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치동 리터니입니다. 아니 리터니였어요. 지금은 그냥 밥벌레고요. 열다섯 살이에요. 이 년 전 방학 때 리터니 생활 빡세게 했어요. 리터니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설명해드릴게요. 공부 못 하는 애들이 외국 나가 살다가 방학 때 대치동 들어와서 학원 뺑뺑이 도는 걸 리터니라고 해요. 리턴한 애들, 리터니. 왜 외국 나가 사냐고요? 한국에서 도저히 대학 들어갈 머리가 안 되니까 외국인 전형 노리고 나가는 거죠. 그런 애들만 따로 다니는 학교도 있어요. 저는 베트남 살다 왔어요. 다낭, 아시죠? 한국 사람 무지 많은 경기도 다낭시.
그런데 저는 공부 잘했어요. 왕따당하기 전까지는요. 중1 때 일진들한테 얻어맞고 담뱃값 뜯기기 시작했거든요. 담뱃값 셔틀하느라 엄마 카드 훔치다 걸렸죠. 저도 맞고만 있진 않았고 담배 같이 피우고 해서 학폭위에서 피해자 아니라고 했어요. 엄마는 저 자사고 보내려고 했는데 다 틀어졌다고 한 달을 쳐 울더니 자퇴시켰어요. 외국에 살면서 사트 준비하면 대학 갈 수 있다나요. 사트가 뭐냐고요? SAT요. 전 엄마가 뭐 미국 대학 보내주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한국 대학에서 사트 점수를 받더라고요.
베트남 생활비는 싸요. 그런데 대치동 학원비 때문에 엄마가 집을 팔았어요. 엄마가 아빠 신분증이랑 인감 갖다가 몰래 해치웠어요. 한국에 뿌리가 없어야 내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부할 거라나요. 내가 대학 못 가면 엄마나 저나 베트남에서 평생 썩을 거라고 그랬어요. 아빠는 도로 할머니 댁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가 주변에 돌싱 아니라고 열심히 말하고 다녔대요. 역기러기라나 뭐라나.
처음에 베트남 갔을 땐 좋았어요. 휴대폰 없어서 좀 심심했지만, 그게 있으면 예전에 괴롭히던 애들이 맨날 연락해서 괴로웠겠죠. 한국 아이들 다니는 현지 학교에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널럴하잖아요. 수업 끝나고 땡볕 아래서 걸어다니면 땀이 줄줄 흐르면서 나른해져요. 그러다 달달한 커피 먹고 낮잠 자고, 넷플릭스 보면 하루가 갔어요. 물론 엄마가 째려보긴 하지만 베트남 금방 왔으니까 엄마도 바쁘잖아요. 한 달 동안 푹 쉰 기분이었어요. 담배도 끊었고요. 그리고 방학이 왔죠. 다시 한국에 가야 했어요. 대치동으로요.
처음엔 아빠 집에서 학원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빠가 중국 지사로 발령났대요. 돈 더 준다니까 지원했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 댁은 경기도로 이사갔고요. 엄마는 대치동에 원룸 마련해줄 테니까 공부하다 오라고 했어요. 원룸이라고 해서 진짜 원룸인 줄 알았죠. 그런데 무슨 방이 강아지 코 평수만 해서, 의자 빼서 책상에 올려야 침대에 누울 수 있고 화장실은 변기랑 샤워기만 있었어요. 그런 방이 삼천에 백이십이라니.
사트 학원은 오전에 영어, 오후에 수학이에요. 아홉 시 수업 시작해서 오후 한 시부터 두 시까지 점심 먹고, 오후 수업 시작해서 오후 여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저녁 먹고, 밤 열 시까지 보충수업이에요. 뭐 말이 보충이지 수업하면서 계속 진도 빼는 거예요. 숙제는 새벽 말고 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서 숙제 끝내 놔야 해요. 숙제는 원서 읽고 요약문 오천 단어 쓰고, 문제 풀이 쓰고 그런 거죠. 수학은 한국 애들한테 쉽다던데 그렇지도 않아요. 아침? 못 먹죠. 그 시간에 자야 돼요. 대개 밥은 편의점이나 김밥천국 가요. 식비로 엄마가 체크카드에 매달 돈 쏴줬어요. 사십만 원. 잘못 썼다가 내내 굶는 수가 있어요. 그 돈도 엄마가 베트남에서 알바해서 버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알바인지는 저도 모르고요.
