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경험 속에는 사람이 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로 한 유명한 연설이 있다. Connecting the Dots. 내 삶에서의 dots를 미래를 바라보며 연결하면서 사는 것은 어렵고, 나중에 뒤를 돌아보면서야 연결할 수 있다는 그의 말. 지금 이 일을 하는 것이 과연 내 꿈에 도움이 될까 싶은 불안감이 들지만서도, 결국은 이어지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그 dot을 믿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지구 건너편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감명깊게 다가왔다.
이 오래된 연설이 내게 크게 와닿았던 이유는, 아마도 지금쯤 한 숨 고르고 뒤를 볼 때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그 점들이 내가 걸어온 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팀원들은 인문학도인 나 빼고 전부 경제학, 법학, 컴퓨터공학 등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공을 공부했다. 하버드에서 해외 인턴십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아이섹이라는 학생 단체에서 고려대학교 지부장을 했던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도 지부장이었을 때의 경험을 가장 많이 물어보았다.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5년 전 아이섹 신입회원 면접을 볼 때를 생각해 보면, 그 때 합격 가능했던 이유도 고등학교 때 졸업콘서트를 준비하면서 학교 근처 여러 학원과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펀딩을 약 150만원 정도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원했던 부서가 대외협력부서로 외부 업체로부터 펀딩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면접관이었던 부서장 언니는 나중에 그 경험이 인상깊었다고 얘기해주었다.
그 때 이 경험들이 지금의 (작은) 성과를 이루기까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했냐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콘서트 준비할 때에는 재수를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엄마한테 있는 욕 없는 욕 다 들어가며 재수학원 들어가기 직전까지 올인했다. 아이섹 지부장을 할 당시에는 너무너무 힘들었어서 회의가 끝나고 가는 길 지하철에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고 집에 가서는 영문도 모르는 엄마 품에 안겨 소리내어 엉엉 울기까지 했었다.
AIESEC Boston(아이섹 보스턴)의 인재관리부서장이었던 친구가 AIESEC Girls Brunch 모임을 제안했다. 새로운 term이 시작하면서 들어온 신입 멤버들과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리였는데 인턴으로 온 우리도 초대해 주었다. 그 전 날 우리 팀원들은 불금을 즐기기 위해 클럽을 다녀온 상태였다. 알람이 울려 눈을 떴으나 폭신하고 따뜻한 침대는 가지 말라며 유혹했다. 그렇게 10분 가량을 누워 있다 기어코 나간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에서 온 아이섹 지부장 출신의 사람이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본에서 온 Rina를 만났고, 그녀는 보스턴 한인 로컬 신문 '보스턴 코리아'의 김시훈 기자님을 소개해 주었다. 하버드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고 싶으시다며 컨택을 받았고, 처음으로 내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인터뷰 기사(http://bostonkorea.com/news.php?code&mode=view&num=23207)를 뜻밖의 선물로 받게 되었다.
이렇게 대학생활의 경험을 풀어낼 수 있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하며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버드 인턴기라는 매거진으로 출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유럽 여행기, 일상에서 얻는 인사이트 등 다른 매거진도 작성 중이다. 이 중 두 개의 매거진이 마무리 된 이후엔 조금은 특별한 여행 매거진을 구상하고 있다.
그 어떤 일이든지 다음을 위해서 이것을 해야지 하고 임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끌리니까, 재미있으니까, 하고 싶으니까. 명성이나 남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선택한 경험들이고 그 순간의 점들은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의 디딤돌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순간 속에서 내가 힘들 때마다 이겨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은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으며, 이 점들을 모두 연결시켜 준 원동력은 내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이 불변의 사실은 앞으로의 dots에도 변함없이 적용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