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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약사 Mar 10. 2021

아이야 니 잘못이 아니야

ADHD는 가족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ADHD라는 병, 들어 보셨나요?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정도가 되겠네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과잉행동을 하는 신경계 발달장애의 일종입니다. '아이들은 다 까불거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 하실 수 있는데 ADHD로 진단받는 아이들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합니다. 연구가 덜 되었던 10~20년 전에는 청소년기까지 지속되다가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질환으로 알려졌었는데요. 요즈음에는 조기에 관리,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성인 ADHD의 경우는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유사한 증상이 많아 정확한 전문의의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ADHD의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 저하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파민의 신호를 받는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지면 도파민의 효과 자체가 떨어지게 되지요. 그러면 도파민이란 무엇일까요?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인체 내에서 여러 가지 작용을 합니다. 특히 뇌의 주의력을 관장하는 부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도파민은 반드시 필요한데요. 한 논문에 따르면 ADHD 환자들 105명을 대상으로 뇌를 MRI로 관찰한 결과, 주의력을 관장하는 부위가 얇다는 사실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의력을 관장하는 부위가 두꺼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치료제로는 일반적으로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라는 약을 많이 사용합니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은 방출되어 사용된 다음 재흡수되어서 다시 사용하게 됩니다. 메칠페니데이트는 이러한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에서 ADHD의 원인이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 저하라고 말씀드렸죠? 방출된 도파민이 재흡수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잔존하게 되면, 아무래도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게 됩니다. 즉 도파민의 작용시간을 늘려서 효과를 높이는 게 목적이지요.


메칠페니데이트는 혈중 도파민의 활동하는 시간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 또한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었을 때의 반응으로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신경과민, 두통, 졸음, 불면증 등이 일반적인 부작용이지요.


졸음과 불면증이 부작용에 다 들어가 있는 게 인상적인데요. 도파민이 항진된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몸이 도파민 과잉에 대한 반작용으로 신경을 안정시키는 다른 물질들을 분비하면서 각성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졸음이 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메칠페니데이트 제제는 반나절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서방형 제제가 있고요. 짧은 시간(4~5시간) 작용하는 속방형 제제가 있습니다. 그럼 서방형 제제와 속방형 제제 중 어떤 약이 많이 쓰일까요? 약리적인 측면에서는 지속시간이 길어서 저녁까지 작용하는 서방형 제제가 부작용 등의 문제로 더 적게 사용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속방형 제제로 증상을 조절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들이 하루에 12시간 이상 공부를 하다 보니 서방형 제제의 처방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조금 서글픈 현실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신경정신과 진료, 처방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기에 진단받지 못하고 환자와 가족 모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한 가지를 진득하게 수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그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느껴진다면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ADHD로 진단을 받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해서 그 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 처방받은 약물을 처방 용법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복용하면서 앞서 언급드린 부작용 등이 심하게 발생할 경우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약물을 변경하거나 용량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금방 치료되는 급성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길게 보고 조금씩 습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만성질환일수록 영양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DHD는 불치병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일주일 약 먹고 낫는 급성질환과도 다릅니다. 마라톤을 하듯이 긴 시간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는 질병인데요.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식습관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가면서, 가족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예후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제가 대학병원에 다닐 때 일어났던 일입니다. 의약분업 이후 외래진료를 받으신 분들은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지으셔야 하는데요. 예외조항으로 퇴원환자의 약이나, 정신 신경 계통의 약물은 병원 내 약국에서 받아갈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외래약국에서 근무를 할 때는 ADHD로 진료받고 약 받아가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그중 A군의 경우 매달 약을 받아가지만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A군의 어머니가 약을 받으러 투약대로 가는 그 짧은 순간도 참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소리 지르곤 했었죠. 어느 날 A군이 어머니와 함께 외래약국에 왔습니다. 그날따라 유독 평소보다 더 불안해하고 시끄럽던 A군, 그리고 어머니는 유독 피곤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사건은 A군이 바닥에 드러누워서 뒹굴기 시작할 때 일어났습니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을 거칠게 일으켜 세우고는 세차게 따귀를 때렸습니다  


"엄마가 밖에서 그러지 말라고 했지!"  


A군과 대조적으로 B군은 외래진료를 받으러 올 때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옵니다. 어머니가 약을 받을 때는 할머니가 B군을 상대해 주시더라고요. 잠시라도 눈을 떼면 아이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애정 어린 눈으로 보살피는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B군은 별다른 소란도 일으키지 않고, 증상도 빠르게 호전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A군의 어머니를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ADHD 환아를 케어하는 어머님의 고충을 제가 어찌 다 알겠습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만성질환이 그러하겠지만) ADHD는 아이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아이가 보게 되면, 아이들은 더욱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 견해로는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치료를 더디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가족이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이해해 주며 꾸준히 약물치료를 병행하게 되면 치료효과가 더욱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이 땅에 ADHD로 인해 고통받는 가정들에 평온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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