그 일이 일어난 건 대치동 리터니 노릇한 지 삼 주째였어요.
삼천에 백이십인데 벽이 얇아서 옆방 소리가 거의 다 들려요. 휴대폰 통화 소린 기본이고요. 한숨 쉬지 말라고 문에다 포스트잇 붙여놓고 간 적도 있어요. 가끔 심장이 저릿하면서 한두 번 박동을 건너뛰어서 헉헉거린 적이 있는데 그게 다 들렸나봐요. 너무 시끄러우면 집주인 통해서 엄마한테까지 연락이 가니까 되도록 조용히 하고 음악도 에어팟으로 들었어요. 그 소리가 들린 건 새벽이었어요. 평소보다 삼십 분 늦게 일어나서 세수도 못 하고 영어 숙제하려는데 또렷이 들려왔어요.
미야옹, 미야옹, 미야옹…
고양이 소리였죠. 아주 작았어요. 거의 다 죽어가는 소리더라고요. 밖에 고양이가 있나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화장실 쪽이었어요. 화장실로 살금살금 가서 쪼그리고 앉아 변기 옆 벽에 귀를 댔어요.
미야…옹…
옆방 화장실에 고양이가 있는 것 같았어요. 옆방 주인이 두고 갔나? 거기에 미국 여자가 살았거든요. 깡마르고 금발인데 언제나 무표정했어요. 짐 챙기는 건 못 봤는데. 하긴 오전 여덟 시 반부터 밤 열 시 반까지 난 방에 없어요. 그러니 이사를 나가도 못 볼 수밖에요.
다시 책상에 앉아 숙제를 하려는데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아우, 신경 쓰여서 못 하겠네.
결국 볼펜 내려놓고 문을 열었어요. 고개를 내밀었지만 복도는 아직 어두웠어요. 밤낮 바꿔 사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거든요. 옆방 문이 약간 열려 있었어요. 고양이 소리가 나는 바로 그 방이요. 역시 화장실에, 고양이가 있었어요. 정말 작았어요. 털은 하얬구요. 약간 때를 탔는지 베이지색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얀 고양이었어요. 그리고 눈이 보석 같았어요. 하나는 파란 눈, 다른 하나는 초록 눈이었어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를 하얀 모피에 콕 박아 놓은 것 같아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정말 예뻤죠. 너무 예뻐서 그 얼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지금도 그 얼굴이 생각나요.
멍하니 고양이를 안고 있다가 얼른 제 방으로 와서 화장실에 넣어 놨어요. 고양이가 눈치가 빠른지 안 울었어요. 시간을 보니까 벌써 여덟 시가 넘었어요. 아침 수업에 늦을까 봐 일단 방문 잠그고 나왔어요.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선생님이 영어 수업하는 목소리가 야옹거리는 소리로만 들리더라고요. 점심시간만 기다리다가 한 시 되자마자 편의점 가서 고양이 캔부터 샀어요. 원래 점심으로 삼각김밥이랑 컵라면 먹는데 김밥은 포기했죠.
방문을 여니까 화장실에 미웅! 소리가 났어요. 캔 가져온 걸 알았나봐요. 찹찹찹 먹는 모습을 보니까 부럽더라고요. 대치동 와서 위염 걸렸거든요. 그 때문에 밥을 맛나게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손가락으로 살살 머리를 쓸어주니까 살짝 떨었지만 도망가진 않았어요.
형아, 아니 오빠인가? 모르겠지만 저녁때까지 잘 있어.
그대로 문을 닫아 놓고, 밤 열 시 반에 돌아와서 깜짝 놀랐어요. 화장실에 없는 거예요. 대신 침대에 떡 하니 누워 있었어요. 당당하게 제 베개 베고요. 하얗고 따뜻한 솜뭉치가 눈을 감고 숨을 쉬고 있었어요. 제 곁에서, 저만 믿고요.
