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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운 영혼 Nov 20. 2021

우린 인연이었을까?

선물이라 했다.

     우리의 시작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한국에서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계획이었으나 박사 과정의 막바지에 갑자기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었다.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이   달을 계시다 돌아가셨는데  허락된 시간동안 바로  대기실에서 가족들 모두 아빠 곁을 지켰다. 그렇게 박사과정 막바지의 가장 바쁜 시기에 나는 모든 일정을 멈추고 병원에서 지냈다.


     그러다 하늘이 보우하사 내가 연구하던 분야에서 박사  과정 연구원을 구한다는 말에 앞뒤 재지도 않고 바로 가기로 했다. 출국  날까지 실험실에서 논문 데이터 정리를 했고 출국 당일은 오전에 졸업식에 참석하고,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표를 급하게 구한 데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것도 아니어서 낯선 LA 공항에서 10시간을 대기해야만 했다.   차가운 공기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한국에서 시작하는 직장 생활도 수월하지 않을 터인데 내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내 생애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다니 미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긴장으로 똘똘 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볼티모어라는 동부의 작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로 결정한  많은 도움을 줬던 석사과정 중인 그녀를 점심시간에 만나기로 했다. 그녀는  동기라며  명을  데리고 나왔는데  명은  보다  살이 어린 남자, 다른  명은 나와 생일이 같은 동갑내기 여자였다. 통성명을 하고 가벼운 대화들을 이어가다  남자는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난  기억나는  말투며 행동이 매우 사무적이고 갑다는 것이었다. 나는  월급을 타는  밥을 쏘겠다는 말을 약속처럼 남겼다.


  그리고 근 한 달 반 만에 첫 월급을 타고 연락을 했을 때였다. 다시 만나 식사를 하는데 그 남자는 그동안 한국에 다녀왔단다. 무슨 일이기에 학기 중에 한국에 갔었나 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그 차가워 보이던 남자에게 내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아빠를 보내드린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빠에 대한 감정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의 상실감과 어지러운 감정들이 짐작이 갔다. 그렇게 그와 나 사이엔 공통분모 아닌 공통분모가 생겼다. 물론, 그는 모르게. 나 혼자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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