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애령 Jun 28. 2023

구도심, 신도시를 포위하다(4)

미얀마, 그리고 글로벌 건물주님

시장과 연결된 길을 좀더 걸었습니다.





미얀마어 간판이 보입니다. 간판을 자세히 보면 전화번호 글자 모양이 특이한데 미얀마어는 인도 숫자를 대신하는 문자가 따로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만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인도차이나 반도의 대장으로 나섰을 미얀마. 마음이 아픕니다. 미얀마는 여러 모로 한국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잘 교류한다면 경제와 문화는 물론 중국과 인도까지 적당히 견제하면서 같이 해나갈 사업들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언젠가는 큰 빛을 볼 터이니 한국에서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길 바랍니다.


미얀마어 간판 옆건물 사진입니다. 지금 세계화되는 지역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듯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건물주님의 글로벌 감각이 확 다가오지 않나요?





간판 네 개가 보입니다. 1층에는 비니루 가게가 있어요. 아마 이 시장 상인들에게 비닐봉지를 공급하는 곳이겠죠. 그 옆에 오래된 이발소가 있는데 여러가지 국기를 붙여 두었습니다. 여성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남자들이 깨끗한 로마식 머리와 수염을 유지하는 일은 의외로 성가시죠. 하지만 오래된 이발소는 지역 어르신의 구역이고 미용실 가자니 한국 여자들 드나드는 곳이니 갈 데가 없습니다. 남성전용 미용실이 있긴 하지만 지역사회에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거기 가자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귀중한 휴일에 서울까지 갈 수는 없잖아요. 2,3주에 한 번 하는 이발이지만 마음 편하게 할 곳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전향적인(?) 영업이 필요합니다. 


근방에는 이 이용원 말고도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걸로 보이는 미용실도 있습니다. 미용실은 자기 몸을 맡기는 곳이니 마음 놓고 휴식하는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미용실이 외국인, 한국인 구별 없이 섞여서 영업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용원 옆에는 환전소 겸 음식점이네요. 휴대폰도 팔고 택배도 부치는 모양입니다. 간체가 아니라 번체를 쓰고 있어요. 2층에는 외국인 교육센터로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모양입니다. 한 건물에 매달린 간판에 세 종류의 알파벳이 쓰입니다. 옆 건물의 미얀마어까지 합하면 몇 종류일까요? 베트남어로 쓰인 간판까지 합치면?

 




파노라마로 찍으니 전체적인 풍경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신도시와 전통시장, 그리고 외국인 이주민이 각기 자리를 차지한 모습.


사람들은 모이면 교류하고 싶어하고 그 욕구는 시장이 됩니다. 그 욕구는 이윤 추구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시장은 그것을 쉽게 풀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러한 욕구가 흘러다니고 해소된다는 점에서 민속장이든 플리마켓이든 오픈마켓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시장은 개방적입니다. 사고 팔 거리만 있으면 외국인도 장애인도 환영받는 곳입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전쟁을 없애려면 모든 백성들이 각자의 땅에 머물면서 교류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전쟁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교류합니다. 싸움 대신 시장을 열면 되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구도심, 신도시를 포위하다(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