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무라 도요오 지음, 정수윤 옮김
일본에서 2008년 출간, 한국에서 2015년 번역 출간.
원제에 쓰인 '여'자는 '나그네'라는 의미도 있다. '세계 야채 나그네길'이라고 생각해도 재미있다. 일본어에서 '여행'을 '나그네 려'자로 쓰는데, 여행과 나그네길을 같은 글자로 표현하는 것. 한국어에서 여행과 나그네길의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는 걸 새기면 이또한 흥미롭다.
양배추, 양상추, 배추, 감자, 고추 등 한국에서 많이 먹는 야채뿐만 아니라 식탁의 2진급 정도로 취급받지만, 일본에는 매우 중요한 토란을 자세히 다룬다. 가지와 대구도 한 장을 차지한다. 일본 특유의 에세이답게 날렵한 문체지만 배경에는 오랫동안 쌓아 온 지식, 그리고 진지한 태도가 강인하게 버티고 있다. 에세이스트이자 레스토랑 주인 겸 사업가, 화가이지만 문장이 매우 훌륭하다. 닮고 싶을 정도다.
작가 입장에서는 야채에 대한 자료를 찾고 싶을 때, 야채가 등장하는 글을 쓰고 싶을 때 도움이 될 만한 책.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편집이다. 야채의 사진이나 자료 링크로 연결되는 QR 코드를 달았다면 좀더 다채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