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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Feb 17. 2020


수면교육을 다시 시작했다.

나 떨고 있니??

  작년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둘을 재울만했다. 둘째는 워낙에 잘 자는 아이였고 첫째는 4살 정기검진 이후로 잠자리에서 책 세권 읽어 주고 간단한 수면 의식만 하면 더 이상 옆에 누워 있지 않아도 스스로 잠드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이게 다 담당 소아과 의사 덕분이었다. 둘째를 먼저 재우고 첫째를 재우는데 그 둘을 모두 재우고 나면 8시 반 정도였다. 이른 날은 8시. 늦은 날은 9시가 넘기도 하지만 보통은 8시 반 정도면 나는 자유 부인이 되는 것이다.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영화도 보고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는 것이다. 그런데 둘째의 어금니와 송곳니가 무지막지하게 나오기 시작하면서 둘째의 통잠은 철저하게 사라졌다. 첫째야 원래 통잠을 안 자던 애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통잠을 자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데 5개월부터 매일 통잠 자던 둘째가 14개월이 되던 어느 밤부터 몇 번씩 깨서 서럽게 울어대며 나를 찾으면 그 당혹스러움과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렇게 최근 두 달 간의 내 수면 패턴은 엉망진창이었다. 패턴이랄 것도 없고 하루 5시간만 자도 감사한 상황이었다. 그 5시간도 중간에 깨는 아이들 때문에 쪽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첫째 재우고 내 침대로 돌아와 잠들려고 하면 둘째가 울고, 그런 둘째를 재우고 돌아오면 내 모든 잠은 달아나 1시간여 뒤 척 뒤척이다 잠이 들려하면 첫째가 깨는 기가 막힌 상황의 연속이었다. 더 기가 막힌 건 그런 아이 둘의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한 큰 울음소리를 남편은 못 듣는다는 것이다. 아이 둘이 순서대로 깨서 울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둘이 동시에 깨면 정말 답이 안 나온다. 둘째 방으로 넘어온 첫째는 말이라도 알아먹는데 둘째는 마냥 모든 상황이 신날 뿐이다.  며칠 전엔 내가 참다못해 새벽 2시 반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둘째를 데리고 그 밤에 차를 몰고 애를 재워 왔고 나는 첫째를 거의 반 협박하여 재워버렸다. 


  둘째가 한 밤중에 자다 깨서 방황하던 10여분이 최근엔 2-3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수면교육을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남편에게 목요일 밤잠부터 다시 수면교육을 시작할 테니 밤에 애가 깨서 울더라도 참아 달라고 전했다. 남편 퇴근까지도 계속 긴장되는 마음으로 17개월의 수면교육을 검색해 보고 내게 있던 자료도 다시 찾아보며 마음을 다 잡았는데 그 간절함이 둘째 신생아 때만큼은 아닌 게 문제였다. 17개월이라 목소리도 엄청 큰데 어떻게 울리지부터, 밤에 울면 들어가서 젖 물리는 내 습관이 잘 못 된 거니 젖을 끊으면 밤에도 안 깨는 거 아닐까.. 까지 갈팡질팡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보통은 밤 11시 전후로 한 번 깨는데 목요일엔 다음날 새벽 3시에 깬 것이 전부가 아닌가? 그래서 좀 여유 있게 접근하기로 했다. 일단 모유 수유를 끊어 보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 날인 금요일 저녁. 여느 날과 같이 남편이 둘째를 재우는데 문제가 시작되었다.


  남편 손을 붙잡고 방으로 들어가는 둘째가 심상치 않게 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최근에 남편이 계속 재우기 시작하면서 보통은 둘째가 잠드는 걸 보고 남편이 나오는데 밤에 자꾸 깨는 것도 고칠 겸 그냥 눕혀 놓고 나와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갑자기 바뀐 환경 탓인가 둘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1시간 이상 남편이 고군분투를 하더니 씩씩 거리며 모든 걸 포기하고 나에게 넘겼다. 아예 크립에 누울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래. 이왕 마음먹은 거 오늘부터 시작하자'


하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애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고 나를 보더니 더욱 서럽게 운다

원래 하던 대로 젖을 먹이고 자장가를 두 번 연속 불러 준 후 크립에 뉘이면서 


"잘 자~ ##야. 엄마가 아침에 데리러 올게. 푹 자~ 사랑해"라고 하는데 이미 "잘 자"의 'ㅅ'이 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몸이 활처럼 휘면서 크립에 눕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다시 한번 안아서 토닥토닥하며 노래도 불러주고 다시 말을 한 후 눕히니 역시 통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그냥 억지로 눕히고 나왔다. 내가 문을 채 닫기도 전에 이미 크립을 잡고 일어섰다. 개의치 않고 나왔다. 


