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뺄 결심 (6)

그럼 내려올 땐 떨어져요? 세 번 부딪히면서?

by Diamond head

어김없이 주말이 찾아오고 분명 난 결단코,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맹세코, 유혹을 견디며, 매일 밤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을 청했다. 그. 러. 나... 왜? 이거 실화냐? What the f***?? 체중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냐??


죽어라 도려냈던 내 3키로??? 그 중 나를 너무나 사랑한 1키로는 우리(나와 나의 살들)가 어떻게 만난 사이인데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는 듯이 버젓이 헤어짐을 거부하고 있었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건 깨진 그릇 다시 붙이는것과 같다고 우리 외할머니가 그러셨듯이 난 다시는 돌아보지 않기로 작정했다.


*AI에서 정의한 전문용어 '다이어트 정체기' : 난 여기서 정확히 "심지어"에 해당되는 케이스이다.

다이어트 중 체중 감소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거나 멈추고, 심지어 약간의 체중 증가가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잠시 체중계에서 멀어져야겠다고 다짐한 후(헤어진 후 카톡 차단하는 그런 느낌?), 아이를 등교시키고 스튜디오로 향한다. 단추 겨우 채우는 반바지는 그대로 입고있다. 조금 타이트 하지만 뭐 이게 어디냐. 올 겨울이 오기 전까지 그냥 이대로 달려가 보련다. 세상에 어떤 일이 단 한 번에 이루어 지던가. 몇 번 부딪히면서도 계속 가는거 아니겠는가. 세 번만 부딪히면 그래도 다행인 것을.


월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요가수업으로 향한다. 왜 안힘들지? 계단도 그닥... 아, 내 몸을 무시하면 안되겠구나. 이렇게 최대한 현상유지를 위해 적응하고 있는 내 몸. 이제 생활패턴에 조금씩 늘려갔던 운동으로는 부족한 것을 깨닫는다. 저녁 한 끼 안먹는것, 지하철 타면서 계단이용 하는것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살이 빠지는 불변의 법칙은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인데, 한 끼를 더 굶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식단을 조금 조절해 보고, 운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가장 잘하는 일: 지키기 힘든 계획세우기 할 때가 되었나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도 정독 했으니, 현실적으로 다시 짜보기로 한다.


- 아침식사(8시~8시30분)

이전: 밥 한공기, 계란 2개 혹은 고기 양껏먹음

이후: 밥 반공기, 계란 2개, 사과, 단백질 음료

- 점심식사(1시~2시)

이전: 밥 한공기, 고기와 채소 양껏먹음

이후: 밥 반공기, 고기와 채소 적당량

3시~4시 사이 입맛 제로 젤리


- 운동

이전: 지하철타기(계단이용하기), 스튜디오 걸어가기(왕복25분)

이후: 월목(요가), 화수금(뒷산걷기 30분), 근력운동(스쿼트 30개, 플랭크 1분씩 3번)조금만 해보기


2주 하고도 3일을 잘 해왔으니, 좀 더 강도 높은(과연?) 수정된 계획으로 4주, 한 번 더 버텨보기로 한다. 어느 유명한 드라마 대사처럼 "4주 후에 뵙겠습니다"로 체중계에게는 잠시 이별을 고한다.


살 뺄 결심을 하고 요리에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어제는 정말 못참겠더라는. 칼좀 휘두르고 도마 두드리는 소리도 좀 내야 풀릴 것 같았다. 칼을 빼들었으면 두부라도 잘라야지. 그래서 들깨 순두부 찌개로 조금 마음을 달랬다. 굶주린 하이애나 처럼 먹느라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후회하지만, 간단 버전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품 요리라 생각해 부끄럽지만, 레시피를 기록한다.


들깨 버섯 순두부 찌개 (조리시간: 15분)

재료: 순두부, 버섯(전골용 모듬: 느타리, 표고, 팽이 등, 한가지 버섯만 사용해도 충분함), 마늘, 국간장, 새우젓, 애호박, 돼지고기, 들기름, 들깨, 양파 반개

방법:

1. 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살짝 넣고 작게 썰어놓은 돼지고기를 볶는다. 국간장 한스푼 넣어서 같이 볶아준다.

2. 돼지고기가 겉이 익으면 양파, 마늘을 넣고 양파가 살짝 숨이 죽을 때 까지 볶는다.

3. 버섯, 애호박(얇게 썰어야 다른 재료들과 잘 섞임)을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주고(반컵 정도) 끓을 때까지 뚜껑을 덮는다. 들깨가루를 큰 스푼으로 넣어준다.

4. 버섯이 숨이 죽고, 애호박이 익으면 순두부(크게 썰어도, 취향에 맞게 뭉게도 됨)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한소끔 더 끓여낸다.

5. 취향에 맞게 달걀을 풀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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