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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Jun 04. 2022

영화 <바바둑>:아이와 엄마의 무의식과 불안 분석(2)

아이들이 훈육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훈육의 중요성을 이해해서가 아니다. 엄마 아빠를 전적으로 믿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이는 보살펴주는 엄마와 훈육하는 엄마를 내면에서 분리한다. 수많은 동화 속의 마녀와 계모, 괴물의 정체는 야단치고 혼내는 보호자이다. 아이는 엄마에 대한 사랑 – 자신의 인격과 환경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것 – 을 유지하기 위해, 야단치는 엄마를 또 하나의 인격체로 창조한다. 수많은 마녀와 계모, 괴물들의 다양함과 독창성은 공포와 불안이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실의 반증이다.


영화 <바바둑>이 독창적인 이유는 이러한 불안이 엄마에게도 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육아하는 엄마는 정신적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안정을 어디서 어떻게 취하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안정은 주로 배우자가 제공하지만, 그 배우자가 어떤 식으로든 부재할 수도 있다. 어쨌든 엄마의 불안은 아이의 것보다 한층 복잡하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 노력하더라도 아이가 잘못되어 부실한 사회인이 되지나 않을지, 자기가 부족한 엄마가 아닌지 끊임없이 불안하다. 경쟁이 심한 사회라면 불안은 심화된다. 자식을 사교육에 내모는 부모의 내면에는 사실 ‘아이가 아니라 자신이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불안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안들이 전부가 아니며, 그 아래에 근본적인 것이 존재하는 데 있다. 임신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아이는 엄마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 과정은 착취에 가깝다. 임신과 출산, 수유와 육아를 거치면서 엄마는 몸과 마음을 포함하여 이전의 삶을 거의 모두 상실한다. 사회가 임신부터 육아까지의 과정에 대해 여성에게 자세히 알려주기를 꺼려할수록, 엄마는 자기 존재가 완전히 뒤바뀐다는 사실에 무지해진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가정과 사회가 아무리 많이 도와준다 해도 엄마가 되는 여성이 잃는 것을 온전히 보상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엄마는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미워한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빼앗고 완전히 생소한 것을 채워 넣은 아이를 증오한다.  


<바바둑>의 설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아이를 미워하는 엄마라는 인물을 이해하게끔 도와준다. 아빠가 죽던 날 태어난 아이는, 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엄마와 친척을 위협하고 학교에서도 쫓겨난다. 누가 봐도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옆집 할머니는 아이와 엄마에게 우호적이다. 직장 동료도 선의를 표시한다. 이 설정은 아이의 문제가 의외로 별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 진짜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엄마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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