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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Mar 28. 2023

마쓰모토 세이초, <반생의 기록>

이 책은 논픽션이다.


세이초 개인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지 않아도 좋다. 그렇지만 세이초 개인에 대해 관심이 있다 해도, 호기심을 풀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책은 아버지의 고향 방문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향에는 아버지 외가 식구들이 나와 있다. 말이 조금 이상하다. 왜 아버지 집안 사람들이 아니라... 외가인지. 


책 처음부터 아버지가 사생자였다는 사실을 못 박기 위해서다.


세이초의 친할머니는 세이초의 아버지를 낳아 마쓰모토 집안에 입양보낸 다음 본래 결혼했던 다나카 집안에서 두 아들을 더 낳았다고 한다. 듣자마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굳이 따지지는 말기로 한다.


어쨌든 세이초의 아버지가 입양되지 않았다면 '마쓰모토 세이초'가 아니라 '다나카 세이초'가 될 뻔했다. 세이초를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이 다나카 집안 사람들이다. 방문했을 때 꽤나 따뜻하게 대해준 모양이다. 그때 다나카 집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아이코! 그때 이 아이 아버지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면 마쓰모토가 아니라 다나카의 이름이 빛나지 않았겠나? 세상에 어느 구름에서 비 오는지 알 수 없다더니."


아마 땅을 치고 후회했겠지만, 만약 그 뒤로 다나카 집안에 또다시 사생자가 태어나면 어떻게 했을까. 입양 보내지 않고 키웠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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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생의 기록>은 세이초 본인 삶을 스스로 쓴 것이지만 스스로 사소설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듯이, 정작 독자들이 알고 싶은 것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다름 아닌 어떻게 해서 소설을 쓰게 되었느냐이다.


한량에 가까운 아버지, 문맹 어머니 사이에서 꽁꽁 구속받던 어린 세이초가 도피할 곳은 소설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소설 읽기와 소설 쓰기는 다르다. 어떻게 그 간극을 넘어갔는지 잘 나오지 않는다.


아울러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어쩌면 세이초는 좀 수줍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이초가 소설을 쓰기 전의 시절은 쇼와 말기에서 해방-일본의 패전 직후이다. 용산과 정읍에서 군복무하던 이야기, 빗자루 장사를 하던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런 생활을 하던 와중에 마주친 사람들 속에서 작품 인물이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구상되었을 것이다. 


세이초 작품에서 최악의 악당이 등장하는 <귀축>도 어떻게 썼는지 짐작이 간다. 

<모래그릇>에 나오는 '누보 로망' 일당도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다. 도쿄에서 내려온 유명한 화가에게 상품 도안을 맡겼는데, 그 화가가 직접 그리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도안들 중 몇 개를 골라 자르고 붙인 뒤 글씨만 쓰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젊은 세이초는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다.


(단 나는 그 화가에 대한 세이초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고르기만 하는 것도 엄연히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에 다니는 시절은 정직원과 임시직원 사이의 차별로 점철됐다고 쓰여 있다. 나중에 아사히 신문 측이 곤란했을 것 같다. 마치 다나카 집안처럼, "어디서 비가 올지 모르는군."이라고 탄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직원과 임시직원의 차별을 없애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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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보아도 <반생의 기록>은 이곳저곳이 빠져 있다. 어쩌면, 본인이 죽어라 노력하여 기어올라온 이야기를 쓰는 건 반갑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한미한 출신을 드러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라고 생각했을지도.


사실 세이초 문학에도 단점이 있다. 문체가 너무 비슷비슷하여 작품 간의 구별이 좀 어렵다는 것이다. 글쓰기 자체를, 온전히 즐기지는 못하고 무엇엔가 짓눌려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콤플렉스를 이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세이초가 글쓰기를 즐겼는지는 <반생의 기록>을 다시 읽으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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