그날 저는 숙제도 못하고 밤새 검색만 했어요. ‘고양이 키우는 법’. ‘새끼고양이 키우는 법’. 화장실을 마련해줘야 한다는데 모래를 가져올 엄두가 안 났어요. 그래서 일단 종이박스에다 배변패드를 깔아주기로 했어요. 우유가 거기에다 볼일을 봤어요.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저보다 똑똑했죠. 우유는 고양이 이름이었어요. 우유처럼 하얘서. 우유.
우유는 매일 밤 제 품 안에서 잤어요. 되게 따뜻했어요. 누군가 저를 꼭 안아주는 것처럼 포근했어요. 반짝거리는 두 눈을 바라보면 별빛을 바라보는 것 같았어요. 다낭의 밤하늘처럼요. 거긴 아직은 별이 많이 보였거든요. 이렇게 예쁜데 왜 버리고 갔을까요. 왜…
우유는 저한테 꼭 붙어 있으려고 했지만 하루에 한 번은 떼어 놔야 했어요. 밤마다 엄마랑 영상통화를 해야 했거든요. 엄마는 제가 전화를 못 걸게 했어요. 꼭 전화를 받게 했어요. 불시에 걸어야 공부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대요. 전화를 걸면 화면으로 방안 구석구석을 다 비추게 했어요. 침대 이불 젖혀봐, 노트북 화면 열어봐, 그 폴더에 뭐 있어, 책 펴, 노트한 거 비춰봐, 이런 식으로요. 그래도 엄마도 바쁘니까 아무 때나 전화 걸진 않았어요. 대개 밤 열한 시 반이나 열두 시 사이에 걸죠. 그래서 방에 돌아오면 우유를 잠깐 안고 볼 비벼주다가 화장실에 넣어 뒀어요. 엄마가 화장실까지 비추라고 한 적은 없거든요.
그날은 우유가 꼭 달라붙었어요. 좀 있다가 엄마가 전화하는데, 화장실에 넣어놔야 하는데, 가슴에서 떼어놓으려면 발톱으로 엉겨붙으면서 야옹거렸어요. 야옹, 야아아웅. 그새 조금 커서 힘도 세지고 야옹 소리도 커졌어요. 우유 발톱에 티셔츠에 구멍이 두어 개 생겼어요. 우유, 화장실에 잠깐만 있어. 야아아아웅! 그때 전화가 울렸어요. 엄마 영상통화였죠. 정말 잠깐만 있어. 겨우 화장실에 밀어 넣고 통화 버튼을 눌렀어요.
왜 이렇게 늦게 받아.
뭐 좀 하느라.
네가 뭘 해? 게임이나 하겠지. 노트북 화면 비춰봐.
시키는 대로 노트북 화면 열고 게임이나 동영상이 있는지 확인받았어요.
숙제했어?
통화 끊고 하려고.
빨리빨리 했어야지.
나도 들어와서 씻을 시간은 있어야 할 거 아냐. 씻지도 마? 베트남에선 땀 냄새난다고 맨날 씻으라며.
알았어. 끊어…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야동 보니?
무슨 야동이야. 아까 노트북 다 봤잖아.
그런데 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응?
옆방에서 나나 부지.
옆방 빈 거 엄마가 다 알아. 집주인 아줌마랑 맨날 통화하잖아. 어디서 이런 소리가 나는 거야?
실은 화장실에서 우유가 울고 있었어요. 미야옹, 야옹, 나 좀 꺼내 줘, 여기 싫어, 나갈래!
무슨 소린지 내가 어떻게 알아. 끊어. 나 숙제해야 돼.
화장실 문 열어 봐.
화장실에 아무것도 없어.
야! 화장실 문 열어! 열라고!
엄마가 소리를 와락 질렀어요. 엄마는 원래 목소리가 커요. 소리 지르면 바깥까지 다 들려요. 그래도 엄마는 괜찮대요. 집주인한테 허락받아 놨대요. 나한테 영상통화 걸 때만 좀 시끄러워도 괜찮다고.