  안방으로 건너와 시간을 재는데 비록 할 줄 아는 말이 '엄마', '아빠',  '오빠' 뿐이지만 어찌나 그 세 단어를 서글프게 진심으로 부르는지 내가 지금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매우 명확하게 들었다. 10여분 울고 잠들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35분을 빈틈없이 울고 잠들었다. 그게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여기서 의외로 감탄했던 부분은 첫째였는데 집이 떠나가라 우는 동생의 울음소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꿀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둘째의 방에서 울음소리가 안 들리고 잠들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거실로 나가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딸내미 울음소리 듣고 잘 참아준 남편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은


"아이고... 가여운 우리 딸~~ 가여운 우리 딸~~" 


  남편과 맥주 한 잔 하면서 넷플릭스를 보고 11시 반 정도에 침대에 누웠다. 정확히 11시 56분부터 울기 시작하더니 울음이 잦아들 기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혹시 크립에 발이 낀 건 아닐까? 목이 마른가? 방이 좀 추운가? 온갖 물음표를 다 던지다가 신생아 때 아기 방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그 걸 사놓을 걸 하는 생각에 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정확히 50분을 꽉 채워 울었을 때 방에 들어갔더니 누워서 울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매달린다. 들어 안아 젖을 먹이고 토닥토닥하며 품에서 안아 재우고 싶었지만 다시 밤잠을 설치고 싶지 않았다. 살짝 들어 안아 


"##아. 밤엔 자는 거야. 코 자고 아침에 보자" 


하고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둘째를 뒤로 하고 나왔다. 그리고 샤워하고 다 말리지 않은 머리를 드라이어로 말렸다. 길어야 2분... 어라? 둘째 우는 소리가 안 들린다. 잠든 것이다. 나도 따뜻한 침대로 몸을 밀어 넣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를 않는다. 몸은 너무 피곤한데 둘째의 울음소리에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이제 곧 2살인데 7개월만 있으면 그냥 잘 자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질문의 끝엔 나의 첫째가 있었다. 애착육아로 키운 첫째는 만 4살인 지금도 통잠을 안 잔다. 첫째를 보고 이를 악 물었다. 첫째가 아기였을 때 첫째가 혼자 잠들 수 있는 '기회'만 줬더라도 첫째를 비롯해서 나나 남편이 그리 고생은 안 했을 텐데... 말이다. 첫째의 수면 습관에 대해 말하면 하루 밤도 부족하다. (눈물 좀 닦아야겠다.) 50분을 울던 둘째는 다시 잠이 들었는데 나는 새벽 3시 10분이 넘도록 잠이 들지 못했다. 물론 중간에 첫째가 한 번 깨서 안방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슬몃 잠이 들었는데 둘째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이번엔 뭔가 더 서글프게 우는 것 같다. 시계를 보니 4시 10분. 5시만 돼도 방에 들어갈 텐데 4시 10분이라니 애매했다. 그러나 둘째에 대한 미안함에 나는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흐느끼며 나에게 안겨 수유 의자를 가리키는 둘째를 품에 꼭 안고 수유를 했다. 수유가 끝난 후 크립에 다시 넣으려니 내 품에서 쓰윽 빠져나가 바닥에 앉아 버린다. 나도 순간 너무 졸음이 밀려와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에 그대로 엎드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둘째 방으로 넘어온 첫째 덕분에 일어나 보니 6시 40분이다. 그리고 둘째는 2 시간여를 더 자고 8시 반에 일어났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리고 오늘 저녁 (미국 시간으로 2월 16일, 일요일 저녁), 수면 교육을 다시 시작한 지 두 번째 밤은 내가 투입됐다. 5개월 때 수면교육을 했을 때처럼 그리고 1년여를 이어 온 대로 수유를 하고 (수유는 천천히 끊기로 했다. 밤에 우유 200ml씩 먹이던 건 생략하기로 했다.) 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불러줬다. 그리고 크립에 뉘이면서 모빌을 무음으로 틀어주고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을 토닥이며 


"##아. 잘 자~. 엄마가 아침에 데리러 올게~ 푹 자. 사랑해~"라고 나오는데


울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래 네가 이런 아기였는데 말이지. 지금 시간이 2월 16일 밤 11시 30분. 밤 11시 즈음 한 번 으앙~ 하고 운 것 외엔 아직 조용하다. 아마 뒤척이다 외마디 내지른 거지 싶다. 부디 밤에 울지 말고 푹 자기를 바라본다. 


  다음 편엔, 내일이면 53개월, 만 4살인 첫째의 파란만장한 수면에 대해 올려보려 한다. 눈물 없이는 그리고 술 없이 맨 정신엔 절대 풀 수 없는 이야기다. 아기띠로 낮잠, 밤잠을 모두 재웠는데 얼마 전에 아기 물건들 모두 정리하면서 아기띠를 중고로 내놓으려고 하니 (둘째는 아기띠를 한 게 열 번도 채 안 된다.) 남편이 


"이 아기띠는 우리의 피와 땀이라 중고로 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첫째 2살까지는 거의 옷처럼 입고 있었던 아기띠였다. 그런 애가 만 4살에 드디어 혼자 잠드는 아이가 되었음에 우리 부부는 감격했다. 그리고 그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라 놀라웠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육아 퇴근 후 본인의 시간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하려 한다. 나는 둘째가 깨기 전에 혹은, 첫째가 안방으로 들어와 나를 끌고 본인 방으로 가기 전에 얼른 눈이라도 부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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