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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Feb 22. 2023

지역은 이미 세계화

모스크, 무당집, 돼지고기

어제 잠시 마실 다녀온 동네. 국내에 몇 군데 없는 모스크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동네에 모스크가 있는 장점. 네... 예쁩니다. 하늘이 파래서 더욱 예뻐 보이는군요.

그런데 그 옆에 무언가 있어요.



빨갛고 하얀 깃발. 바로 무당집입니다. 모스크 옆의 무당집. 어느 것이 먼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초승달과 일월성신이 그냥 같이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적이죠.



근방은 중앙아시아 노동자들이 일하고 사는 곳으로 추정됩니다. 할랄 푸드점과 CU~가 같이 있죠. 참고로 저 할랄 푸드점 사장님이 좀 바쁜 모양인지 없으면 전화하라고 친절하게 써붙여 놨습니다. 키릴 문자어와 한국어로.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어떤 중앙아시아 아저씨(로 보이지만 2,30대일 가능성이)가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더군요. 무인 판매점 같기도 해요.


 


할랄 푸드점에서 대각선으로 돌아서면 무공수훈 선우회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장소가 있습니다. 뛰어난 무공을 세우신 어르신들이 모이는 곳 치고는 소박해 보이기도 하네요. 




외국인 이주민에게 필요한 가게와 장소들은 하나의 건물이나 골목으로 묶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밀려나서가 아니라 일하느라 바쁘니 돌아다닐 시간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에서 보았듯이 할랄 푸드점 바로 앞에 무공수훈 선우회가 자리합니다. 이주민이 아니라 하층민이 다같이 밀려나는 구조를 봐야겠죠.



옆으로 긴 건물을 나누어 찍었습니다. 1층은 할랄 카페이고 주소가 영어와 한국어로 병기되었습니다. 2층은 직업소개소고요. 동선이 그려지지요?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받고, 카페에서 고향 사람들과 커피 한잔하며 사는 이야기 나누고(정보교환), 할랄 푸드점에서 저녁거리를 사거나 모스크에서 기도를 하고 집에 갑니다. 어 그런데 1층에 이게 뭐야. 삼겹살을 팔고 있네요. 무슬림은 돼지고기 안 먹잖아요. 이것이야말로 다문화의 생생 현장이 아닐까 싶네요. 


이주노동자라면 조선족이나 베트남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이들은 제법 중심가로 옮겨간 지 오래입니다. 현장을 돌아다녀보면 바로 알 수 있죠. 한동안 유행한 양꼬치를 대체한 마라탕집과 베트남 쌀국수집, 중국 음식 슈퍼 등은 대부분 전통시장이나 번화가에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집이 양꼬치집을 밀어내다가 마라탕집의 반격으로 몇 걸음 물러난 상태입니다. 뒤집기는 좀 어려워 보이는군요. 


인도 음식점도 간간이 생기지만 임대료가 좀더 저렴해 보이는 위치입니다. 인도 음식점 사장들은 사실 대부분 파키스탄 사람들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고요. 가볍게 한 끼 때울 메뉴를 만들면 인도 음식점도 중심가로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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