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로 맞이하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미국 살이 어언 햇수로 10년째. 그중 반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은 직장생활 그리고 나머지 반이 조금 넘는 기간은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며 보내고 있다. 보통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1년 중 가장 큰 세일 행사를 하는 날 바로 전 날이고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다. 그렇게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 동안 공식적인 연휴이고 미국의 뉴스에서는 한국의 추석에 대대적인 움직임에 대해 교통정보를 안내하듯이 똑같이 올해는 몇 밀리언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지지 않는다. 직장 생활할 땐 돈도 벌겠다! 애인도 있겠다! 함께 연휴를 보낼 가족도 없겠다 - 이 부분은 좀 쓸쓸했다- 연휴가 오면 애인이랑 신나게 놀고먹고 마실 궁리를 하며 보냈다. 그리고 물론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아이 둘이 생기고 보니, 그리고 첫째가 만 4살이 넘어가면서 프리스쿨에서 듣고 보고 배우는 것이 있다 보니 미국 명절을 미국 명절답게 보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올 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구운 칠면조, 으깬 감자와 그래비 소스 (mashed potato with gravy), 줄기콩 (green beans), 빵 (dinner roll) 그리고 크랜베리 소스를.... 만들지는 않고 사려고 했는데 둘째가 이제 막 돌이 지나 어리니 그냥 지나가자는 남편의 말을 못 이기는 척 따랐다. 그리고 남편이 한국 마트에서 산 LA 갈비를 구우면서 우리 가족만의 전통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덧붙여 아이들이 추수 감사절만 되면 아빠가 구워준 LA 갈비를 그리워할 거래나 뭐래나..
올해 추수 감사절이 끝나가는 연휴의 끝에 숙제를 끝내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학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 바로 선생님들 선물 준비다. 첫째 아이의 프리스쿨 선생님들 그리고 프리 스쿨 후 다니는 태권도장 선생님들까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선물에 감사 카드에 돈이 쏠쏠하게 나갈 것이 분명한데 그 보다 더 머리 아픈 건 어떤 선물을 할 것인지다. 기억에 남을 선물을 하고 싶다면 욕심이고 뭐 이런 걸 줘... 하는 선물은 아니길 바라는데 비싸려면 아주 비싸고 저렴하려면 아주 저렴해야 하는데 애매한 언저리 가격대의 선물을 해야 하니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이번 주말 안에 선물과 관련한 것은 모두 끝내는 것이 나의 목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블랙 프라이데이에 열심히 온라인 쇼핑을 해 두는 거였는데 게으름이 나의 가장 큰 적이다.