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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Feb 25. 2020

수면교육은 현재 진행형

나이 들면 다들 잘 잘 텐데...

  세상에서 제일 편한 단어인 '수면'과 세상에서 제일 거부감이 드는 단어 중 하나인 -적어도 내겐- '교육'이 만나 수면교육이라는 이상하고 어색한 합성어가 되었다. 수면이 뭐라고 교육까지 시킨다는 건지 게다가 말도 못 하고 말귀도 아직 못 알아듣는 아기에게 말이다. 그렇게 나는 2015년 가을에 세상에 나온 첫째 아이에겐 수면교육이란 걸 시키지 않기로 했다. 아기가 밤낮을 구별하는 시기가 지나고 낮에 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밤에 지쳐 쓰러져 잠들 줄 알았다. 사내아이니까 기어 다니는 걸로는 숙면이 어려운 건가? 그렇다면 걸어 다닐 때까지 기다려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아주 큰 착각이었다. 지금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만 4살, 한국 나이로 6살에도 밤에 몇 번씩 깨서 나를 찾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울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몹쓸 모성애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수면교육을 시키는 부모가 모성애(혹은 부성애)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땐 세상에 툭 던져진 내 아기가 울면 그 모든 게 내 책임인 것 같았다. 그게 배가 고파서인지 졸려서인지 지루해서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지체 없이 안아서 눈물을 그치게 하는 게 내 임무라 생각했다. 울음이 계속되면 엄마로서의 자질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젖도 물려보고 재우려고 품에 안아서 집안을 누비며 자장가도 불러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피로는 쌓여갔다. 그렇게 남편이랑 시행과 착오를 거치던 중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러나 우리 부부는 몰랐던 "먹놀잠"패턴이라는 걸 아기에게 적용하였더니 아기의 울음이 어느 정도는 읽히기 시작했다. 아기가 잠에서 깨면 "먹"이고 "놀"아준 후 "잠"을 재우면 되는데 더 이상 울음에 조바심 내며 똥줄 타지 않아도 되는  stress-free의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교육이란 건 도저히 시도를 할 수 없었는데 그때 한창 내 "몹쓸" 모성애를 강타했던 애착육아 때문이었다. 아기를 울게 내버려 두는 것은 전통육아에서 바라볼 때 부모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고 무엇보다 아기가 울면 뇌에서 코티졸이 분비되는데 이게 성장하는 아기에게는 절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그럴싸한 것이 내 모성애를 뒤흔들었다. 절대 내 아기는 울리지 않으리라 하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3년을 꼬박 밤새 안방과 아이 방을 오가는 신세가 되었다. 둘째를 임신한 동안에도 그리고 입덧으로 힘들 때도 끊임없이 아이 방을 오갔다. 남편은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하는지라 아이 밤잠에 동참시킬 수도 없었다. 결국엔 코티졸이고 뭐고 간에 내가 살아야겠다 싶어서 둘째는 무조건 수면교육 당첨이었다. 


  전통육아에 기반을 둔 애착육아로 극진히 첫째를 키웠지만 그 아이는 만 4살이 되도록 여전히 밤에 몇 번씩 깨서 울고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였다. 애착육아로 애 둘 키웠다가는 내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잠이 부족하니 다음날 두통에 시달리는 일이 점점 많아졌고 남편의 권유로 마사지를 받으러 몇 번씩 다녔다. 그래도 두통은 며칠씩 사라지지 않았다. 첫째를 통해 애착육아가 무조건 정답이 아님을 몸소 체험한 후 둘째 수면교육을 부담 없이 시작했다. 아니, 부담 없이라고 말하면 너무 쿨한 척하는 것 같고, 사실은 시작 전에도 몇 번을 망설이고 미루고 미루었다. 첫째에 비하면 조금 수월했고 둘째라 자연스럽게 조금 더 울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고 그러다 보면 둘째는 혼자 다시 잠드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는 조금만 기다리면 혼자 통잠이란 걸 잘 것 만 같았다. 내심 울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러다가 밤에 점점 깨는 횟수가 많아질 때 즈음 제대로 시작했다. 그게 둘째 6개월 때였다. 


