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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Apr 06. 2020

미국,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들

가을이 오기 전에 끝날까?

  불과 4일 전 글을 쓸 때와 비교해 보니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거의 두 배(34만)에 가깝고 사망자는 두 배를 훌쩍 뛰어넘어 만 명에 육박한다. 그 어느 나라들보다 빨리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에 이제는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하는 것조차 두렵다. 병원에서 일하는 남편과 얘기를 하다 보면 더욱더 암담해질 뿐이다. 사실 그래서 집에서는 거의 티브이를 틀지 않는다. 아침마다 뉴스로 확인하고 싶지만 (물론 두 아이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하다.) 앱으로 업데이트되는 휴스턴과 텍사스의 뉴스만 선택 취사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이 유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모든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두 아이 (54개월, 18개월)와 오롯이 집에서 지낸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초반엔 아침 식사를 끝낸 후 동네 놀이터도 꾸준히 다녔는데 동네 놀이터에서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지 않으니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는 동네 한 바퀴 돌기로 바꾸었다. 아침 6시 전에 일어나는 아이 둘 덕분에 이렇게라도 돌지 않으면 하루가 너무나 길다. 2인용 유모차나 웨건에 태워 바람도 쐬고 아침 햇살도 따따하게 쬐면 아이들도  짜증이 적고 나 역시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이 되니 모두에게 좋다. 또한 오가며 만나는 안면식이 없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는 것도 아이들에겐 놀이처럼 즐거운 일 인가보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구입이 힘든 품목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 의외이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야외 놀이 용품이다. 농구대나 야외 미끄럼틀 등, 구입엔 성공해도 배달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늦으면 6월 중순까지의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교 문을 닫으면 9월 개학까지 무려 6개월을 집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야외놀이 용품일 게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얼마 전에 그리 크지 않은 야외용 풀장이랑 물놀이 테이블을 각각 장만했다. 야외용 풀장은 고객님들이 매우 만족해하시는 데다 나는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되니 이 보다 좋을 수 없다. 물놀이 테이블은 배달까지 시간이 좀 걸린단다.  






30도가 넘는 날씨가 며칠 되던 날, 개장한 집 뒷마당의 풀장





  아이들이 뒷마당에서 노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남편이 뒷마당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 중 부지런히 하는 일이 2주마다 잔디를 깎는 일이다. 그러다 발견한 커다란 개미집에 약을 치다가 쌀알만 한 개미에 발가락을 물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별로 개의치 않고 우유 등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갔다 들어오는 남편을 보고 나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과 목 주변은 벌겋게 부어있고 반바지 아래에 드러난 종아리 역시 보기 힘들 정도로 울긋불긋한 모습이었다. 욕실에서 급히 옷을 벗고 거울로 확인한 남편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심지어 가슴 쪽에 압박감도 느껴진다니 더욱 다급해졌다. 그런데 다른 약은 다 있는데 알레르기 약만 없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알레르기 약이라도 먹겠다는 남편을 진정시키고 집에서 지내던 흉측한 꼴로 (다행히 눈썹은 그리고 나감) 가장 가까운 약국으로 드리프트 타며 달려가 베나드릴을 사 왔다. 다음 날 일도 취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나 다행히 가슴 쪽 압박은 줄어들어 온몸에 벌건 두드러기만 가지고 출근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호흡이 불안정해지면 병원에 가야 하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병원도 안전하지 못 한데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만 4일이 지나서야 두드러기도 말끔히 사라졌다.


  또 한 번은 첫째 아이에게 벌어진 일이다. 남편이 뒷마당에서 바비큐를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나뭇가지들을 한쪽 구석에 쌓아 놓았는데 매번 볼 때마다 하늘로 솟아있는 제법 굵은 나뭇가지들을 보고 불안하다 싶어 마당 한구석으로 옮겨놔야지라고 몇 번을 생각하던 차에 첫째가 뛰어놀다 그 나뭇가지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히 옆구리 위쪽의 갈비뼈가 있는 쪽으로 넘어지면서 아이는 고통에 몸을 가누지를 못 하고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구멍이라도 난 게 아닌가 싶어 급히 옷을 걷어 올리려는데 아이의 몸부림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깊게 상처가 나서 집에 있는 것들로 급히 소독을 하고 커다란 밴드도 붙였다. 다음날까지 피가 넘쳐흘러 제발 덧나지만 말아라 하며 주문을 걸었다.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두 건이나 연이어 벌어지니 괜한 걱정이 더 생겨버렸다.


  마지막은 내 병원 진료였는데 작년 겨울부터 꾸준히 위통이 심해져 잡아 놓은 진료날짜가 4월 2일, 코로나의 한가운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 야무진 계획으로는 봄의 한가운데라 아이들도 남편에게 맡겨두고 룰루랄라 자유부인이 되는 거였는데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에 가게 되었다. 마스크와 장갑도 챙겨놓았다. 그러나 의례 결려오는 예약 확인 전화에 한 가지  옵션이 생겼다. 직접 병원에 와서 의사를 만나 진료를 볼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전화로 의사와 진료를 볼 것인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나는 전자를 선택했는데 약속 이틀 전 한 번 더 전화가 오더니 의사가 전화로 진료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사실 전화로 진료를 보기로 하고 마음의 부담이 줄었다.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미국이다 보니 우리 가족과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곳은 집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내 병원 진료로 미리 하루를 뺐던 남편은 거실에서 첫째 아이를 보고, 둘째는 낮잠을 자고, 나는 의사의 전화를 기다렸다. 약속했던 1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렸고 휴스턴에 이사와 처음 만나는 위장 전문의와 전화진료가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내 증상들, 10여 년 동안 받아왔던 검사들과 가족력까지 모두 알려주니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일단 약을 처방받았고 내시경을 하기로 했는데 지금 미국 내 병원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언제라고 확정하기는 어렵단다. 6월 중으로 하자고 하는데 그것도 현재로서는 확답을 줄 수 없단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40여분이 흘렀다. 40여분 동안 내 육아에 대한 고충에도 공감해주던 의사 덕분에 병원에서 직접 보고 진료를 받는 것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여러모로 (집에서 편히 있던 차림에다가 자동차로 왕복을 할 필요도 없고 병원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더욱 유익한 진료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화 진료 후 2시간이 채 안 되었을 때 처방받은 약이 준비되었다는 문자를 약국으로부터 받았다. 바깥 활동은 남편이 모두 맡은 상황이라 약국에 약을 찾으러 가는 남편이 자동차 키를 챙기며 익숙하게 마스크와 장갑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니 일상이 그리워졌다. 집 앞 약국 가는데, 집 앞에 장 보러 가는데 마스크와 장갑이라니... 기가 막힌 노릇이다. 무섭게 치솟는 사망자와 확진자 숫자가 하루속히 진정세로 돌아서길 바란다.


  미국은 이제 대중이 있는 곳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거나 매우 권장하는 상태다. 이미 한 달이 지나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마스크 쓰는 문화가 정착이 된다면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본다. 시중엔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 집에서 만들어 쓰거나 간단하게 스카프나 옷 등으로 만드는 방법이 뉴스에서조차 소개되고 있다. 부디 가을이 오기 전엔 진정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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