Funny Face>. 이 영화는 정말 인생 영화라 꼽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일단 색감이 정말 너무 아름답고,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장르이기에 음악이나 춤이 등장하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였다. 진부한 스토리이지만, 책방 점원이 우연히 패션 잡지 사진작가의 눈에 들어 탑모델로 승승장구한다는 내용은 이후에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들의 베이스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 '오드리 헵번 님, 배우가 되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외모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연기, 노래, 춤 모든 것이 수준급인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더군다나 외모에서 마음도 아름다운 사람인 것이 드러나는 정말 밝은 아름다움의 소유자라는 것이 영화 속에서도 드러나서 보는 내내 참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The Secret of Our Success>의 저자인 Joseph Henrich의 강연. 그는 어떻게 인간이 수많은 종들 중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먹이사슬의 가장 상위계층에 존재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지식 때문에도, 똑똑한 두뇌 때문에도 아니다. 'Culture, 문화'라는 중요한 key를 강조한다. (Relative success of humans is not explained by intelligence but social learning.) 그리고 그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들을 제시한다. Sociality, 사회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문화가 이끌어 내는 Collective Brains [집단 지성]과 Cultural Evolution [문화적 진화]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증거들(예를 들어, 왜 Tasmanian이 좋은 도구들을 다 잃었는지에 대해 집단 지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제시)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책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정말 똑똑한 분이었다.

그리고 강연장이 꽉 찼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이 참 많이 오셨었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Q&A 시간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질문을 많이 하셨다. 책과 더 친해지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작은 사건이었다.


지식의 향연과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끊임없이 제공되는 하버드의 이벤트들은 참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적어보니, 매일 가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참 행복한 시간이었음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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