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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혜윤 Mar 23. 2019

죽음, 순간, 소중함, 자연, 섭리 같은 단어의 주변

작가노트

오래 죽음을 생각하다 이번 작업을 시작했다.

전혀 우울감보다는 소중함에 대한 궁리였다.


1. 잠은 아주 죽음 같다.

매일 우리는 죽고 또 사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2. 어느 생에나 끝이 있어서

시간과 사랑과 생의 모든 것들이 유한할 수 있고, 덕분에 그 모든 것들은 더 가치있는 의미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무한하고 영원한 것을 더 귀히 여기는 듯 하지만 막상 간사한 우리 마음은 '언제나, 항상, 여전한' 것을 소중히 여기기 어려우니까.


3. 죽음도 언제나 있고 '지금'은 항상 소중하다.

오빠는 출근해서 12시간, 24시간씩 일하는 동안 매번 수 많은 죽음을 마주하고 돌아온다.


끝은 아직 멀었다는 착각으로 순간을 느끼는 것에 무뎌지지 않으면 좋겠다.


언제나 최선의 지금을 만들고 감동하면 좋겠다.


4. 죽음을 생각하다 임신을 한 건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는 동안도 아침이에게 조금 미안했고, 그림을 완성한 얼마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장례식장에서 자주 내 그림을 떠올렸다고 고맙다고 했다.


결국 다 같은 선 위에 있는 것이라고, 나는 자연, 섭리같은 단어의 주변을 생각했다.


5.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

할머니는 고생을 하고도 황폐해지지 않은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아픔에도 삶에도 지지 않고, 호쾌하고도 당당한 영혼을 지키고 있었다.

결혼 후 처음 병원에 계신 할머니께 오빠를 소개했을 때 "내 사위는 별론데, 네 사위는 멋지네. 잘 됐다."고 할머니는 우는 엄마를 웃게 해주었다.


그래서 몸은 쓸모를 다해 두고 떠났지만 그 영혼은 더 자유롭고 여전할 것 같다.

신혼집이 원주에 있다고 알려드렸던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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