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문학 속으로
전설이 된 용비와 신강 위구르
김용 팬들이 벌이는 수다 중 가장 흔한 주제는 다름 아닌 “누가 김용 세계의 최고 미인인가?”일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김용이 직접 답했다고 한다. “내 작품 속 인물 중 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향향공주다.” 무협소설이란 어디까지나 대중성을 충족시켜야 하기에 현실에 드문 미인들을 등장시키는 것은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서검은구록>의 향향공주 미모에 대한 묘사는 상식을 넘어선다. 가령 적진에 사신으로 간 향향공주에게 병사들이 넋을 잃자 화가 난 장군은 병사들의 목을 쳐 버린다. 그 수급을 보고 향향공주가 눈물을 흘리는데, 그 모습에 병사를 죽인 도부수가 미안하다며 자결을 해 버린다. 더욱 슬퍼하는 공주를 보며 장군조차 미안함을 느끼고, 제장들조차 향향공주의 눈물을 보며 자기도 목이 잘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한국에 출판될 당시 <서검은구록>의 제목은 한때 <청향비>로 소개되었는데 청향비란 바로 향향공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건륭제는 위구르족 출신 용비 화탁 씨(容妃 和卓氏)를 후궁으로 거느렸다. 전설 속에서 향비라고 불리던 여성이다. 건륭제는 용비 외에도 조선 출신 김옥연을 비롯하여 수많은 후궁을 두었고 그중 주요 인물들의 초상화를 남겼다. 그 초상화를 그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 출신의 선교사 카스틸리오네(Giuseppe Castiglione/郞世寧, 1688~1766)였다. 덕분에 요즘은 인터넷에 이미지 검색만 해도 당시 황제와 황후, 후궁들의 얼굴 생김새를 자세하게 뜯어볼 수 있다.
물론 용비의 초상도 남아 있는데 워낙 전설적인 색채가 두껍게 입혀진 인물인지라, 과연 실제 초상인지는 아직도 의견이 갈리는 듯하다. 어쨌든 카스틸리오네가 그린 용비의 초상은 <향비융장상香妃戎裝像>이라고 불린다. <향비융장상>은 머그샷 같은 다른 후궁들의 초상화와 완전히 다른 화풍이다. 그림 속의 향비는 비단옷 대신 갑주를 입고 허리에 손을 짚은 당당한 모습이다. 커다란 눈과 높이 솟은 콧날, 조그마한 얼굴 크기로 보아 전형적인 한족 생김새와 확연히 다르다. 일설에는 이 그림을 보고 건륭제가 홀딱 반해 당장 데려오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어쩌면 김용은 <향비융장상>을 보고 곽청동과 향향공주를 생각해 냈을지도 모른다. 젊고 순수한 향향공주와 절륜한 책략을 구사하는 여장군 곽청동의 이미지 둘 다 이 그림 속에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