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United Kingdom, page 2
"영국인들.... 인종차별을 한다는데?"
"겉으론 웃으며 인사하는 저 사람, 모퉁이를 돌고도 아직 웃고 있을까? (feat. 아이유)"
처음 유럽여행을 시작하기 전, 런던에 도착하기 전 많이 들었던 런더너들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도 하고 갔으며, 사람들과의 만남에 있어 기대치 자체를 낮춰버렸다.
나의 런던은 과연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겠지만, 영국은 나에게 있어 문화적 영감의 원천이다.
셜록 홈즈(책, BBC 드라마), 해리포터, 오페라의 유령, <Begin Again>, <About Time>, <Notting Hill>, <Imitation Game>, <Kingsman: The Secret Agent>, <Love Actually>, Adele, Mcfly 등등…
영국에서 만들어져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의 고장을 찾다보니 영국이었다. 문화 강국이라 일컬어질만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영화/가수" 카테고리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들은 특별하고 또 소중하다.
그래서 나는, 런던의 본격 여행지 중 가장 먼저 셜록 홈즈를 만나러 가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머물고 있던 숙소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버스도 타고 열심히 걸었다.
가던 중에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런더너들은 내 예상과는 달리 꽤나 친절했다.
상점에 들어가면 꼭 눈을 마주치고 가벼운 인사를 주고 받으며 안부를 묻는 점원들, 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카메라 앞을 지나가며 방해해서 미안하다는 사람들. 길막하고 있는 내가 미안해야 하는게 아닐까.
버스 정류장에서도 그러했다. "lady first." 씩 웃어주며 먼저 탈 수 있게 도와주던 사람, 모르고 살짝 치고 지나가더라도 sorry와 thank you를 입에 달고 사는 이들 덕분에 부딪혀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옷깃 스치는 인연이 재밌었고 감사했다.
나는 런던에서 꼭 버스를 타고 다녔다. 한국에서도 바깥 보는 것을 좋아해 버스를 선호하는데, 런던에서는 이렇게 버스가 잘 되어 있는데 마다할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층버스!
여기 오른쪽에 있는 소녀들은 길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엄청 큰 바틀의 우유를 가운데 놓고 빵을 나누어 먹는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문화충격이었던 나에게는 신기했던 광경!
내게 셜록 홈즈 박물관보다 백만배는 더 중요했던 장소. 바로 Sherlock의 촬영 장소 스피디 카페!
커피 한 잔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미 관광지 아닌 관광지로 자리 잡은 곳이라 조용하던 주택가의 카페임에도 꽉 차 있었고 저 옆 Baker Street 221B 문 앞에서는 나 말고도 사진 찍는 동지들이 있었다. 사실 실제 Baker Street 221B엔 셜록홈즈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고, 이 장소는 그 옆 길이다!
흠, 덕후의 마음은 이러했다. 이 곳에 드러서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뛰던 내 심장.
'이 거리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밟았겠지, 이 문고리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만졌겠지, 이 스피디 카페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보았겠지.....' ㅋㅋㅋ
오이 아저씨는 동경의 대상이다. 드라마를 본 순간 푹 빠졌을 뿐 아니라, 재작년 토론+발표 수업에서는 그를 인용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하기까지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도 매력있는데, 외적인 모습도 여간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2013년 8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자신을 찍는 파파라치에게 준비해 놓은 종이로 사람들에게 "Go Photograph Egypt AND Show the world something important." 라고 메세지를 던졌다. 이 모습에 더욱 더 팬이 되었다.
그리고 최애화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만나기 위해 갔던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미래의 멋진 화가가 될 어린 아이들이 많았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찰칵.
우중충했던 타워브릿지에서 만난 한국인 분이 찍어주신 사진.
똑딱이의 한계...... 흐린 날엔 쥐약이다. 내가 찍어드린 사진은 맘에 드셨으면...
진짜 신기하게 한국인은 대번에 한국인을 알아본다. 그리고 수많은 동양인들 중 한국인은 기가 막히게 티가 난다. 다른나라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우린 우리를 잘 알아본다 :) 내가 다니면서 본 나홀로 동양인 여자 여행자들 중 90% 이상은 한국인이었다. 나홀로 여자 여행자의 그 비율이 웬지 모르게 참 기분이 좋았다. IT 강국 답게 엄청난 여행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우리답게, 내 또래의 멋진 친구들은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안고 혼자서도 용감하게 세계로 발을 내딛고 있다.
런던에서 교환학생을 하던 동기가 강력추천한 쉑쉑버거(Shake Shack Burger)를 먹으러 코벤트 가든에 갔다. 처음으로 레스토랑 다운 레스토랑에 들어가던 순간이었다. 솔직히 겁이 났다. 혼밥.... 쉽지 않은 혼밥을 하기까지 나는 꽤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일단 코벤트 가든 내의 쉑쉑버거 위치를 파악하고, 사람은 어느 정도 있는지, 내가 앉을 만한 자리는 있는지 보기 위해 주변을 왔다갔다거렸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주문 줄에 섰다.
