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낙타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혜윤 Aug 30. 2018

모든 축사에 대한 답장

그대가 행복하길 온 마음으로 바란다.

그대가 내 앞 길에 해 준 바람과 축복보다 더,


모자람이 많은 어린 아이를

모자라고 어린 채로 마음을 써 주고

어리지 않은 친구로 존경해주는 그대를 

만난 것과 알아볼 수 있었음과 함께임에 

그대에게, 그 시간에까지도 감사한다.


오늘의 나를 이루어 준 그대, 그대들 덕분에

나는 언제나 가득히 행복했고 사랑이 넘쳐

나는 나의 모자람을 마주하고도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사람일 수 있었다.


역시나 나답게 모자라고 서툴렀던

인생의 큰 잔치에 그리고 

그 잔치를 완성시킨 그대에게 전할

수많은 예의와 감사와 인사에

도무지 그 만한 감사와 감동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전해야 이 마음을 다 전할 수 있을지 몰랐다.

꺼내지도 못해 미루어두다가

보편의 기대를 저버릴 만큼의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까지 더해져 버렸다.



내가 고른 아름답게 내리던 낙조와 함께

내가 우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증인됨의 의미보다

해와 달이 함께이던 바다에서

나의 행복을 빌어주었을 기도와

아름다움을 느끼어 준 감각들과

작은 대중 안에서 

말로 다 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가득 써 내렸을

무수한 언어의 축사를

짐작해본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과 이룬 사랑의 결실보다

차라리 그 소리 없는 축사들이 완성해 준 것으로 느껴지는 나의 혼인은

덕분에 더 진중하고 고결한 책임으로 남았다.



짧은 다리를 건너 온 것 같다.

그 다리는 서울과 멀어진 거리일지도 모르고, 

부인으로써의 책임일지 모르고,

건너와야 할 막차 버스시간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제 다리를 통해 오고 가게 될 것이 아쉬워

그대도 어서 이 다리를 건너 왔으면 좋겠다.


건너오기가 보통 일은 아니더라.

하지만,

불구덩이같이 보이던 이곳이

와보니 그리 겁낼 곳은 아니었다고

별 다를 게 없는 곳이라 알게 되면서 편해지고 있다.


나의 소중한 그대에게,

부모님 다음으로 지금의 나를 구성한 공로를 가진 

작은 대중 속 그대에게,

그대에게 우리의 성혼만이 아니라 멋진 풍경을 선물 할 수 있게 허락 해 준 

서해의 밀물과 하늘의 색감과 장식 된 구름과

함께 떠 있던 해와 달에게만큼

내 사랑의 결실보다 더 명징한 감동을 만들어 주어

진심으로 감사한다.



일생동안의 모든 소박함을

경이로움 속에 행복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혼자 애써온 노력에 

자주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지금의 경이로움을 전해 줄 동반자를 만나

이제 우리의 흐름에 맡겨 자연스레 흘러가게 두는 것이 

애써 하는 노력보다 더 값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이

지금까지 내가 그대에게 끼친 영향 혹은 영감만큼

다를 것 없이 

자주 전해지고 깊이 공유되면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보다,

그대가 행복하길 온 마음으로 바란다.

그대가 내 앞 길에 해 준 바람과 축복보다 더,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하고 가장 좋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