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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18. 2023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

: 장애수용의 사회학

요약본 : 


* 노라 엘렌 그로스, 1983년에 출간.


* '마사의 포도밭'이라는 미국 뉴잉글랜드 근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17세기 영국 켄트 지방 사람들이 이주해와 살기 시작했다. 켄트 사람들은 동족결혼 풍속이 있으며 하루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보다 먼 지역의 사람들과 거의 통혼하지 않았다. 이러한 풍속은 미국 이주 후에도 지켜졌으며 그 결과 열성(혹은 잠형이라고 불리는)인 청각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유전되었으며 다수의 청각장애아가 탄생했다. 가장 높은 경우 전체 인구의 25%가 청각장애인이었다.


* 그러나 마서즈 비니어드에서 청각장애란 심각한 결함이 아니라 다소 성가신 문제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며 한 개인의 중요한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었다. 그 예로 주민들의 성별과 생몰연도 등을 기록한 문서에는 청각장애 여부가 기록되지 않았다.


* 저자 노라 그로스는 연구 중에 다름아닌 전화의 발명자인 그레이엄 벨이 마서즈 비니어드의 청각장애 현황을 조사한 1차 자료를 우연히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마서즈 비니어드의 여러 기록과 문서, 재향사학자 역할을 수행한 주민의 기록 그리고 섬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인터뷰했다. 


* 섬의 노인들은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대화의 화제가 되는 인물이 청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제일 늦게 생각해내곤 했다. 그만큼 청각장애는 마서즈 비니어드에서 별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섬 주민들은 청각장애인들을 '장애인(handicappted)'라고 여기지 않았으며 'deaf'나 'dumb'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deaf'와 'dumb'은 장애를 얕잡아보는 표현이 아닌 가치중립적인 언어이다. 


* 마서즈 비니어드 섬 주민들은 대부분 수화를 어릴 적부터 배웠으며 영어와 수화의 이중언어 사용자였음. 수화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들을 수 있는 건청인들도 폭넓게 사용했다. 시끄러운 장소에서 사용되거나 특정인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수화는 유용했다. 예배의 설교, 파티에서의 농담도 수화로 통했다. 청각장애인이 섬의 운영을 위한 공직에 선출되는 것은 전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외지인들은 수화를 쓰는 건청인들을 종종 청각장애인으로 오해하곤 했다.


* 그로스는 벨이 주창한 청각장애 특수교육과 독순법 등의 문제점도 지적하는데, 특수교육은 청각장애아에게 교육을 제공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그 결과는 건청인과 청각장애인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면서 공동체에 통합될 기회를 박탈한다. 그리고 독순법은 아무리 잘 터득해도 건청인의 말을 상당 부분 놓치게 된다. 그로스는 청각장애인이 독순법을 배우는 것보다 건청인이 수화를 터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 결론적으로 마서즈 비니어드에서 청각장애인과 건청인은 아무런 차별이나 구별 없이 완전히 통합되어 있었으며 그로스는 이것을 '장애가 사회에 적응하는 대신 사회가 장애에 적응'했다고 요약한다. 마서즈 비니어드의 사례는 장애가 선천적 결함 또는 후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범주라는 사실을 훌륭하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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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 


* 마서즈 비니어드 섬이 청각장애에 적응한 이유와 여건은 여러 모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마서즈 비니어드는 모든 사람이 두세 개 이상의 관계로 연결된 소규모 공동체였다. 한두 가지를 이유로 특정 집단을 구별하고 배제하려면 그 관계망을 손상시켜야 했을 것이다. 마서즈 비니어드에서 청각장애인을 가족으로 두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론된다. 기록에서 마서즈 비니어드의 평균 자녀 숫자는 6.1명이었으며 그중 한두 명은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났다. 이는 열성 유전자의 표현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둘째, 마서즈 비니어드에서의 삶은 끊임없는 자연과의 투쟁이었으며 그 투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 사람이라도 더 동원해야 했다. 대부분의 청각장애인은 '훌륭한 어부 내지 선장이자 유능한 농부, 부지런한 살림꾼, 성실한 공직자' 등으로 기억되었다.


셋째, 켄트와 마서즈 비니어드의 청각장애인의 인구는 숫적으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이었다. 가령 한 공동체가 차별로 무장했다 하더라도 특정 집단이 일정 비율에 도달하면 그 집단의 권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직장 등 조직 내 남성권력은 유리천장을 통해 조직 내 여성 비율을 20% 이내에 묶어둔다. 비백인, 성소수자, 장애인 등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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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주석 :


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aid=305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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