"메뉴판 좀 줄래요?"
"아까 이 근처 돌아다녔죠?!"
에에?! ㅋㅋㅋㅋ 금발머리에 사파이어색 눈을 한 그는 아까 가게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며, 왜 이제 왔냐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녀석, 꽤나 수완이 좋다. 어디서 왔냐고, 혼자 여행하고 있냐고. 자기네 버거가 이 지역에서는 제일 맛있다고 자부한다며, 가장 기본 메뉴이지만 best인 메뉴를 추천해줬다. 주문받는 갈색 머리의 그녀도 또래의 동양인 여자가 흥미로워 보였나보다. 아직 어려운 영국의 동전을 내밀자 친절하게 알려주며 가져갔고 주문서에 적을 내 이름을 물었다.
"혜원이에요."
"H... 오, 스펠링이 너무 어려워요 ㅠㅠ 하나하나 불러줄 수 있겠어요?"
귀여워라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하죠! H-Y-....." 하나하나 받아적던 그녀는 다 적자, "혜-원, 고마워요. 식사 맛있게 해요!" 라며 싱긋 웃어주었다.
버거 세트를 받아 와 자리를 잡고 앉아 사진도 찍고 한 입 베어물며 천국의 맛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금발머리 귀요미 알바생은 계속 내 주변을 맴돌았다. 왜 케찹을 안 가져갔냐며, 쉐이크 먹을 때 빨대가 필요하다며 셀프로 가져와야하는 것을 모른 나에게 그는 모두 친절히 가져다 주었다.
도대체 누가 런더너들이 불친절하다 한거야?
식사를 다 마치고, 오전에 일찍 가 day seat으로 겟한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Her Majesty's Theatre에 갔다. 이름부터 너-무 좋다. 여왕폐하의 극장이라니, 그 곳에서의 오페라의 유령이라니! 감히 인생 뮤지컬이라 칭하겠다. 초반 크리스틴의 Think of me에서 돋은 소름과 울컥함을 시작으로,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웠다. 영화에서 보았던 그 노래들이 현악기 라이브 연주와 함께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슬픈 내용도 아닌데, 다 아는 이야기인데 노래와 아름다운 무대장치가 자꾸 눈물샘을 자극하더라고. 꿈인지 생시인지 싶을 정도로 정말 최고의 뮤지컬이었다. 아주 긴 시간 동안 한 곳에서 자리를 지켜온 위엄이랄까.
중간 break time에 내 왼쪽에서 함께 눈물을 닦고 있던 분을 보니, 한국인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이 뮤지컬의 위대함에 대해 엄청나게 찬양을 했다. 포니테일을 하고 안경을 쓰고 있던 그녀는 독일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제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들어가기 전 유럽여행 중이었던 그녀는 런던이 정말 너무 좋다고, 당일 런던을 떠나기 직전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가려고 왔다고 했다.
사실, 런던에 도착한지 삼일이 채 되지 않았던 나는 이 대도시에 정을 못 붙인 상태였다. 그런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계기로 런던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이 때부터 날씨도 도와주었기에 런던에서의 일주일이 끝나갈 때 쯤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의 강력 추천이었던 캠든 마켓은 내 취향을 100% 만족시키지 못했고, 나는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에서 다시 한 번 런던과 깊은 사랑에 빠졌다. (포토벨로 마켓은 다음 page에서 :) )
재밌게도(1), 오페라의 유령을 함께 보았던 그녀는 나중에 스위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에서 얼핏 본 것 같았다. 렌즈를 끼지 않은 상태라 확실치 않아서 더 다가가 보지 못하고 (혼자 있고 싶기도 했고) 그녀를 떠나보냈지만, 그녀가 맞았다면 아마 또 마주쳤을 수도 있던 꽤나 깊은 인연이었다.
재밌게도(2), YHA에서 친해진 우리 방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정민씨는 나와 같은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보았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온 다음 날 "어제 오페라의 유령 보고 왔어요!" 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은 시간 대의 공연을 함께 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카메라의 사진을 보니 내 앞에 정민씨 얼굴이 찍혀있었던 것을 확인! 이런 엄청난 인연이 또 있을까! YHA에서 함께 방을 쓴 엄청난 매력의 그녀들은 다음 페이지에서 등장할 예정이다.
1) 런던에서는 모든 건널목 바닥에 어느 쪽을 보고 건너야 하는지 쓰여있다. 어찌나 친절한지.
2) 흐린 런던엔 흑백 필터가 더 잘 어울려 -
3) 셜록 홈즈 뮤지엄의 디테일함
4) 관광용으로 다니는 알록달록한 무지개 버스
5) 약탈해 와서 Great Britain이라 하면 살림살이 좀 나아지십니까..
6) 태극기에 동전 제일 많음.
7) 오후 2시 공연임에도 꽉 차던 극장. 역시 문화강국.
8) 이 날부턴 맑은 하늘만 보여주던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