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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Apr 08. 2023

서울 카페쇼 2023

서울 카페쇼에 오랜만에 갔습니다. 3회부터 꾸준히 가다가, 한동안 안 가다가, 팬데믹 때는 아예 걸렀습니다. 작년에 놓친 게 아쉽기도 하고 커피도 똑 떨어져서 방문했지요.


사진 찍을 거리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커피 자체에 집중하는, 내실있고 단단한 박람회로 완전히 굳어진 느낌이었죠. 예전에 많이 보았던 공정커피나 커피에 관련된 공예품 부스는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커피에 집중하는 박람회였고 만족했습니다.


 


바리스타 로봇. 아쉽게 맛은 못 봤습니다.


팬데믹이 끝을 보이는 분위기답게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시음했습니다. 전문가와 기업들이 내려주는 커피를 오랜만에 종류별로 마셨지요. 맛과 향미보다 카페인이 먼저 몸에 느껴지더군요. 이제 카페인도 줄일 때가 됐는데, 잘 안되네요. 이 맛에 얻은 것은 네 권의 단독 저서와 역류성 식도염 초기 증상이죠. 


늘 그렇듯이 커피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케냐, 브라질 산토스가 주류를 이룬 가운데 만델링(생각보다 치고 올라오지 못한), 최고급을 자처하는 루왁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새롭게 올라온 신흥 강자는 게이샤더군요. 카페쇼에서 게이샤 맛은 못 봤지만 제대로 내리면 루왁이나 블루 마운틴은 우습게 느껴지는 원두입니다. 단 잘 하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어쨌든 즐겁게 커피 시음을 하고, 다른 종류의 차와 홍차류도 맛본 다음 원두 네 종류를 샀어요. 케냐,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수프리모, 하나는 스티커가 안 붙어서 기억이 안 나는군요. 콜드브루는 이제 시장의 상수로 자리잡은 모양입니다. 1+1으로 팔던 걸 무리해서 샀어요. (가격이 아니라 작은 가방에 우겨넣느라고 무리)


커피도 마음껏 마셨겠다, 원두도 샀겠다, 이제 장비 구경을 하러 갔습니다. 예전에는 가정용 생두 로스팅기와 각종 드립장비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번 카페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밖에 나가면 카페가 즐비하니 굳이 집안에 장비를 차려놓을 이유가 없거든요. 심지어 편의점에서 에스프레소 추출기가 있습니다. 더구나 미세먼지가 극심해진 요즘 집에서 로스팅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반짝반짝한 에스프레소 추출기들을 구경하다가 인터넷 단골 스토어를 발견했습니다.


  


몇년 잘 이용하던 곳입니다. 반가워서 찍었지요. 한동안 이곳을 이용하다가 훔볼트 블렌드 커피로 옮겨갔습니다(훔볼트라는 브랜드명에 낚여서). 가성비가 매우 좋은 곳입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가성비보다 맛과 취향을 따지는 커피 쇼핑을 하러 왔습니다.



사려다가 너무 비싸서 포기했어요.


인터넷 쇼핑은 아무래도 쇼핑 대상의 물성을 느끼기가 어렵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성비를 찾게 됩니다. 물건의 품질이 대체적으로 상향표준화된 요즘이라, 크게 낭패보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대상을 보는 미세한 안목은 떨어질 수 있지요. 가끔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아직 백화점이 성업을 하는 거겠죠.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아 글이 심심해 보여 2013년도 카페쇼 사진을 추가합니다. (고인물 인증) 콜드브루가 나오기 한참 전, 더치 커피가 아주 잠시 유행하던 시절의 상품 사진입니다.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장시간 떨어뜨리는 드리퍼지요. 저 물건을 나에게 67만원으로 드릴테니 집에 들여놓으라던 사장님... 이렇게 콜드브루가 성공할 지 누가 알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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