야! 이 씹새끼야! 문 열어! 열라고! 내가 얼마짜리 방 얻어 줬는데 네가 문을 왜 안 열어! 열라고 이 개새끼야!
엄마가 소리 지르고 욕 퍼붓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원래 그래요. 한 번 소리지르기 시작하면 거기가 집이건 마트건 길거리건 상관없어요. 아빠가 말리다가 그냥 집으로 가 버린 적도 있어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 화내기 시작하면 제풀에 지칠 때까지 소리를 질러야 해요. 누가 말리면 더 크게 화를 내요. 내버려두는 게 빨리 끝나요. 그래서 엄마가 소릴 지르면 아빠도 저도 그냥 못 들은 척해요. 중간에 영상통화를 끊으면 받을 때까지 계속 걸어서 엄마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소리를 질러요. 당장 베트남에서 한국 가는 비행기 끊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이게 뭐야? 어? 고양이? 너 미쳤어? 어디서 사 왔어 고양이를!
그땐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지도 않았던 거 같아요. 엄마는 야 이 찢어 죽일 새끼야, 길바닥에 갈아서 닭 모이를 만들 새끼야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어요. 휴대폰 스피커 스펙이 좋은지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았어요. 삼천에 백이십이 어디서 나온다고, 네가 똥꼬를 해지도록 팔아도 안 나오는 돈이라고, 네가 너 때문에 이 거지 같은 베트남에서 굴러먹고 있다고, 네가 피운 담배꽁초를 모아서 네 아가리에 처넣고 싶다고 등등. 저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방바닥에 던져진 휴대폰 소리만 듣고 있었어요. 엄마 욕을 들을 땐 그렇게 돼요. 도망가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고 듣고만 있게 돼요. 세상에 그 소리만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무것도 없고 그 소리만.
통화가 끊긴 건 집주인 아줌마가 들어와서였어요. 문을 열더니 휴대폰을 집어들더니 엄마 못지않게 크게 소릴 질렀어요.
지금이 몇 신데 전화해서 한 시간째 큰소리야 미친 여편네야! 다음부터 전화하지 마 썅년아!
그러더니 제 뒤의 침대에 던지면서 말했어요.
또 이 지랄하면 방 뺄 줄 알아.
그 아줌마한텐 별 일 아니었겠죠. 아무 일도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는 엄마였어요.
방바닥에 앉아 있는데 우유가 다가왔어요. 천천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양이가 그토록 우아하게 걷는 동물이라는 걸 몰랐어요. 우유는 장난감 같은 하얀 발을 놀려서 제 품으로 살그머니 들어왔어요. 발로 제 배를 꼭꼭 누를 때마다 심장이 박동을 건너뛰었죠. 달칵, 달칵. 우유를 말없이 껴안았어요. 보드랍고 따뜻한 솜뭉치. 그 솜뭉치에서 제일 가느다란 부분이 손에 잡혔어요. 거기를 꼭 눌렀어요. 아직 어려서 바둥거리지도 못하고 오래 걸리지도 않았어요.
불쌍한 우유.
그날 밤 하필이면 아줌마가 원룸텔 옥상 문을 안 잠가놨어요. 원래 화재 때 대피해야 하니까 잠그면 안 된대요. 무섭진 않았어요. 평소에 자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어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뛰어내릴까, 아님 그냥 뛰어내릴까, 하고요. 한국에서 중학교 다닐 때에도 옆 고등학교에서 몇 명 죽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원룸텔 말고 아파트 옥상 갔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 했어요. 끽해야 칠층이었거든요. 엄마가 그날 너무 소릴 질러서 제대로 생각을 못 했나 봐요.
게다가 재수도 없었어요. 길고양이들 밥 주는 편돌이 형이 저를 일찍 발견했대요. 그날따라 유난히 길고양이들이 좀 빨리 와서 야옹거렸다나요. 저한테서 우유 냄새가 났나 봐요. 그래서 못 죽고 하반신 마비만 됐어요.
여러분, 그러니까 꼭 아파트 옥상 가세요.
저처럼 되지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