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태완 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 강태완 님의 사망기사를 읽었습니다.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일은 처음 접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강태완 님의 죽음은 정말이지... 뭐라고 표현이 잘 안 되네요. 어릴 적부터 한국에서 자라온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어서 취업을 하고 차도 샀는데, 행복의 목전에서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 슬픔을 넘어 인간사가 왜 이렇게까지 비정한가 싶습니다.
(강태완 님이 근무했던 회사를 비난하는 글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어쨌든 강태완 님을 추모하면서 트위터에다 우리집 근처 가게에 갔는데 네팔 여성이 일하고 있더라, 집 근처 가게에는 외국인 여성이 많이 일한다더라, 그에 비해 서울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이민자가 없고, 그래서 나는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라고 생각 안 한다... 라는 푸념조?의 글을 좀 썼는데 생각보다 많이들 리트윗들을 해주시더군요. 그 와중에 흥미로운 멘트도 있었는데 누가 하셨는지는 생략.
'다들 이야기하셨는데 편의점만 해도 외국인 직원들이 꽤 보입니다. 서울 말고 전주, 부산, 대구 등도.'
'압구정 센트럴시티 순댓국집도 외국인 여성분이 주문받으시던데.'
이 말을 들어보니 묘한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에 외국인 노동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라보는 세계 자체가 다르다는 걸 느꼈죠. 틀리지 않은 코멘트지만, 그 이면에 어디에 살면서 무엇을 바라보는지가 드러나는 거죠. 아마도 이 분들은 거의 확실히 서울에 사시나 봅니다.
'서울에 이민자가 없다'는 말은 서울에 이민자의 삶이 없다는 뜻입니다. 설마 압구정에서 일하는 그 외국인이 압구정 살겠습니까. 경기 남부 어딘가에서 출퇴근할 확률이 높죠. 편의점에도 조선족이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많습니다만, 입다물고 있으면 한국인으로 보입니다.
서울에는 이민자, 이주노동자의 삶이 안 보입니다. 그들은 설령 서울에서 일한다 해도, 노동가치만 남기고 다른 도시-경기도 주변으로 돌아갈 뿐이죠. 그런 뜻에서 '서울에는 이민자가 없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말의 의도를 대번에 알아듣습니다. 이들은 서울에 있다 한들 일만 하고 유령처럼 사라져 버리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강태완 님처럼 안타깝게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편의점이나 식당에 많던데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절로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도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가 아닙니다. 서울 시민의 인식 폭이 넓지를 못합니다. 그런데 국가 전체의 의견처럼 자꾸 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