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패턴 아십니까?
살 뺄 결심 13일 차, 여느 날 처럼 오후 4시 즈음 입맛 뚝 젤리를 한 포 먹고 저녁을 건너 뛴 후 잠자리에 누웠다. 두통도 좀 있는것 같고, 속이 느끼하기도 하고, 목이 따갑기도 하고, 정상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그동안 몸이 비축해둔 에너지가 고갈되었구나. 한 두 시간 쯤 잤을까? 목이 부은 느낌에 몸살 기운까지. 내 몸은 현상유지를 위해 안간 힘을 쓰며 나에게 "먹어라!!"를 외치고 있었다. 몸이 아플 것 같은데 "영양소를 넣어줘!"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들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조금씩 영양을 공급했던 과거의 패턴을 기억해 냈다. "아플 순 없쟎아?" "아, 몸이 이렇게 힘들다고 얘기하는 데..." 하며 조금씩 나에게 허용했던 갖가지 '영양 공급원'을 과감히 뿌리쳤다. 까짓거 몸살 한 번 뭐 어때? 그렇게 잠을 설친 후 아침이 밝아오고 난 죽지않고 멀쩡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결국 다이어트 실패의 패턴을 깨부수고 나의 몸에서 300그램을 도려냈다.
하지만 그 하루는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누워서 모자란 잠을 자기도 하고, 빨간 고기를 급조해 미디움 레어 스테이크를 썰었다. 어느 패션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살이 안찌기로 유명한 배우와 사진 작업을 하는데 30분 촬영 후 드러누워 버리더라는. 어디 아프냐고 물었더니 원래 많이 안먹어서 중간중간 누워야 한다고 하더니만. 그날은 몸을 좀 달래며 재충전을 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부터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악마의 유혹을 물리친 댓가로 나는 아직 코를 훌쩍거리고 있다. 하지만 9년을 지겹게 따라다닌 패턴과의 1차 대전에서의 승리를 자축하며, 살 뺄 결심 2주차를 마무리 한다. 지난 번 반바지는 여전히 겨우 단추를 채우고 있다(절대 헐렁해 지지 않음). 아무도 내가 2주 동안 3키로를 도려 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지만(3키로쯤 빠져도 전혀 티 안나는 슬픔), 앞으로 살 인생에서 3~4개월 도려낸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아 꾹 참고 이 생활을 지속하련다.
오늘은 모처럼 쿠킹스튜디오에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오늘 방문 할 게스트는 궁극의 미인이자 영원한 날씬녀, 인기녀, 나의 4살 선배 언니이다. 평생을 단 한 번 안예뻐 본 적이 없는, 한마디로 예쁜언니이다. 평생을 관리에 소홀한 적이 없는 언니지만 아침 10시 반 약속이니 빵 좀 먹는다고 뭐... 따끈한 빵을 준비해야지. 아침 7시 급히 포카치아 반죽을 시작한다. 올리브 토핑, 치즈 토핑, 바질루꼴라 페스토, 마늘 토핑 등등 다양하게 준비 가능하니 매우 실용적인 빵일 뿐더러 간단히 만들 수 있으니 금상첨화. 빵 반죽을 들고 슬슬 걸어서 쿠킹 스튜디오로 출근을 한다.
포카치아 레시피는 나의 최애 유튜버 자도르 님의 레시피를 1.5배합 하고 토핑은 내 취향에 맞게 변형한 것이고, 그 분의 레시피대로 2차 발효(냉장고에서 하룻밤 숙성)시키면 더 깊은 맛이 나겠지만, 이렇게 새벽에 반죽해서 간단히 만들어도 충분히 맛있다.
https://www.instagram.com/p/CxZnXeJpOzs/?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재료: 강력분 390그램, 따끈한 물315그램, 이스트 4.5그램, 소금 7.5그램, 올리브 오일 15그램
방법:
1. 따끈한 물에 이스트, 소금, 올리브 오일을 넣고 잘 섞어준다.
2. 강력분을 넣고 가루가 안보이게 잘 섞는다.
3. 30분 간격으로 4번 폴딩한다.
4. 올리브 오일을 칠한 틀에 넣고 쉐이핑을 한 뒤 30 분 휴지 시킨다.
5.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홈을 내준다.
6. 1/4위에는 체다치즈, 1/4위에는 그린 올리브, 전체에 로즈마리 솔솔솔
7. 200도씨에서 20분 구워준다(겉을 바삭하게 하기 위해 오브에 넣고 분무기로 살짝 물뿌려주기)
*마늘(통마늘, 혹은 껍질채도 가능)을 오븐가능한 용기에 넣고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좀 두르고 같이 오븐에 넣어서 익혀주기. 나중에 토핑해서 먹으면 또 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