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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TA May 15. 2016

글쓰기가 가져다 준 8가지 변화

글쓰기 예찬(禮讚)

1. 집중력을 되찾았다.

수험생일 때 수능 공부에 미친 듯이 집중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었는데,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다시 집중력을 찾게 되었다. 여기엔 열정도 포함된다. 아무리 피곤해도 글을 써야지 마음 먹은 날에는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올빼미가 된다. 신기하게도, 글쓸 때에만 적용되는 줄 알았던 집중력이 중간고사 기간에 전공 과목을 빠르게 훑을 때에도, 토익 모의고사를 푸는 동안에도 작동하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2. 하루 동안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글감'이라는 제목의 메모장을 만들어 놓고 순간의 아이디어들을 기록하는 것이 습관화된다. 메모가 익숙해진다.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모든 사건과 생각을 글로 풀어낼 때 그들은 '꽃'이 되고,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 된다.



3. 창작의 고통을 이해하기에 모든 컨텐츠에 대해 경의를 표하며 불법유통엔 눈길도 주지 않게 된다.

한 편의 글을 쓰기까지 공감갈 만한 주제인지, 아이디어가 바람직한지, 사진은 무엇을 쓰고 어디쯤 배치할지, 글이 잘 읽히는지 수많은 고민과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 밤 10시에 쓰기 시작한 글이 새벽 5시나 되어야 맘에 들게 나온다. 다음 날 일이나 학교라도 가야 하는 날이라면 잠은 턱없이 부족하다. 완성 후의 그 뿌듯함에 중독되어 창작을 지속하지만, 피곤이 극에 달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아마츄어로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러한데, 전문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해 내는 창작자 분들은 오죽할까.

창작에 오랜 시간이 드는 데에 비해 컨텐츠가 소비되는 시간은 짧다. 즐겨보는 웹툰이나 영화도 전부 그러하다. 이전보다 작품을 더 주의깊게 보게 되었다. 모든 것을 만들어내기까지의 노력을 (발톱의 때만큼이나마) 공감할 수 있기에.



4. 누군가에게 직접 말하기엔 부끄러운 말들을 전할 수 있다.

왜, 간혹 부모님이나 남자친구나 불특정 다수 등등에게 직접 말하기 부끄러운 주제의 말들이 있지 않은가. 고맙다든가, 사랑한다든가. 글쓰기를 활용하면 간접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쓴 글들이 꽤 있다. (쑥스러움의 몫이 글의 주인공에게까지 함께 지워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5. 나만의 특별한 취미.

"취미가 뭐에요?" 의 질문에 내 대답은 영화보기, 피아노 치기, 음악 듣기 등이었다. 전국민 모두가 가지는 취미에서 늘 벗어나고 싶었지만, 조금 색다르다고 여겨질 만한 (ex. 스킨 스쿠버, 굴다리 걷기...) 것들은 취미의 정의를 적용시켜봤을 때 내 것이 될 수 없었다.

취미 趣味 [발음 : 취ː미]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특히 3번의 '마음이 당기는' 이라는 표현을 고려했을 때, 글쓰기는 내 취미가 되기에 더할 나위 없다.



6. 오롯이 나를 위해 책을 읽게 된다.

한국인들의 독서량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꾸준히 나오고, 여러 방법을 통해 책읽기를 장려하고, 책을 읽으면 뭐에 좋다며 설득하는 칼럼이나 글들이 범람했다. 그런 많은 매체들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던 내가 더 좋은 표현과 문장을 구사하고 싶어서, 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어서 다시 책에 욕심을 부리고 있다.



7.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데에 익숙해진다.  

전달력이 높은, 매력있는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을 가다듬는 데에 부단한 노력을 들인다. 중간고사 때 작성한 답안지를 다시 읽어봤을 때 초고가 이전보다 술술 읽혔다. 95% 이상의 문장들의 주술구조가 명확하고, 불필요한 말이 없어서 많이 다듬지 않고 제출할 수 있었다. (물론 학점은 장담할 수 없다.) 비단 글쓸 때 뿐 아니라 말할 때에도 실감한다. 머릿 속에서 회전하는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8. 글이라는 그릇에 나를 가득 담아낼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변화이다. 학력 한 줄, 경력 한 줄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날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을 빚는다는 느낌으로 글을 써내려 간다.

신기하게도 다른 작가 분들의 글을 읽으면 그 작가 분이 보인다. 한 번도 뵙지 못한 분들인데도 그 글 속에 사람이 묻어난다. 그래서 글은 참 매력있는 도구다. 내 글에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담뿍 묻어나길 바라본다.



글,

글자도 발음도 참 예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작가분들의 변화를 궁금해 하며 (댓글에 함께 해요!), 아직 시작하지 않은 독자 분들께 적극 추천하며! 글쓰기 예찬(禮讚)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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