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와 전통시장의 만남

by 주애령

미세먼지도 나쁘지 않아서 가게에서 산 딸기를 들고 조금 걸었습니다. 그 가게는 현금만 받고 영수증 같은 건 안 줍니다.


IMG_2724.JPG


저번에 갔던 모스크에서 5분 거리의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차로 5분이 아니고 걸어서 5분입니다. 아직 상가에 입점이 덜 되서 낮에는 조금 쓸쓸하지만 밤에 보면 비교적 번쩍거립니다. 어디에 비해서 번쩍거리냐고요.


IMG_2725.JPG


여기에 비해서죠. 위의 주상복합 아파트 바로 앞의 전통시장입니다. 그냥 등돌리면 앞이고요, 사진에 안 찍힌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왼쪽 건물 2층을 보면 태국 식당이 있습니다. 한국화된 태국 식당이 아니라 태국 국왕 사진이 걸리고 태국인들 모여서 당구치는 그런 곳이요.


사진을 보면 시장 내 가게 간판이 제법 정비되어 있는데 이것조차 없던 때 다녔던 생각이 나네요. 시장에서 무슨 카드냐고 꼽을 주시던 사장님 얼굴이 지금도 기억나는데(지식인은 뒤끝이 길어요) 어느새 지역화폐 아니면 장사가 안 되는 시대로 훌쩍 건너뛰었습니다. 그런데 시장 앞에 현금만 받는 가게가 둘이나 생겼으니 그또한 아이러니예요.



IMG_2728.JPG


이 길을 경계로 신도시와 구도심이 갈립니다. 정확히는 신도시의 색채가 구도심을 물들이는 것이죠. 신도시에 걸맞게 구도심이 지저분했던 입성을 단정히 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도시재생사업이라고 합니다.


IMG_2729.JPG


입주자 외 절대 진입금지를 써붙인 현수막이 눈에 띕니다. 구도심 거구자의 배제는 신도시의 특징 중 하나이죠. 하지만 구도심 색채를 완전히 거부할 수 없습니다. 왼쪽의 중국식품 가게가 증거입니다. 전통시장 안에 중국식품 가게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가게인지는 모르겠네요. 한국 신도시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느껴집니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상업의 나라입니다.


IMG_2731.JPG


신도시을 맞이하야 구도심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지 궁금하여 주변을 뱅글 돌았습니다. 사진만 보면 오래되어 보이지만 오른쪽 건물 2층에는 고양이 강아지 미용실이 있어요. 반려동물 관련 가게의 다양화 / 증가세도 신도시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구도심 거주민들이 반려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쩌면 더 절절할지도 몰라요.



IMG_2732.JPG


가로세로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어요.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으면 보행자가 편합니다. 그러나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구도심의 더 큰 사거리에는 대각선 횡단보도가 없습니다. 대우가 이리 다른 것이지요. 시청 공무원들, 아니 시의원들을 좀 혼내볼까요. 너희, 신도시랑 우리 차별하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하얀 패딩 뒤로 폐지 리어카 할머니가 다가오고 있어요)


IMG_2734.JPG


신도시와 구도심이 밀착하면 생기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너무 위에서 올려다보니 부담스러운거죠.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IMG_2735.JPG


신경쓰일만 하겠습니다.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챙겨야 합니다. 무시당하지 않고 늘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주상복합 아파트 주변을 빙글 돌았습니다. 원래 이 지역은 근방에서 가장 심각하게 낙후되었어요.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낡은 집들이 빼곡했습니다. 뒤집으면 가장 먼저 개발된 곳이라는 뜻이고, 원래는 제일 유복했던 지역이라는 의미지요. 하지만 시간에는 장사가 없지요. 7,8년 전에 모 대선후보급 정치인이 유세를 하러 왔다가 놀라워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아직 있느냐고요. 너 같은 게 아직도 정치판에 눌러붙어 있으니 그런 거라고 야단쳐 줄까 싶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변한 동네들 모양을 그동안 살피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기록을 합니다.


IMG_2736.JPG


근처에 좋아하던 돈까스집이 없어져서 아쉬운 기분에 마지막으로 예쁜 간판을 찍었습니다.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하네요.


사진에 찍히지 않아서 궁금할수도 있는데, 모스크와 전통시장 바로 앞에 삐까뻔쩍한 주상복합이 들어선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학교 근접성 때문입니다. 걸어서 3분 거리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거든요. 10분만 걸으면 도서관 두 군데가 있고 대형 마트와 터미널이 있습니다. 중급 병원과 공원, 하천 산책길도 있고요. 15분 거리에는 지하철역도 있고 해서 그럭저럭 살기 나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섞이지 않은, 기묘하고 정리되지 않은 요소들이 한 그릇 안에 불편하게 끼적거리는 느낌은 떨칠 수 없습니다. 한 번 나갔다 오면 머릿속이 어지럽거든요. 체계적이고 미학적인 도시계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역은 이미 세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