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령동 이야기
현수막의 도로공사가 끝나면 등하굣길이 좀 안전해지려나요.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빌라촌 골목을 오가는 조그만 아이들을 보면 버스 유턴 못지 않게 가슴이 금즉금즉해요. 현수막 뒤로 보이는 거대한 타워크레인. 딱히 이 곳에 오래 산 것도 아닌데 집앞에서만 벌써 세 번째 보는 아파트 공사예요.
옛날 집을 개조해 만든 세탁소. 오래된 집이지만 잘 수리 보존해서 예쁩니다. 사진을 잘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올텐데 아쉽네요. 왼쪽의 나무 집을 없애지 않고 뒷편과 오른편에 한 채씩 덧붙여 지은 게 독특합니다. 예전에 곤지암 큰길가에 사진 속 나무 집과 비슷하게 생긴 집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 두지 못해 아쉬워요.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이었거든요.
이 지역에서 '한식뷔페'라는 상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결혼식이나 호텔 뷔페가 아니라,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뜻입니다. 아파트를 열심히 짓는 이 동네에도 공장이 있다는 뜻이죠. 물론 연기나는 그런 곳은 아니고, 상수도 보호지역에서도 운영될 수 있는 공장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도 가끔 볼 수 있어요. 단 일요일에만, 주6일 노동에 시달려 허옇게 된 얼굴만...
'난개발'이라는 말은 용인에서 처음 나왔지만 진정한 그 의미는 경기 광주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서, 마을 곳곳의 오래된 나무들은 덕분에 많이들 살아남았어요. 몇백 년 묵은 나무는 아니지만 이 나무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옆의 카페도 팬데믹을 이기고 성업 중입니다.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원래 쌍령동의 중심이었을 법한 곳으로 갑니다.
(붙임 : 2024년 현재 이 나무는 베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