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 현대의 동화, 무협소설(5)

by 주애령

<사조영웅전> 속 음양오행론


정사와 야사는 음과 양처럼 대립하고 충돌하면서도 상호 보완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음양의 원리는 작품 속에서 정강의 변과 화산논검이라는 두 가지 사건을 통해 구체화된다. 하지만 음양론만으로 세상을 설명하려면 한참 부족하기에 오행론이 덧붙여졌다. 오행론이란 음과 양의 성질을 얼마나 많이 품고 있느냐에 따라 자연물을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 가도 나무, 불, 흙, 쇠, 물 등 다섯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이를 ‘오행(五行)’이라고 부르는데 지금도 요일의 이름으로 붙어 있을 만큼 일상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서구에도 낯설지 않다. 고대 그리스에도 모든 물질은 불, 흙, 물, 공기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되었다는 4원소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4원소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4원소설과 음양오행론이 다른 점은 음과 양의 성질에 따라 오행이 생동한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양의 성질을 가장 많이 가진 것은 불이다. 불은 뜨겁고 문자 그대로 불처럼 확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꺼진다. 음의 성질을 가장 많이 가진 것은 물이다. 물은 차갑고 아래로 흐르며 시간이 지나면 증발하여 사라진다. 나무, 흙, 쇠는 각기 음양을 나누어 품고 있다.


오행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서로 낳아주고 충돌하며 다른 요소로 변하여 없어진다. 즉 오행은 생동한다. 나무를 때면 불이 나오고, 불은 타서 흙이 되고, 흙 속에서 쇠가 나오고, 쇠를 제련하면 물이 솟아나고, 그 물을 나무에 주면 새싹이 돋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반대로 쇠로 나무를 치면 꺾이고, 쇠를 불에 던져 넣으면 녹아 버리고, 불에 물을 끼얹으면 꺼지고, 흐르는 물은 흙을 쌓아 막고, 흙은 그 위에 나무를 심어 꼭 묶어둔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일상적으로 겪는 이치다.


이러한 음양오행의 원리는 자연을 이루는 힘이며 옛사람들은 이 힘의 원리에 따라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원리에 따라 인간 세상이 구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매사에 음양오행을 끌어들였다. 작게는 이름을 짓는 일부터 크게는 도시를 건설하는 일까지 음양오행이 들어가지 않는 영역이 없었다. 조선의 수도 한양도 음양오행론에 기반한 도참 사상에 따라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겉으로 보기에 중국도 조선도 강력한 유교국가이지만, 그 저변에는 자연의 이치대로 살려는 음양오행론이 깔려 있는 것이다.


화산논검의 영웅 천하오절은 이 음양오행의 원리대로 설정되어 있다. 중신통 왕중양, 동사 황약사, 서독 구양봉, 남제 단지흥, 북개 홍칠공 천하오절은 오행대로 별호와 특성, 방위가 배분되었다. 오행론은 성품과 색깔도 지정한다. 나무는 인자하고, 쇠는 의로우며, 불은 예의바르고, 물은 지혜롭고, 흙은 믿음직하다. 김용은 화산논검의 다섯 고수 천하오절 인물을 구성하면서 이 오행의 원리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조금 비틀어 적용했다. 잘 모르는 독자가 보면 김용의 100% 창작으로 볼 수도 있지만, 오행의 원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이미 만들어진 설정의 의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하오절을 한 명씩 살펴보면 <사조영웅전>의 설정이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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