  6개월 정기검진 때 소아과 의사에게 아기 수면교육에 대해 상담을 하다가 의사가 내게 힘을 주는 한 마디를 했는데 그건 "아기가 몇십 분 운다고 큰일이 벌어지지 않아요"였다. 첫째를 키울 때 나는 아기가 숨이 넘어갈 듯이 울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단 말이다. 그리고 [수면교육 = 무조건 울리기]라는 오해를 가지고 있었는데 무조건 울리기라기보다는 우는 아이를 멀리서 다독이며 재우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수면교육은 먼저 아기에게 스스로 잠들 기회를 주고 그 후, 아기가 울 때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서 토닥토닥과 같은 신체 접촉을 통해 아기가 혼자 남겨진 게 아니라는 신호 속에서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정해진 시간의 텀을 점점 늘려주면서 점차 아기는 우는 시간이 짧아지고 스스로 잠들 수 있게 된다. 정해진 수면 의식 (목욕- 로션 바르기-잠옷 입기-노래 혹은 책 읽기) 후 크립에 눕히고 나와서 아기가 울 때 첫날은 5분마다 들어가서 확인을 하고 두 번째 날은 10분, 세 번째 날은 15분, 네 번째 날은 20분씩 해서 점점 그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울음의 원인을 재빨리 파악한다. 더운지 추운지 목이 마른 건지 등등. 그렇게 3일을 하니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3살 많은 첫째는 거의 보여 준 적이 없던 통잠이란 걸 자는 둘째를 보고 감격의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감격의 몸부림을 쳤다. 사실 시작 전엔 반신반의했던 수면교육이란 게 되는구나 싶었다.


  아기를 울리지 말라는 애착육아와 아기를 울려야 재울 수 있는 수면교육 사이에서 나는 많은 고심을 했다. 그러나 애착육아로 키운 첫째를 보니 잠들기 전 그리고 밤새 혹은 낮에 잠에서 깰 때마다 울어대던 시간을 모두 합치면 둘째 수면교육 3일 동안 흘린 눈물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잠을 잘 못 자니 첫째는 아침에 깰 때도 짜증을 부릴 때가 적지 않다. 애착육아에 미련을 버리고 둘째에게 수면교육을 시킬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첫째는 저녁 8시에 잠든 후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벌써 2번을 깨서 안방으로 왔다. 덕분에 둘째도 깨서 으앙으앙 울어댄다. 고맙게도 스스로 잠드는 첫째이긴 하나 여전히 밤에 깨는 일은 불변이다. 그리고 둘째의 수면교육도 현재 진행형이다.  둘째는 며칠 전 다시 수면교육을 한 후 거의 일정한 시간에 깨서 울고 있다. 밤11시 전후로 깨서 우는데 보통은 15분 정도 기다리는데 (둘째라 가능하다) 그 울음이 좀 세다 싶으면 바로 투입되어서 달래준다. 수면교육으로 세상 편해 보이던 이웃이 내게 그랬다. 수면교육 한 번 하고 나면 아기가 쭈욱 잘 자는 게 아니라 계속 수시로 수면교육을 해야 한다고. 그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직접 해 보니 아기가 뒤집기를 한다거나, 걸음마를 시작한다거나 이가 날 때 혹은 감기 등으로 아플 때 엄마를 더 찾을 때가 있어 혼자 잠들게 두는 방법은 잠시 접어두고 더욱 많이 안아주고 젖을 물려 재우기도 하고 품에 안아 재우게 된다. 그리고 아기 컨디션이 돌아오면 다시 혼자 잠들도록 하는데 그렇게 하루 이틀이면 바로 자리를 잡는다. 


  내가 첫째를 키우면서 억울했던 점은 수면교육을 시키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 혹은 부모를 게으르거나 조금 미련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남편이었다. 우리 부부싸움의 거의 7할은 첫째 아이의 수면 때문이었다. 내가 잠을 못 자니 항상 예민한 상태였다. 수면교육을 시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아기 울음소리를 견디기 힘들거나 아기랑 같이 자는 게 좋다거나 아기가 잠을 안 자더라고 충분히 감당 가능한 체력을 가졌다거나 등등. 수면교육을 했다고 애착육아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애착육아를 한다고 무조건 아기가 엄마의 사랑 속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다. 애착육아로 지친 나는 수면부족으로 낮엔 어느 정도 무기력한 엄마였던 것 같다. 아기가 어릴 때 다들 온다는 우울증도 있었다. 창밖으로 날아가는 새만 봐도 눈물이 났다. 육아의 절반 이상은 아기의 수면이 차지한다고 장담한다. 나는 첫째를 아기 때부터 다시 키울 기회가 생긴다면 혹은 셋째가 생긴다면 무조건 수면교육을 시킬 테다. 첫째에게 4년째 잠으로 시달리고 있는 나는 오늘도 17개월 둘째가 아닌, 53개월 첫째 때문에 몇 번을 깰지 모르겠다. 나도 통잠이란 걸 자고 싶다.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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