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문학 속으로(3)

무협소설의 거장 김용을 이야기하다

by 주애령

근대 아시아는 제국주의 침략을 받아 갑작스레 전통과 단절당하고 서구화에 내몰렸다. 그 과정은 잔혹하고 힘겨웠지만 역동적이고 희망에 넘치기도 했다. 제국주의 일본은 탈아입구(脫亞入歐)를 간절히 원했지만 정작 그 꿈은 광동의 변두리 어촌이었던 홍콩에서 실현되었다.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 어쩔 줄 모르는 거지처럼, 홍콩은 영국의 통치를 받으며 서구화의 길을 내달렸다. 결과는 눈부시게 성공적이었지만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정체성 문제에 직면했다. 홍콩은 길러준 부모 영국과 낳아준 부모 중국 사이에 끼어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종종 홍콩 사회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게 폭발한 시점은 바로 홍콩 6ㆍ7폭동(또는 5월 혁명)이었다. 김용이 활발하게 집필하던 때다.


낳은 아버지와 기른 아버지 사이에서 고통 받는 양강, 거란족과 한족의 대립이 격화되자 그 사이에 끼어 죽음을 선택하는 소봉(교봉), 자신이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파벌을 지어 싸우는 모습을 봐야 하는 장무기…. 이러한 인물들을 김용이 그냥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당시 홍콩인들에게 김용 작품은 곧 자기 이야기였다. 드넓은 중국 곳곳에서 전쟁과 화마를 피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자유가 보장된 홍콩으로 피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서 부모를 배신하고 친구를 팔며 자식을 버려 목숨을 보존했던 사연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말하는 사람의 가슴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랜 난세를 겪은 중국인에게도 민국 시대는 유례없는 고난의 시기였다. 이러한 역사를 겪은 사람들 모두 대하소설 한 편 분량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때로는 비겁한 짓을 해야 했고, 기적적으로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공과 사, 이득과 의리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거나 배신당하기가 일상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차마 내어놓고 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김용 문학에는 난세를 겪은 중국인들의 이야기들이 환상과 무협의 힘을 빌려 생생하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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