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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04. 2022

영화 <바바둑>:아이와 엄마의 무의식과 불안 분석(1)

그림책이 나오는 영화는 많지 않다. 더구나 그림책이 중심이 되고, 그 그림책은 흔히 볼 수 없는 공포 그림책이다. 사실 나는 <바바둑>을 보면서 바바둑 그림책에 감탄했다. 저 책 어디서 살 수 없나.


영화의 설정은 간단하다. 싱글맘 엄마는 어린 아들을 혼자 키운다. 그런데 아들은 문제가 많다. 아들은 집안에 바바둑이라는 괴물을 있다고 믿으며 석궁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행동장애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사촌 아이의 코를 부러뜨리기도 한다. 엄마는 아들의 불안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바바둑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자신도 공포에 빠지기 시작한다. 분노와 공포에 질린 엄마는 그림책을 갖다 버리지만, 그림책은 계속 집으로 돌아온다. 아들은 집안 여기저기에 함정을 짜고 불꽃을 이용한 마술을 연습하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빠진 엄마는 아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식사도 잘 주지 않는다. 결국 사회복지사가 찾아와 친권 박탈을 암시하는 데까지 이른다.


사실 이 가정에는 사연이 있었다. 출산하던 날, 운전을 해주던 남편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엄마의 여동생이 묻는다. 올해는 ‘그날’에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해줄 것이냐고. 그동안 엄마는 아들의 사촌 생일에 맞추어 파티를 해 왔다. 이 질문을 통해 관객은 그동안 엄마가 아들이 태어난 날에 생일 파티를 해준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아들의 생일이 곧 남편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아들도 자신이 태어나는 날에 아빠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보통 현실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는 일은 극히 드물다. 혹은 평생 숨기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바바둑>은 아이와 엄마의 무의식에 대한 영화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이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문제를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으며,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인지한다. 심지어 엄마가 자신을 증오하는 것도 이해하기에, 진짜 자기가 태어난 날에 생일 파티를 해주지 않는 것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를 극진히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아이는 자신의 내면에서 사랑하는 엄마와 자기를 미워하는 엄마를 두 개의 인격체로 분리한다.


아이는 평소에 자신을 귀여워해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것 – 음식, 옷, 보살핌 – 들을 재깍재깍 대령해 주는 엄마와, 자신의 미숙함과 제멋대로인 행동을 야단치고 교정하려는 엄마가 동일한 인물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실 대부분의 훈육은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하루에 두세 번은 귀찮아도 씻어야 하며 공부와 숙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좋은 습관’이 필요한 이유는 어른들도 유려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본질적으로 현재에 머무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가 생존과 복지, 행복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래를 준비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근현대의 부모는 아이를 ‘왕자와 공주’처럼 모시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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