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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TA Jul 06. 2017

'조선의 나폴리' 통영 앓이.

연화도 가보셨어요? 수국은 제주만 풍성한 게 아녀라.



"통영? 진짜 좋아"


라는 말을 들어온지 어언 5년째에 드디어 통영으로 향했다. 처음 만난 통영은 과장 조금 보태서 '충격적'이었다. 문학과 예술의 대가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눈 앞에 보이는 자연경관이 모두 예술이다. 이 아름다운 도시가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남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한려수도는 그 어느 나라 섬들도 부럽지 않을만큼 아름답다.

한려수도를 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전망대 위에서 맡는 바다랑 바람 냄새가 참 맑고 상쾌하다. 사람이 많아 처음 도착했을 때엔 그 정취를 한껏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제일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귀에 이어폰을 꼽아보자. 지평선 너머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비릿함과는 거리가 먼, 저 멀리서 바람 따라 쓸려오는 깨끗한 바다 냄새가 코 끝에 맴돈다.


지평선 너머에서 가까이에 있는 섬으로 슬쩍 시선을 옮기면, 부드럽게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펼쳐진 산이 보인다. 어떤 나무들이 자라나 궁금해서 안경을 꺼내 들었다. 굉장히 다양한 수종이 보인다. 남쪽이라 그런가 녹색도 따뜻하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은 가능한 한 오래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섬은 갔다 와야지.


처음에는 가장 추천을 많이 받았던 소매물도 탐방을 계획했다. 그러나 간발의 차로 당일에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배를 놓치고 말았다. '아, 그럼 어디 가지...' 차선책은 생각지 않고 왔는데 회사 동기가 추천했던 섬 이름이 생각났다. 연화도. 급히 옆 창구로 가서 표를 끊었다. "제일 빠른 연화도 배로 주세요." 정보를 전혀 찾아보지 않았던 곳이라 아무 기대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내리자마자 연화도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작은 운동장이 있는 자그마한 학교와, 꽤나 화려한 위용을 자랑하던 연화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수국 로드.



느리게, 자박자박,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담았다. 배에서 내려 담고 싶은 풍경들을 영상에 하나씩 담아보았다. 연화사까지 올라가는 길 가득한 수국은 아름다웠고 향도 짙었다. 수국을 본 어머니들은 아이처럼 즐거워하셨다. 연화도를 방문한 모두가 살짝은 이국적인 섬의 모습에 반해 상기된 표정이었다.

연화도에 도착하여 찍은 첫번째 영상




해무가 짙게 깔린 바다를 끼고 걷다.


연화사에서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하여 출렁다리로 발걸음을 바삐 했다. 돌아가는 배 시간 맞춰 2시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절경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멈춰서서 또 담았다.

맑은 날도 좋았겠지만, 해무가 짙게 깔린 풍경도 절경이었다. 내리막길에 접어들며 자연스레 탄성이 나왔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세월 동안 물결에 깎여온 벼랑과, 해무가 자욱한 바다의 조합이 너무도 신비로와서.


내 눈엔 Seven Sisters 보다 멋진데.




출렁다리까지 가던 중 만난 귀한 인연


저 멀리 다리가 보일 때쯤 차 한 대가 옆에 섰다. "출렁다리 가세여? 태워드릴까예?" 아주머니가 다정한 말을 건네 오셨다. 남편 분과 여행을 오신 것 같았다. 두 분은 구미에 사시고, 당일치기로 여행을 오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구미로 종종 발령받아 친근한 도시라고 하니, 구미를 아냐며 다른 사람들은 대구 옆 조그맣게 붙어있는 곳으로 안다꼬, 구미 큰 도시인 거 아는 사람 만났다며 반가워하셨다.


"아휴~ 더울 텐데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왔어여, 혼자 여행 왔나봐여?" 왜 혼자 여행 다니냐며 궁금해하시길래, 그냥... 길 가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제약없이 누릴 수 있는 그 여유가 좋다고 했다. 군대 가있는 아드님도 보헤미안 영혼이라며, 제대하고 유럽 여행 비용을 모으기 위해 벼르고 있다고 한다. 2015년의 유럽여행을 말씀드리며 혼자 다녀와도 좋을 거라는 응원을 전했다.


아, 멋지다.


출렁다리를 함께 구경하고 나서, 건너편에 있는 비경도 보고 가야 한다며 또 손수 차로 데려다주셨다. 덕분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올 수 있었다. 지난겨울 제주에서도 친절하신 분들 덕분에 잘 얻어 타고 다녔는데, 이번 통영에서도 귀한 인연을 만났다.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나홀로 뚜벅이 여행이 두렵지 않은 이유! 정말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베풀어 주신만큼 저도 베풀며 살겠습니다 =)





끝이 없는 수국길을 듬뿍 누리는 행복



수국 나무가 드문드문 한 그루씩 있는 건 많이 봤는데, 이렇게 흐드러질 것 같은 광경은 난생처음이었다. 차로 데려다주셨던 부부 분들이 내가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시면서 "이쪽 길 안 왔으면 어쩔뻔 했냐"고 웃으셨는데, 그러게 정말 안 왔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수국 가득한 길의 행복을 담은 영상

여름 수국을 보러 제주를 가야 하나, 찾아보던 비행기 티켓 가격은 성수기라 그런지 너무 비쌌다. 하지만 하릴없이 티켓 예매 창을 닫던 그때의 아쉬움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운 연화도의 수국길이었다. 수국과 함께 나를 담아줄 사람이 옆에 없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이 아름다운 곳을 듬뿍 경험했으니 다음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와야지.


통영 두 번 가세요, 아니 세 번 가세요.
통영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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