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가요?
외국에 나오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진다. 돌아다니면서 한국의 흔적을 찾거나 한글을 발견하면 한 번 더 만져보고, 한 번 더 읽어보고, 사진도 한 번 남기고. (그렇다고 한국에 있을 때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나는 주변에서도 알아주는 애국자!)
외국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문화 중 하나에 우리나라 문화가 속한다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자기소개를 하며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면 너도 나도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국의 가수, 드라마, 음식, 화장품 심지어 패션 브랜드까지 앞다투어 얘기한다. 한류의 주역인 소녀시대와 빅뱅부터 최신 아이돌 가수들까지 줄줄 이름 대며 정말 좋다고 이야기할 때. 심지어 나도 보지 않은 드라마를 이야기하며 김수현을 찬양할 때. 비빔밥과 김밥,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만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할 때. 한국 옷들 참 예쁘다고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어볼 때. 한국 가서 마스크팩 쟁여와야겠다며 로드샵 화장품을 너무나 좋아할 때! (심지어 뉴욕 여행 중 묵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한국 로드샵 마스크 시트 제품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기분이 참 짜릿짜릿했다. 한국인이 아닌데도 너무 좋아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거리가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정말 그 정도겠어?" 했던 한류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숙소에서 너무나 맛있게 그리울 틈이 없을 정도로 자주 해 먹었던 한국 음식!
진짜 맛있었던 치즈 라볶이, 야식으로 해 먹었던 남녀노소 국적불문 좋아하는 라면, 그리고 순두부찌개까지 완전 인기 만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하버드 박물관에서 발견했던 고려청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Gleice에게 한국의 아주 유명한 전통 그릇이라고 알려주었더니 너무 아름답다며 계속 "청자! 고려청자!" 하면서 발음을 연습했다. ㅋㅋㅋ
나중에 다른 한국 친구 만났을 때 고려청자 이야기하면 한국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거냐는 귀여운 그녀 ㅋㅋㅋ
한국인의 흥을 빼놓을 수 있을까. 보스턴 노래방에서 다 함께 미친 듯이 불러댔던 빅뱅의 Fantastic Baby는 분위기를 100도씨까지 끌어올렸다. 다들 방방 뛰고 멜로디 따라 부르고 신나게 놀았던 기억!
그리고 뉴욕 브루클린의 아주 핫한 bookstore인 Powerhouse Arena에서는'서울-뉴욕 포토 페스티벌'이라 해서 한국 사진작가 분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보스턴에는 Mapparium이라는 곳이 있는데,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느낌의 큰 구 모양의 장소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지도를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지구본 안에 들어가 구경하는 느낌이 든다. 그곳에서 본 Sea of Japan. 우리한테는 분명 동해인데, 왜?
사실 그 어디에도 East Sea는 없었다. 도서관, 책방에서 만난 모든 지도들은 전부 일본해였다. 간혹 발견하더라도 Sea of Japan (East Sea) 이렇게 괄호 안의 병기 정도일 뿐. 그래서 같이 간 친구들에게 이 곳은 East Sea이며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독도는 애초에 분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엄연한 한국 땅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또한, 보스턴에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Holocaust Memorial) 공원이 있다. 엄청 높은 유리벽이 세워져 있고, 그 유리벽에는 당시 수감되어 있던 사람들의 죄수번호가 가득 새겨져 있다. 유리벽 안에 들어가면 밑에서 자욱하게 연기가 나오는데, 공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당시 수감자들의 기분을 아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놓은 장치라고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글을 읽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한 수많은 행적들과 그 당시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그들의 아픔. 남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했던 일 또한 나치가 그러했던 것처럼 인간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당했는데, 우리는 왜 아직도 정식으로 사과를 받고 있지 못하는가. 국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왜 사과받아야 할 일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기억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에는 동아시아의 자료가 모여있는 하버드-옌칭 도서관(Harvard-Yenching Library)이 있다. 이 곳에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Reference와 Journal이 있다. 이 곳에서 발견한 친일인명사전에는 친일파의 신상과 행적이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그리고, 강해지자. 독일인들이 홀로코스트에 대해 끊임없이 유대인들에게 사과하는 이유는, 그들이 착해서라기보다는, 유대인들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